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살이, 모든 삶이 기적인 것처럼 - 귀촌과 심플라이프를 꿈꾸다
박중기 지음 / 소동 / 2023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느 날, 지하철에서 서서 자리에 앉은 이들을 무심코 내려다보다가 흠칫 놀라고 말았습니다. 모두들 검은 머리에 검은색 옷을 입고서 고개를 처박고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있었습니다. 한 사람도 빠짐없이. 그 모습은 마치 커다란 관 속에 갇혀 단체로 저승사자에게 끌려가는 망자 같았습니다.”

그들을 좀비의 행진으로 비유하며 도시에 대한 혐오가 분출되면서 탈출을 결심한 저자는 자연스럽게 시골행을 떠올리면서 좀비를 면하고자 했다. 최소한의 품위를 지키며 살 수 있는 시골행이라고 말하면서. 대도시의 지하철 안은 생각만 해도 답답한데 저자의 말을 들으니 무섭기까지 하다.

시골로 향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특히 30대 이하 젊은 층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일자리도 중요하지만, 답답한 도시를 떠나 새로운 시도를 하기 좋은 곳이라 생각했을까? 과거에는 수배자들의 도피처나 사업에 실패하면 머무는 곳이기도 했다. 덜해도, 없이 살아도 자연과 함께라면 답이 있을 거라는 막연함과 달리 요즘 청년들은 상당히 계획적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시골이라고 다를 게 없다. 현실은 현실이니, 소득 수준이 낮은 데다 육체적으로 힘들고 이상 기후로 인해 농작물 생산에 피해도 큰 편이다.

이 책은 도시 탈출부터 시골 안착까지 안락한 귀촌 생활을 위한 안내서이다. 2001년에 이주해서 20년이 넘게 시골살이한 저자는 시골에선 ‘모든 것이 기적인 것처럼’ 살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 문화적 결핍이나 시골 생활의 싫증으로 후회와 걱정을 하면서도 도시 탈출의 고집스러운 염원을 이길 수 없었나 보다. 시골행 준비를 시작으로 터 잡으며 집짓기, 산골의 일거리와 이웃과 주변 이야기들이 산골짝의 작은 우주를 만들고, 불만족스러운 공공기관과 지역 축제 단상 등 시골의 명암을 들춰보기도 하지만 그래도 시골이라는 결론을 맺는다.

“잘 선택해야 합니다. 내 성향은, 성정은 정말 어떤 것인지 깊이 생각해야 합니다. 시골이 내게 무엇을 줄 것인가를 들여다보기 전에, 내가 시골에 자연스레 물들어 갈 수 있을지, 고요와 적막 속에 안도하며 행복할 수 있는 사람인지를 냉정하게 숙고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결국 선택의 문제이며, 도시나 특히 시골은 사람 사는 일이 다 똑같다고는 하지만, ‘작은 차이’에서 발견하는 행복이 시골 생활에 기적을 가져다주는 것 같다. 저자가 깨달은 ‘작은 차이’가 궁금하다면 이 책을 꼭 읽어보길 바란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