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을 수 있는 여자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이은선 옮김 / 은행나무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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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언들'의 작가 마거릿 애트우드는 페미니즘 문학의 대표자로 꾸준히 노벨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이번 소설이 작가의 첫 번째 소설이라고 한다.

 

                                                      

설문조사 회사에 다니는 이십 대 중반의 미혼 여성 메리언.

그녀는 대학을 나왔지만 그 회사에서 위치는 애매하다.

위층의 남자라고 불리는 고위층 남자들과 아래층 남자들이라 불리는 허드렛일을 하는 남자들. 그사이 중간 사무실에서 일하지만 위로 올라갈 가능성은 없는 그런 수준의 일.

매일 회사를 출근하고 이상적인 애인 피터도 있다. 하지만 어느 날 그녀에게 찾아온 음식 거부 반응.

이유는 뭔지 정확히 모르지만 처음 육류부터 시작해 못 먹은 음식의 범위가 점점 넓어지고 그녀는 불안해진다.

그리고 현실도피처럼 피터와의 결혼을 약속하는 메리언.

메리언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룸메이트 에인슬리.

그녀는 좀처럼 예상할 수 없는 부류다. 행동하는 것은 너무도 자유분방하면서도 여성성의 완성은 출산이라고 믿는다. 결혼은 싫지만 아이는 낳으려는 에인슬리. 그리고 자신의 목표대로 그에 적합한 유전자를 찾아 계획을 실행한다.

설문조사 도중 우연히 만난 남자 덩컨. 그는 이 책의 등장인물 중 가장 독특하다. 피터가 남성성의 상징이라면 덩컨은 모성애를 자극한다고 해야 할까? 그는 연약한 외양으로 언제나 돌봄 받는 걸 당연히 여기고 매 순간 그녀를 이기적으로 대하지만 메리언은 어찌 된 게 자신이 혼란스러운 순간 그를 찾게 된다.

그녀의 혼란을 잠재울 수 있는 사람은 그 하나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메리언의 혼란은 평소의 그녀답지 않은 행동을 하게 되는 것으로 발산되며 결국 스스로 사회가 강요한 역할을 깨면서 그것에서 벗어나게 된다. 물론 그녀의 모습을 보는 약혼자 피터는 더욱 혼란스러워지지만.

1960년대 캐나다 배경의 소설 이지만 지금에 대입해 봐도 크게 세월감이 느껴지지는 않는다.

여성이라는 굴레는 지금도 많은 곳에서 씌워지고 있다. 학교에서 배웠던 내 역할과 다른 것을 요구하는 사회와 또 결혼 후 더해진 모성을 빗댄 여자의 역할을 통해 나 또한 많이 힘들었었다.

 

주인공은 음식의 거부라는 것을 통해 갈등과 괴로움을 보여주었고 마지막 사회가 요구하는 여자라는 모습의 음식을 먹어치우며 그것을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사회에서 요구하는 어떤 모습이 그들이 말하는 정상인 건지, 정상이고 싶어 발버둥 치면서 얼마나 자아가 깨지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소설.

힘겨웠지만 좀 더 단단해졌고 자립적으로 변해 자신의 주도권을 되찾은 주인공의 모습을 보며 요즘의 페미니즘 소설이라고 하기엔 좀 부족해 보였지만, 책이 나온 시대를 감안한다면 획기적 소설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주인공의 행동을 예측할 수 없어 뒷내용이 너무 궁금해 완전히 몰입하게 만드는 매력적인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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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도시 이야기 허밍버드 클래식 M 5
찰스 디킨스 지음, 김소영 옮김 / 허밍버드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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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 전 읽어야 하는 감동 대작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이 책은 18세기 프랑스 혁명을 바탕으로 쓴 찰스 디킨스의 역사 소설이다.

거기다 놀라운 건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단행본이라고 하는데 사실 난 한 번도 이 책을 읽어야겠다 생각했던 적이 없었고 이전에는 이 책에 대한 관심도 전혀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 책을 읽고 나서 왜 가장 많은 이들이 읽었는지, 왜 대중성과 예술성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 하는지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물론 초반엔 많은 비유적 표현과 특유의 고전적 문체 덕분에 쉽게 읽지는 못했다.

                        

제목에서 말하는 두 도시는 프랑스의 파리와 영국의 런던이다.

도시는 스산함과 두려움으로 가득 차 있다.

텔슨은행의 나이 든 직원 로리는 마네트 박사를 구하기 위해 프랑스로 떠난다. 가기 전 그는 마네트 박사의 딸 루시를 만나 그녀의 아버지가 살아있으며 어떤 이유에서인지 오랜 기간 감옥에 갇혀 있었다는 것을 알리고 그녀와 함께 마네트 박사를 만나러 파리로 간다.

파리에서 본 마네트 박사는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아직도 자신이 갇혀있다 여기고 불안에 허덕이는 모습을 보였고 루시는 그런 아버지를 데리고 런던으로 가게 되는데.

