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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역사가 되다
최문정 지음 / 창해 / 2021년 1월
평점 :
로맨스 실화 소설 '사랑, 역사가 되다'.
책에는 일곱 커플의 사랑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고 이 이야기는 일명 세기의 사랑이라 불리는 이들의 이야기다.
틀린 사랑은 없고 다른 사랑만 있을 뿐이라는 책 소개를 믿고 어떤 다른 사랑 이야기가 존재할지 책을 펼쳤다.
*오로지 사랑만을 위해서 사랑해 주세요 - 엘리자베스 배럿 브라우닝
빅토리아시대의 영국 시인으로 유명한 엘리자베스는 시한부 생을 선고받을 만큼 몸이 약했고 서른아홉의 나이까지 약한 몸 때문에 집에서만 생활하던 미혼의 시인이었다. 그런 그녀와 편지를 주고받으며 사랑에 빠진 로버트 브라우닝.
처음 로버트의 구애를 그녀는 거절했다. 6살 연상에 질병, 집안의 반대, 가난 등 거절의 이유는 너무도 많다.
하지만 주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사십의 나이에 비밀 결혼을 하며 이탈리아로 사랑의 도피를 하는 그들.
매 순간이 꿈과 같고 기적의 날들로 변하게 한 사랑.
사랑의 힘으로 그녀는 아이도 낳고 기대보다 더 긴 인생을 살며 최고의 사랑꾼답게 사랑의 시도 많이 남기게 된다.
제가 그대를 사랑함에 있어
제 모든 숨결과
사랑스러운 웃음과
기뻐하고 힘들어하면서 흘린 눈물과
그리고 제 모든 삶을 다 바쳐서
당신을 사랑합니다.
-엘리자베스 브라우닝-
*하얀 웨딩드레스 -알렉산드리나 빅토리아 하노버
하얀 웨딩드레스의 기원을 만든 빅토리아 여왕. 그녀는 왕실의 검소함과 절제를 보여주고자 흰색의 웨딩드레스를 선택했다고 한다.
빅토리아 여왕은 세기의 사랑이라고 하기엔 아이러니하게도 첫 시작은 정략결혼에 가까웠다.
외사촌이자 독일인이 앨버트 대공과 스물의 나이에 결혼을 하는데, 앨버트는 결혼하며 능력을 펼칠 기회를 잃게 된다. 그들은 많은 부분에서 대립했고 덕분에 처음 결혼 후 치열하게 싸웠다. 하지만 빅토리아는 눈치 보지 않고 자신의 의견에 반대할 유일한 사람이 그라는 것을 알고 점점 그를 믿고 의지하게 되며 그들은 단순한 부부관계를 넘어 정치적 동반자로 함께 하게 된다.
군림하되 통치하지 않는 왕이 되어 입헌군주제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던 앨버트의 사상을 받아들이고 그녀는 왕실의 변화를 주도했다.
'죽도록 사랑해서 결혼하는 건 흔한 일인 데다 그리 힘들 것도 없다.
하지만 죽도록 사랑하면서 결혼생활을 하는 건 어렵고 힘들다.'
비록 죽도록 사랑해서 한 결혼은 아니지만 여왕이란 지위와 여왕의 남편으로 밖에 불릴 수 없는 상황에서 사랑이 더 굳건해지는 건 대단한 일임엔 틀림없다.
남편인 앨버트가 죽고 곳곳에 그의 흔적을 남기려고 애쓴 빅토리아. 하지만 그럼에도 시종인 존 브라운과 연인 관계를 유지했다고 하니 외로움은 어쩔 수 없었나 보다.
*마지막 편지 -애덜린 버지니아 울프
'의식의 흐름'이란 기법으로 유명한 버지니아 울프. 영화나 다른 책에서 많이 인용되기에 언제나 친숙한 작가로 인식되지만 의식의 흐름이란 기법이 독자가 읽기엔 너무도 불친절한 기법이고 집중하기도 쉽지 않아 실제 그녀의 책을 읽어보진 못했다.
