성, 사랑의 길 - 인문학과 성의 만남
김대유 지음 / 시간여행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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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적 과정이라고 말하는 사랑과 육체적 생리적 과정이라고 할 수 있는 성이 만났다. 사랑 또한 신체적 반응을 통해 얻어지지만, 인간은 ‘짐승 같은’ 일에 수치심을 두고 ‘이성’을 내세워 본질을 탐구하는 고등의 위치를 진지하게 바라보려고 애쓴다. 그래서 인류의 영원한 주제는 사랑과 섹스일 수밖에 없다.

성의 보편적 가치를 헤아리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에 동의한다. 사실 인생사 모든 일에 보편적 가치를 두는 일이 쉬운 일인가. 대외적으로는 소외된 집단의 역량을 강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는 하지만, 개인이 타인과 맺는 관계에서 소외된 집단과 마주하는 데 어려움은 많다.

페미니즘으로부터 성 혁명은 숨 가쁘게 달려왔다. 성의 역사는 1990년대에 이르러 ‘사이버 섹스’라는 문명의 충격을 경험하기에 이르렀고 미국발 온라인 데이트와 사이버 섹스는 국제적 흐름을 형성하며 생활 전반을 장식한 디지털 문명은 사랑의 아날로그 방식을 초월하게 했다고 한다. 성 지식을 쌓이게도 하고 성을 문란하게도 만든 이 시기에는 기술개발과 경제성장으로 성 또한 개방(?)되었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두서없이 개방된 성 문제로 오늘날 청소년 성교육에 관한 중요성을 말한다. 청소년이 고유한 성적 존재로 인정받고 건강하게 성장하도록 도와야 한다는 유엔이 안내한 청소년의 성교육을 중요하게 짚고 넘어간다.

에이즈의 발견으로 도덕적 타격을 입은 성 해방과 정숙한 여성은 성욕을 느껴서는 안 된다는 보수적 기독교의 입장과 부딪친 킨제이 보고서부터 현재 성 문화를 집어 보는 실리콘 실물 크기 ‘러브 인형’과 성매매업소 소프란도 목욕탕이 성행하고 있는 섹스 리스의 나라 일본의 성, 우리나라의 인터넷 윤리가 절정을 이룬 계기가 된 N번방 사건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 책은 성을 공유하고 있다.

만남을 결정짓는 끌림은 최근 뇌과학의 발달로 인해 성적 끌림의 비밀이 하나씩 벗겨지고 있다는 말에 미래에는 끌림을 조작이 가능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낭만이 데이터화 되어 사랑이 매칭된다면 삶의 목적은 어디서 찾아야 할까.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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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살이, 모든 삶이 기적인 것처럼 - 귀촌과 심플라이프를 꿈꾸다
박중기 지음 / 소동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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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지하철에서 서서 자리에 앉은 이들을 무심코 내려다보다가 흠칫 놀라고 말았습니다. 모두들 검은 머리에 검은색 옷을 입고서 고개를 처박고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있었습니다. 한 사람도 빠짐없이. 그 모습은 마치 커다란 관 속에 갇혀 단체로 저승사자에게 끌려가는 망자 같았습니다.”

그들을 좀비의 행진으로 비유하며 도시에 대한 혐오가 분출되면서 탈출을 결심한 저자는 자연스럽게 시골행을 떠올리면서 좀비를 면하고자 했다. 최소한의 품위를 지키며 살 수 있는 시골행이라고 말하면서. 대도시의 지하철 안은 생각만 해도 답답한데 저자의 말을 들으니 무섭기까지 하다.

시골로 향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특히 30대 이하 젊은 층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일자리도 중요하지만, 답답한 도시를 떠나 새로운 시도를 하기 좋은 곳이라 생각했을까? 과거에는 수배자들의 도피처나 사업에 실패하면 머무는 곳이기도 했다. 덜해도, 없이 살아도 자연과 함께라면 답이 있을 거라는 막연함과 달리 요즘 청년들은 상당히 계획적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시골이라고 다를 게 없다. 현실은 현실이니, 소득 수준이 낮은 데다 육체적으로 힘들고 이상 기후로 인해 농작물 생산에 피해도 큰 편이다.