런던으로 가는 배에서 그들은 찰스라는 프랑스 남자를 만나게 되고 프랑스를 자주 오가던 그는 첩자라는 누명을 쓰고 재판을 받게 된다.

그 재판에서 마네트 박사 부녀는 증인으로 서게 되고, 찰스와 똑닮은 시드니라는 사람이 변호를 맡는다. 불리했던 재판은 시드니의 재치로 끝이 나게 되고 이런 과정 속에서 찰스와 루시는 사랑에 빠진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시드니도 루시를 마음에 품게 된다.

시드니의 고백에도 불구하고 찰스와 루시는 결혼을 하게 되고 시드니는 그 마음을 그대로 눌러둔 채 그들 부부와 가족처럼 지낸다.

세월이 지나 찰스는 하인을 돕다가 망명자라는 죄목으로 체포되었고 재판을 하면서 그의 과거가 밝혀지며 시민들의 지탄을 받고 그는 프랑스 혁명에 휘말려 결국 사형을 선고받게 된다.

그 사건으로 인해 루시까지 위험에 처하게 되자 그것을 파악한 시드니는 그녀를 위해 모종의 계획을 세운다.

바로 자신이 찰스와 꼭 닮은 얼굴이라는 것을 이용해 찰스를 감옥에서 내 보내고 자신이 감옥에 남았고 결국 그는 단두대에 오른다.

사랑을 위해,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기꺼이 단두대로 걸어간 시드니.

자신이 사랑한 여인이 찰스라는 남자와 가정을 이루며 사는 것을 보고도 그들을 위해 죽음을 선택한 그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프랑스 혁명을 배경으로 하는 역사 소설이라지만, 이 소설이 많이 읽히는 데엔 이런 진정한 사랑 이야기가 함께 하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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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화원 Art & Classic 시리즈
프랜시스 호지슨 버넷 지음, 아일렛, 솔 그림, 진주 K. 가디너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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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책 아트앤 클래식 시리즈 중 이번 책은 오일 파스텔 그림과 함께하는 '비밀의 화원'이다.

인도에서 살고 있는 귀족 소녀 메리. 깡마르고 못된 성질의 아이는 콜레라가 덮친 곳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았고 후견인이 될 고모부에게 보내진다.

메리가 도착한 미슬스웨이트의 고모부의 집은 암울 그 자체다.

고모부는 등이 굽어 우울증 빠진 사람처럼 메리를 보려 하지도 않았고 아무도 메리를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처음 메리는 불평만 하는 고집쟁이 못된 아이였을 뿐이었지만 하녀 마샤를 통해 점점 변화하기 시작한다.

마샤의 동생 디콘은 동물들과 교감을 하는 건강한 소년이다. 그런 디콘과 교류하며 메리는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건강해지며 못된 성질은 온화해지고 살이 붙고 얼굴에 생기가 넘치게 된다.

점점 건강한 소녀로 바뀌기 시작한 메리는 어느 날 대저택에서 울음소리를 듣게 되고 얼마 후 그 울음소리의 정체를 알게 된다.

울음소리의 주인공은 고모무의 아들인 콜린.

예전의 메리처럼 깡마른 데다가 자신이 등이 휘고 곧 죽게 될 거라 굳게 믿는 열 살의 소년.

그는 침대에서 누워만 있으면서 히스테리 속을 헤매고 있다. 그런 콜린을 보며 메리는 예전의 자신을 떠올렸고 디콘이 자신을 변화시킨 것처럼 그녀는 콜린을 변화시키기 시작한다.

넓은 정원엔 십 년 동안 굳게 잠겨있는 정원이 있다. 콜린의 엄마가 가꿨던 정원은 주인을 잃고 버려져 잠겼지만 아이들은 정원의 열쇠를 찾고 비밀리에 정원을 가꾸기 시작한다. 말라죽은 줄만 알았던 정원은 아름답게 살아났고 병들었던 아이들도 정원과 함께 건강하게 성장한다,  

비밀의 정원에서 아이들은 마법이라며 주문을 외운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모두 이루어지는 기적. 하지만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그건 마법도 기적도 아닌 어떻게 마음먹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걸.

밝고 건강한 마음은 마법처럼 모두를 변화시켰다. 정말 마법처럼 말이다.

'얘야, 네가 장미를 가꾸는 곳에는 엉겅퀴가 자랄 수 없단다.'


아름다운 자연과 함께 성장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여주며 따스한 비밀을 이야기하는 '비밀의 화원.'

다채로운 색감의 그림과 함께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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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호 식당 2 : 저세상 오디션 (청소년판) 특서 청소년문학 18
박현숙 지음 / 특별한서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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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 우리 집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인 박현숙 님.

'구미호 식당 1'을 아이의 추천으로 봤는데 사실 큰 기대는 없었다. 아이들의 눈에나 재밌겠지 무슨 그걸 성인 버전으로 다시 나와 하면서... 하지만 읽고 나니 왜 아이들이 그리 열광하는지 알 수 있을 만큼 기대보다 재밌게 읽었다.