버지니아는 어린 시절 이복 오빠들에게 당한 성추행, 자유를 갈망하던 그녀의 성격과 반대인 시대적 분위기 그리고 사랑하는 이들의 죽음으로 인해 사춘기 시절부터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
오빠 친구였던 레너드가 그녀에게 청혼하자 두 가지 조건을 내건다.
성관계 하지 않을 것 그리고 자신을 위해 공무원이란 생활을 포기할 것.
보통 사람이 들었다면 너무도 황당해 절대 수용하지 못할 조건임에도 레너드는 그것을 받아들이며 그녀와 결혼생활을 시작한다. 그리고 매일 그녀의 생리주기와 몸무게를 체크할 정도로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그녀를 신경 쓰고 애정을 쏟는다.
그 덕분에 버지니아는 많은 글을 남겼고 비록 마지막을 스스로 강으로 걸어들어갔지만 죽는 순간까지 그에게 편지를 남길 만큼 그를 향한 마음은 사랑이었다.
'강으로 걸어 들어가면서도 그녀가 걱정한 건 단 하나였다.
그녀가 없는 세상, 우리의 편견 속에 홀로 남겨져 고통받아야 하는 레너드......'
정말 현실에서 있기 힘든 사랑이라 생각되지만 버지니아는 동성애 관계를 가졌었고 레너드는 그녀가 자살한 뒤 공예가와 연인이 되었다고 한다.
*심프슨 블루- 배시 윌리스 워필드 스펜서 심프슨 원저 공작부인
세기의 사랑이란 수식어가 가장 어울리는 커플이라면 아마 윌리스와 에드워드 8세의 사랑이 떠오를 것 같다.
두 번의 결혼 경력이 있는 윌리스와 영국 황태자 에드워드 8세. 윌리스를 받아들이지 않는 황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에드워드는 자신의 사랑을 끝까지 지킨다. 결국 왕이 되었음에도 사랑하는 여자를 왕비로 인정해 주지 않고 배척하자 그는 왕위를 포기하고 윌리스를 선택한다.
"나는 당신을 차지하기 위해 하찮은 이득을 포기했소"
소설 속에나 나올법한 얼마나 로맨틱한 이야기 인가!
하지만 사랑을 위해 왕위까지 버린 에드워드에게 사람들은 희생적 사랑의 대명사라며 열광했지만 두 번이나 이혼한 그것도 유부녀인 상태에서 황태자를 만났던 윌리스에게는 완전히 가혹했다.
유부녀에 뛰어난 미모의 여성이 아님에도 자신을 사랑했던 황태자. 그리고 자신을 위해 모든 것을 포기했던 남자가 준 큰 사랑을 받았던 윌리스는 분명 행복했겠지만 그런 모든 것의 반대 급부로 평생 그녀에게 짐이 되었던 건 분명한 사실인 것 같다.
죽는 순간까지 영국에 가지 못했던 에드워드 8세는 죽어서야 비로소 왕실 가족 묘지에 묻히게 되고 윌리스도 에드워드 8세 옆에 윈저 공작부인, 윌리스란 이름으로 묻히게 된다.
*세상에 없는 아이 -가네코 후미코
일본의 아나키스트이자 독립운동가 박열의 아내 가네코 후미코.
그녀는 무적자인 상태로 불행한 어린 시절을 보내다 열아홉에 박열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 무정부주의자였던 그녀지만 박열을 사랑하게 되며 그의 독립 둔동을 지지하게 되고 그의 나라 조선까지 사랑하게 된다.
둘은 같이 수감이 되고 그녀에게 전향을 요구하며 감형해 준다 하지만 그녀는 그와 같은 형을 달라 목소리를 높인다. 결국 사형이 선고되고 그들은 감옥에서 혼인신고를 하며 정식으로 부부가 된다.
"나는 박열의 본질을 깊이 사랑한다."
-가네코 후미코의 마지막 법정 발언 중-
스물셋의 나이 감옥에서 자살로 생을 마무리한 가네코 후미코. 마지막 순간까지 남편인 박열에 대한 사랑은 깊었지만 박열은 20년의 세월이 더 지나 출옥한 뒤 1년 후 열여덟 살 연하의 여인과 결혼을 한다.
