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소설로 이 정도의 원초적 성적 욕망과 결핍에 대해 이야기했던 책이 있었을까? 조금은 충격적이기까지 한 이번 이야기는 4명의 각기 다른 사랑의 색을 우리에게 보여주며 사랑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넉넉한 집의 무남독녀로 욕심 없고 쾌활한 은채. 그녀는 자신과 완전히 반대인 지나치리만큼 조용하고 고립된 윤을 사랑했지만 언제나 그는 서늘하다. 한 번도 남자 경험이 없던 그녀의 몸은 달아있었고 그를 원했지만 그는 언제고 물러난다. 더욱이 그의 작업실에 드나드는 누드모델 희경의 존재를 알게 되며 그녀의 불안함은 극에 달한다.
그에 대한 갈증은 실망으로, 고독으로 우울로 끝내는 망가짐으로 나아간다.
은채에게
사랑은, 그것은 비극이다.
그러나 비극이 반드시 슬픈 것은 아니다. 단지 아플 뿐, 그것이 사랑이다. 철없는 사랑이다.
p17
그림에 대한 욕망, 하지만 색맹인 윤에겐 그저 꿈일 수밖에 없는 것. 타고난 실력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색맹이라는 치명적 약점은 그를 움츠려들게 했고 그때 그에게 다가왔던 여자는 그에게 성적인 모든 것을 알려주었다. 그녀를 통해 첫 경험을 하고 사랑이라 믿었지만 어느 날 갑작스레 다가온 그녀의 부재는 그를 혼돈스럽게 만들었다. 여자를 사서 욕구를 해결하고 그 속에서 첫사랑의 그녀를 찾는다. 그러던 때 만난 천진한 여자 은채.
자신을 원하는 것을 알지만 책임이 동반된 관계가 두려워 물러나기만 했다. 그리고 조금씩 마음을 열어가던 때 그녀에게 받은 충격적 선물. 그는 그동안 자신이 알았던 다른 세상을 보게 된다.
윤에게
사랑은 차갑다.
손을 델 것 같은 냉기, 드라이아이스 같은, 끝내 증발하고 마는 것, 그것이 사랑이다.
p89
평범한 집의 장녀 희경. 시골에서 올라와 유부남과 사랑에 빠져 첫 몸과 마음을 주고 우연한 계기로 누드모델이 된 희경. 그녀는 누드모델이란 직업에 나름 만족하며 열심히 살고 있다. 직업적 특성 때문인지 일하며 작가들과 심심치 않게 몸을 섞고 섹스에 관대하다 해야 할까? 나름 성적 환희에 눈을 뜨며 재미를 즐기던 그녀가 성형외과 의사인 주호를 만난다. 윤의 모델로 작업실을 드나들다 만나게 된 남자 주호. 돈 많고 신사적이지만 이상하게 쉽게 다가오지 않는다.
어느날 돈이 급하게 필요한 그녀에게 윤의 여자인 은채는 위험한 일은 제안하고 물론 거기에 따른 돈을 내밀며 그녀를 혼돈에 빠뜨리게 된다.
희경에게
사랑은 가볍다.
가벼운 건 쉽다. 고로 사랑은 쉽다. 그 가볍고 쉬운 걸 나는 갖지 못했다.
p159
좋은 집안에 성형외과 의사인 주오. 하지만 어린 시절 트라우마로 발기에 문제가 있는 그는 여자와의 관계를 원했지만 쉽지 않았고 결혼할 때도 그가 쉽게 좌지우지할 수 있는 여자를 택했다. 보통의 방식으로 사랑을 나눌 수 없던 그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욕구를 해결해갔고 부인에게도 그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어느 날 자신에게 이혼을 요구하는 부인에게 분노했고 그때 만나게 된 사람들이 화가 윤과 그의 모델 희경이다. 아내와 비슷한 향을 가진 희경에게 조금씩 끌리기 시작하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그녀를 길들이려했지만 예상치 못한 자신의 치부를 들키게 되고 망가진 윤의 그림 앞에서 그와 희경, 은채는 조우하게 되는데.
주오에게
사랑은 난폭하다.
난폭함도 사랑의 얼굴을 하고 있다. 길들여지지 않는 난폭함이 없듯 길들이지 못할 사랑도 없다.
p2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