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우리 집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인 박현숙 님.
'구미호 식당 1'을 아이의 추천으로 봤는데 사실 큰 기대는 없었다. 아이들의 눈에나 재밌겠지 무슨 그걸 성인 버전으로 다시 나와 하면서... 하지만 읽고 나니 왜 아이들이 그리 열광하는지 알 수 있을 만큼 기대보다 재밌게 읽었다.
이번 '저세상 오디션'은 '구미호 식당 2'라는 소제목으로 나온 책이다. 하지만 꼭 1을 읽지 않더라고 충분히 이해할 만했고 초등학생 고학년 정도라며 아주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만한다.
제목부터 독특하다. 아무리 오디션 프로그램이 한때 유행이었다지만 무슨 저세상에도 오디션? 인가했다.
사람이 이 생에서 죽으면 저승으로 가지만 저승으로도 가지 못하고 그 사이를 떠도는 영혼들이 있다고 한다. 그들은 바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들.
수많은 경쟁력을 뚫고 애써서 이 세상에 보내줬지만 자신의 삶을 다 채우지 못하고 포기한 그들은 저승으로 가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는다.
그렇게 모인 열세 명. 하지만 그중 나일호는 완전히 억울하게 이곳에 왔다.
스스로 죽은 것도 아니고 그저 같은 학교 친구의 목숨을 구하려다 같이 죽게 됐는데 왜 그가 이곳 왔을까?
그곳을 다스리는 마천과 사비에게 말해 오류를 지적하자 그들마저 당황하고 일단 저승으로 가려면 모두 오디션을 통과하라고 한다.
오디션의 미션은 심사위원의 눈물.
처음 모두 시큰둥 했지만, 이 세상 추위가 아닌 무시무시한 추위와 가슴을 긁는 울음소리를 들은 그들은 한시라도 이곳을 벗어나고자 오디션에 참가하지만 심사위원의 눈물을 쏟아 내기가 만만치 않다.
이곳에 잘못 오게 된 일호, 그리고 그것을 이용하려는 사람들. 그 속에 보이는 인간의 이기심.
죽으면 모든 게 끝이라 여겼던 그들은 살을 에는 추위 속에서 죽음이 다가 아니란 걸 알게 되고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기 시작하는데.
요즘 힘든 날이 참 많다.
때론 가까운 이에게서, 때론 직장에서 상처받기도 하고 또 그만큼 상처 주기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 글을 읽으며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오늘이 불행하다고 해서 내일도 그럴 건 아니라는 이 글은 그래서 더 와닿는다.
견디고 또 즐기면서 살라는 마천의 말을 가슴에 깊숙이 간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