이 책은 도시 탈출부터 시골 안착까지 안락한 귀촌 생활을 위한 안내서이다. 2001년에 이주해서 20년이 넘게 시골살이한 저자는 시골에선 ‘모든 것이 기적인 것처럼’ 살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 문화적 결핍이나 시골 생활의 싫증으로 후회와 걱정을 하면서도 도시 탈출의 고집스러운 염원을 이길 수 없었나 보다. 시골행 준비를 시작으로 터 잡으며 집짓기, 산골의 일거리와 이웃과 주변 이야기들이 산골짝의 작은 우주를 만들고, 불만족스러운 공공기관과 지역 축제 단상 등 시골의 명암을 들춰보기도 하지만 그래도 시골이라는 결론을 맺는다.

“잘 선택해야 합니다. 내 성향은, 성정은 정말 어떤 것인지 깊이 생각해야 합니다. 시골이 내게 무엇을 줄 것인가를 들여다보기 전에, 내가 시골에 자연스레 물들어 갈 수 있을지, 고요와 적막 속에 안도하며 행복할 수 있는 사람인지를 냉정하게 숙고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결국 선택의 문제이며, 도시나 특히 시골은 사람 사는 일이 다 똑같다고는 하지만, ‘작은 차이’에서 발견하는 행복이 시골 생활에 기적을 가져다주는 것 같다. 저자가 깨달은 ‘작은 차이’가 궁금하다면 이 책을 꼭 읽어보길 바란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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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든다는 착각 - 몸과 마음에 대한 통념을 부수는 에이징 심리학
베카 레비 지음, 김효정 옮김 / 한빛비즈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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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수록 쓸모가 없어진다는 생각은 안 해봤다. 단지 젊었을 때보다 기회가 줄어든다고 해야 하나. 20대 때보다 달라진 외모나 예전 같지 않은 체력에 도전하는 일이 망설여지는 건 사실이다. 그러다 보면 무기력은 찾아오고 늙어감에 몸을 자연스럽게 맡긴 채 느슨하게 살아간다. 늙음을 관점에 따라 이야기하기도 한다. 노화된 부분을 강조하면서 살살거리며 부정적으로 사느냐, 늙음을 익어가는 거라고 말하며 성숙한 어른으로 사느냐. 이 책은 후자 쪽에 힘을 싣고 나이 듦에 대한 우리의 기본 가정을 깨뜨리고자 한다.

저자 베카 레비는 생물학을 뛰어넘는 존재로서의 인간의 노화 현상과 사회 심리학의 맥락에서 우리가 노화에 대해 올바른 시각을 갖는 것이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탐구한다. 단순히 건강하게 사는 법을 벗어나 고정관념을 바꾸면서 노화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나이가 들면 오히려 기억력은 더 좋아진다고 한다. 그런데 왜 기억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하거나 깜박하는 일이 잦다고 느껴질까? 원인은 노화 그 자체보다 우리가 노화를 대하고 바라보는 태도와 관계가 있으며, 어떻게 늙어가야 하는지에 대해 우리가 속한 문화가 가르쳐주는 방식, 우리 자신이 가진 믿음에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베카 레비는 기억력 감퇴는 고령자에 대한 가장 흔한 고정관념임을 지적하며 연령 인식과 기억력의 관계에 대해서 추적해 나간다. 문화나 순리는 사는데 꽤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받아들여 왔다. 이 같은 일이 우리의 시야를 가릴 수도 있다는 사실은 고정관념을 통해 전달되기도 하지만, 세월의 부름을 받고 있는 ‘나이’만큼 확실한 순리가 또 있을까? 엄청나게도 베카 레비는 ‘착각’이라고 말한다.

기대 수명은 늘어나고, 시니어 산업학과가 생길 만큼 시니어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주요 소비층 또한 시니어라는 사실을 안다면 늙어감에 집중하기보다는 이 책에서 말하는 나이에서 해방되고 새로운 사회의 나이 문화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일이 중요한 것 같다. 전국노래자랑에 70대 할머니께서 김경호의 록 음악을 부르는 무대를 봤다. 진정 나이를 잊은 모습으로 기억하는데 정말 멋있었다. 나이는 정말 착각일까? 실전을 위해 이 책의 부록 3편을 숙지한다면 연령 인식에 긍정적인 작용은 할 것 같다.