그녀가 죽고 난 후 박열은 가네코의 기일날 이면 아무것도 먹지도 않고 묵상하며 그녀를 위해 기도했다고 한다. 일 년 중 단 하루는 그래도 자신과 함께했고 그를 사랑해 죽음에까지 간 그녀를 기억하는 것이다.
하지만 엄청난 그녀의 사랑에 비하면 아무리 생각해도 배신감이 드는 부분이다.
*아홉개의 화살 - 막달레나 카르멘 프리다 칼로 이 칼데론
멕시코 초현실주의 화가 프리다 칼로.
그녀는 6살 소아마비를 앓기 시작하면서 수십 번의 수술을 한다. 그럼에도 침대에 누워서도 그림을 그렸고 그 순간이 행복했던 프리다 칼로.
스물둘의 나이에 멕시코의 영웅이라는 디에고를 만난다. 스물한 살의 연상에 못생긴 외모 거기다 유부남에 복잡한 여자관계까지 있는 그를 그녀는 왜 사랑하게 되었을까.
그를 만나며 그녀의 사랑은 광적인 수준이 된다. 수도 없는 상처를 그에게 받으며 결국 결혼까지 하게 되지만 결혼 후에도 그의 바람기는 수그러들지 않고 그녀의 동생과 불륜을 저지르는 등 끝없이 그녀를 괴롭힌다.
그에게서 벗어나고자 유부남을 만나기도 하고 어린 남자를 만나기도 하며 다른 사랑을 찾기도 했다. 하지만 끝내 디에고에게서 벗어날 수 없던 프리다.
그녀에게 사랑은 집착과 광기 그 어디쯤인 것 같아 보였고 디에고의 사랑은 뻔뻔한 이기심쯤인 것 같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평생을 고통 속에 살았던 프리다 칼로. 이런 극한 고통도 사랑이란 이름으로 칭할 수 있을까?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무명 예술가 - 오노 요코
행위 예술가이자 반전 운동가인 오노 요코. 그녀는 부유한 환경에서 자유로운 영혼으로 자라나 자신의 전시회에서 비틀즈의 존 레논을 만난다.
작품을 보고 자신과 같은 생각을 하는 그를 보고 그녀는 사랑에 빠졌고 딸과 남편과 있음에도 불구하고 스토커 못지않게 그를 따라다녔다. 그리고 유부남이었던 존 레논을 이혼시키고 그와 결혼까지 하게 된다.
그와 함께 하며 그녀는 끝없는 지탄을 받는다. 일곱 살 연상에 아이가 딸린 유부녀가 비틀즈의 존 레논과 사랑에 빠진 걸 사람들은 받아들이고 싶어 하지 않아 그녀를 고통으로 밀어 넣으려고 했다.
결혼 생활도 평탄치 않았는지 존 레논은 비서와 동거를 하며 그녀를 떠난다.
당연히 여기서 그녀의 사랑이 끝나야 맞을 것 같지만 놀랍게도 그녀는 그의 어머니 역할을 자처하며 결국 그와 1년 후 재결합을 하지만 그들의 사랑 방식은 이해하기 힘들다. 그들은 끝없이 각자 외도를 하며 그것을 용인한다.
전쟁같이 치열한 사랑을 한 그들.
스타와의 사랑은 실상은 많이 가혹했고 그럼에도 그녀는 그것을 끝까지 놓지 않았다.
일곱 커플의 사랑 이야기를 작가는 여주인공의 시점이 되어 이야기한다.
뒤편엔 실제 인물들이 사진과 설명이 수록되어 있어 그들의 실제 생활에 한 발 더 다가가는 기분이 든다.
정말 이런 지독한 사랑이 있을까 싶기도 하고 이렇게 처절하게, 다른 이들에게 고통을 줘가며 사랑을 해야 하나 싶기도 하다. 그리고 영원할 것처럼 떠들썩했던 사랑이 결국 한 사람이 먼저 떠난 후 얼마 있지 않아 또 다른 이와 연인이 되기도 하는 걸 보며 영원한 사랑이란 있는 걸까 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언제나 사랑이란 기적을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