이번 '저세상 오디션'은 '구미호 식당 2'라는 소제목으로 나온 책이다. 하지만 꼭 1을 읽지 않더라고 충분히 이해할 만했고 초등학생 고학년 정도라며 아주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만한다.

                                

제목부터 독특하다. 아무리 오디션 프로그램이 한때 유행이었다지만 무슨 저세상에도 오디션? 인가했다.

사람이 이 생에서 죽으면 저승으로 가지만 저승으로도 가지 못하고 그 사이를 떠도는 영혼들이 있다고 한다. 그들은 바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들.

수많은 경쟁력을 뚫고 애써서 이 세상에 보내줬지만 자신의 삶을 다 채우지 못하고 포기한 그들은 저승으로 가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는다.

그렇게 모인 열세 명. 하지만 그중 나일호는 완전히 억울하게 이곳에 왔다.

스스로 죽은 것도 아니고 그저 같은 학교 친구의 목숨을 구하려다 같이 죽게 됐는데 왜 그가 이곳 왔을까?

그곳을 다스리는 마천과 사비에게 말해 오류를 지적하자 그들마저 당황하고 일단 저승으로 가려면 모두 오디션을 통과하라고 한다.

오디션의 미션은 심사위원의 눈물.

처음 모두 시큰둥 했지만, 이 세상 추위가 아닌 무시무시한 추위와 가슴을 긁는 울음소리를 들은 그들은 한시라도 이곳을 벗어나고자 오디션에 참가하지만 심사위원의 눈물을 쏟아 내기가 만만치 않다.

이곳에 잘못 오게 된 일호, 그리고 그것을 이용하려는 사람들. 그 속에 보이는 인간의 이기심.

죽으면 모든 게 끝이라 여겼던 그들은 살을 에는 추위 속에서 죽음이 다가 아니란 걸 알게 되고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기 시작하는데.

 

요즘 힘든 날이 참 많다.

때론 가까운 이에게서, 때론 직장에서 상처받기도 하고 또 그만큼 상처 주기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 글을 읽으며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오늘이 불행하다고 해서 내일도 그럴 건 아니라는 이 글은 그래서 더 와닿는다.

견디고 또 즐기면서 살라는 마천의 말을 가슴에 깊숙이 간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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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쓰는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모든북스 감성시집 1
윤동주 지음 / 모든북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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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울의 시기, 가난의 시기를 살았던 시대의 지식인 윤동주.

그는 고작 삼십 년도 안되는 삶을 살았으며

안타깝게도 우리 역사상 가장 힘든 시기를 살았다.

그럼에도 그의 시 한 절 모르는 우리나라 사람은 없을 정도로 우리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가 그토록 원했을 광복도 보지 못하고 일제의 차가운 형무소에서 죽음을 맞이한 윤동주.

오늘도 그의 시를 읽노라면 그시대 그의 고뇌가 조금은 보여 마음이 아프다.

그 당시 최고의 지식인이면서 앞으로 나서서 독립운동을 하지 못하는 자신을 한없이 탓하는 그.

그는 살아있는 모든 순간 고뇌했고 우리나라의 아픔을 가슴속 깊게 아파했다.

그의 마음을 이야기하는 듯한 '못 자는 밤'.

얼마나 많은 밤을 그는 어둠 속에서, 추위 속에서 고뇌했을까.

                                                                         

그의 시는 학창 시절부터 시작해 언제나 우리 곁에 가까이 머무른다.

대표작인 '서시'를 비롯해 내가 가장 좋아하는 '별 헤는 밤' 그리고 '자화상', '십자가', '참회록' 등은 제목만 들어도 아마 어느 정도의 구절들이 떠오를 것이다.

특히나 별 헤는 밤은 여러 굿즈의 아이템으로 사용될 만큼 우리에게 사랑받는 시다.

                          

나의 아주 오래된 다이어리는 별 헤는 밤이란 이름으로 만들어졌고 덕분에 난 몇 년이 지나도록 저 다이어리를 버리지 못하고 책장에 고이 모셔두고 있다.

이번 시집의 표지는 지금껏 보았던 것보단 좀 더 밝고 환한 하늘을 표현한다. 화가가 꿈인 초등학생의 작품이라고 하는데, 역시 아이들 상상에 별 헤는 밤은 저렇게 알록달록 아름다운 모습인 것 같다.

윤동주 그가 좀 더 이런 환하고 아름다운 세상을 누리고 갔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안타까움이 더해간다.

시집의 뒷부분엔 필사를 할 수 있도록 왼편엔 시가, 오른 편엔 빈 공간이 있다.

필사는 그저 읽기만 했을 때와는 또 다른 기분이 든다.

한 글자 한 글자 꾹꾹 눌러 쓰다 보면 그의 추억과 사랑과 쓸쓸함 그리고 동경에 대해 좀 더 생각하게 됐고 그러다 보면 또 가슴이 아파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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