“노화에 대한 가장 긍정적인 견해를 가진 참가자들은 가장 부정적인 견해를 가진 참가자들보다 평균 7년 반을 더 살았다.”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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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여름은 거기에 있어
정세진 지음 / 개미북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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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저자가 딸아이 해서와 매해 여름을 제주 집에서 보낸 기록들이며, 아이와 함께라서 여름을 여름답게 보내는 저자를 발견할 수 있다. 갈아입을 옷은 생각지도 않고 바다에 뛰어들고, 모래를 주물주물 만졌다가 젖은 머리로 모래밭에 드러눕는가 하면, 자외선 상관없이 햇볕에 민낯을 맡기기도 한다. 마치 어린 시절 추억을 꺼내 요술 가루처럼 쏟아내는 삶을 사는 저자의 모습이 여름의 강렬한 햇빛만큼 쨍하게(진하게) 그려졌다. 가득한 초록, 시끄러운 벌레 울음소리, 많은 냄새 등 모든 감각이 살아나는 여름은 싱싱함 그 자체라 마치 자라는 아이를 보는 것 같다는 저자의 생각에 덧붙이자면, 자라는 계절 여름이기도 하지만, 습한 날씨와 무더위로 물러지기 쉬운 날씨도 여름이다. 자라나는 아이에게 해맑은 천진난만함이 있는가 하면, 세상살이 앎을 받아들이는 성숙통을 겪기도 한다. 자라기 위해 동반되는 것들을 여름을 함께 즐길 줄 아는 엄마와 함께라면 주변을 둘러싼 모든 게 건강하지 않을까? 제주도, 그해 여름도, 해서도, 엄마도.

이 책에는 저자의 글만큼이나 진한 여름의 사진이 있다. 아이들이 해변에서 뛰어노는 모습은 저절로 미소 짓게 하고, 멋없는 양은 밥상이 제주 해변과 함께하니 절로 무드가 탄생하기도 한다. 아기자기한 해서의 보석 같은 바다 수집품도 구경하고, 홍시처럼 예쁘게 불타오르는 제주 바다의 노을 사진은 한참을 넋 놓고 쳐다봤다. 여름의 맛을 느낄 수 있는 음식들과 초록의 풀 향이 나는 숲 또한 제주의 여름을 느끼는데 충분했다.

“내일도 바다에서 만나!”

느슨한 제주 바다의 약속과 구속력 없는 매일은 사는 맛을 아이에게 편식 없이 제공하는 것 같아 참 좋았다. 비록 여름은 거기에 두고 와야 하지만 제주의 사계절을 이야기하는 날이 꼭 올 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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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개츠비 열림원 세계문학 2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림원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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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유층인 사랑하는 여인 데이지를 잃은 개츠비는 그녀를 찾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부를 일군다. 데이지는 톰 뷰캐넌과 결혼한 유부녀였으며 그녀의 남편 톰에게는 불륜 상대가 있었다. 각종 불법적인 방법으로 돈을 벌어들여 호화 저택에 살게 된 개츠비는 잦은 파티를 열었으며 데이지를 향한 여전한 마음을 전하기 위해 이 책의 화자인 사촌 닉 캐러웨이를 설득한다. 개츠비와 데이지는 재회에 성공하고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며 만남을 이어갔다. 이를 눈치챈 데이지의 남편 톰 뷰캐넌은 개츠비의 부를 일군 방식을 비롯하여 여러 가지로 비난하고 나선다. 이 틈을 타 개츠비는 데이지에게 톰과 갈라서고 자신에게 돌아오라고 구애하기 시작한다. 독이 오를 대로 오른 톰은 개츠비를 맹비난하기 시작하는데 개츠비 또한 이에 질세라 흥분과 함께 폭력적인 태도를 취한다. 데이지는 개츠비의 행동에 실망을 감추지 못하고 결국 가정을 유지하기로 한다. 톰을 사랑하지 않은 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츠비는 목숨을 걸면서까지 데이지를 향한 사랑만큼은 헌신적이었는데..

이 책이 쓰인 1920년대의 미국은 1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금주법이 실행되던 배경에 인생의 목표를 잃은 젊은 세대들이 방황하던 시기였다.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돈을 쫓는 젊은이들의 이동도 늘어났다. 개츠비는 금주법을 이용하여 밀주 판매로 막대한 재산을 모았다. 오직 사랑을 위해 밑바닥부터 올라온 개츠비는 충분한 부로 여유로운 삶을 살 수 있었으나 부는 오직 사랑 되찾기 위함이었다. 사랑을 위해 모든 걸 바쳤다고 생각하겠지만 모든 걸 잃은 개츠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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