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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개의 달 시화집 봄 ㅣ 열두 개의 달 시화집
윤동주 외 지음, 귀스타브 카유보트 외 그림 / 저녁달고양이 / 2021년 3월
평점 :
열두 개의 달 중 삼, 사, 오월의 봄을 이야기하는 시화집 봄.
봄은 언제나 두 가지 감정을 떠오르게 한다.
지난 겨울의 아쉬움과 새로운 봄의 설렘,
추운 고독의 계절을 지난 따스한 날에 대한 기대감 그리고 길지 않은 봄에 대한 때 이른 걱정까지.
첫사랑의 아련함이 떠오르기도 하고, 바람마저 다정하다는 다감함이 떠오르기도 하는 봄.
마냥 설레는 그 시절로 돌아가고프게 하는 계절 봄.
그런 봄의 이야기를 아름다운 그림과 함께 만나 보았다.
삼월.
포근한 봄 졸임이 떠돌아라
고뇌하는 시인 윤동주의 글을 읽노라면 언제고 마음 한구석이 아련하고 싸르르 해진다.
'봄은 다 가고-동경교외 어느 조용한
하숙방에서, 옛 거리에 남은 나를 희망과
사랑처럼 그리워한다.'
-사랑스런 추억, 윤동주-
포근히 졸고 싶은 봄날, 시대적 상황 때문에 맘껏 봄도 느끼지 못했던 그가 희망과 사랑처럼 그리워한다는 말이 너무도 가슴을 아프게 한다.
사월.
산에는 꽃이 피네
아직 남았던 찬 기운도 완전히 사라지고 완전한 봄의 옷을 입은 사월.
'벚꽃잎이여
하늘도 흐려지게
흩날려 다오
늙음이 찾아오는
길 잃어버리게.'
-아리와라노 나리히라-
흐드러진 아름다운 벚꽃을 보며 늙음이 길 잃어버리게 날려달라니!
사월의 봄을 노래하는 시인들은 여러 아름다운 어휘로 우리를 흔들어놓는다.
떨어지는 꽃을 보면 괜시리 설웁다.
'말도 없는 밤의 설움 소리 없는 봄의 가슴' -봄은 간다, 김억-
봄의 새로움이 반가우면서도 두렵다.
'행여나 봄인가 하고 반가운 듯 두려운 듯' -새 봄, 조명희-
오월.
다정히도 불어오는 바람
다정히 부는 봄바람을 그리도 느껴보고 싶었던 아픈 시대의 시인 김영랑. 이름조차 봄 분위기 한껏 풍기는 그는 그토록 간절히 봄을 기다린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모란이 피기까지는, 김영랑-
'열두 개의 달 시화집 봄'을 읽노라면 설레면서 두렵고, 달콤하면서 아쉽다.
사계절의 모두 아름답지만 유독 짧게 느껴지는 봄이란 계절의 특성에 더욱더 그리 느끼기도 하겠지만
추운 시절을 이겨낸 자랑스러움에 뿌듯하다가 다가올 뙤약볕에 지래 겁먹기도 하기 때문인 것 같다.
시를 자주 읽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맘때쯤이면 시가 읽고 싶어진다.
벚꽃이 피고 저 꽃이 지기 전엔 꼭 읽어야 할 것 같아 마음이 급해지는 지금,
너무도 예쁘게 만들어진 시화집 한 권에 마음이 한껏 부풀었다 가라앉다를 반복했다.
감각적인 책 소개와 시를 더 돋보이게 하는 천재 화가들의 명화가 완벽한 조화를 이룬 완벽한 봄의 시화집 '열두 개의 달 시화집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