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여름은 거기에 있어
정세진 지음 / 개미북스 / 2023년 7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저자가 딸아이 해서와 매해 여름을 제주 집에서 보낸 기록들이며, 아이와 함께라서 여름을 여름답게 보내는 저자를 발견할 수 있다. 갈아입을 옷은 생각지도 않고 바다에 뛰어들고, 모래를 주물주물 만졌다가 젖은 머리로 모래밭에 드러눕는가 하면, 자외선 상관없이 햇볕에 민낯을 맡기기도 한다. 마치 어린 시절 추억을 꺼내 요술 가루처럼 쏟아내는 삶을 사는 저자의 모습이 여름의 강렬한 햇빛만큼 쨍하게(진하게) 그려졌다. 가득한 초록, 시끄러운 벌레 울음소리, 많은 냄새 등 모든 감각이 살아나는 여름은 싱싱함 그 자체라 마치 자라는 아이를 보는 것 같다는 저자의 생각에 덧붙이자면, 자라는 계절 여름이기도 하지만, 습한 날씨와 무더위로 물러지기 쉬운 날씨도 여름이다. 자라나는 아이에게 해맑은 천진난만함이 있는가 하면, 세상살이 앎을 받아들이는 성숙통을 겪기도 한다. 자라기 위해 동반되는 것들을 여름을 함께 즐길 줄 아는 엄마와 함께라면 주변을 둘러싼 모든 게 건강하지 않을까? 제주도, 그해 여름도, 해서도, 엄마도.

이 책에는 저자의 글만큼이나 진한 여름의 사진이 있다. 아이들이 해변에서 뛰어노는 모습은 저절로 미소 짓게 하고, 멋없는 양은 밥상이 제주 해변과 함께하니 절로 무드가 탄생하기도 한다. 아기자기한 해서의 보석 같은 바다 수집품도 구경하고, 홍시처럼 예쁘게 불타오르는 제주 바다의 노을 사진은 한참을 넋 놓고 쳐다봤다. 여름의 맛을 느낄 수 있는 음식들과 초록의 풀 향이 나는 숲 또한 제주의 여름을 느끼는데 충분했다.

“내일도 바다에서 만나!”

느슨한 제주 바다의 약속과 구속력 없는 매일은 사는 맛을 아이에게 편식 없이 제공하는 것 같아 참 좋았다. 비록 여름은 거기에 두고 와야 하지만 제주의 사계절을 이야기하는 날이 꼭 올 거라 믿는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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