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역사가 되다
최문정 지음 / 창해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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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 실화 소설 '사랑, 역사가 되다'.

책에는 일곱 커플의 사랑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고 이 이야기는 일명 세기의 사랑이라 불리는 이들의 이야기다.

틀린 사랑은 없고 다른 사랑만 있을 뿐이라는 책 소개를 믿고 어떤 다른 사랑 이야기가 존재할지 책을 펼쳤다.

*오로지 사랑만을 위해서 사랑해 주세요 - 엘리자베스 배럿 브라우닝

빅토리아시대의 영국 시인으로 유명한 엘리자베스는 시한부 생을 선고받을 만큼 몸이 약했고 서른아홉의 나이까지 약한 몸 때문에 집에서만 생활하던 미혼의 시인이었다. 그런 그녀와 편지를 주고받으며 사랑에 빠진 로버트 브라우닝.

처음 로버트의 구애를 그녀는 거절했다. 6살 연상에 질병, 집안의 반대, 가난 등 거절의 이유는 너무도 많다.

하지만 주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사십의 나이에 비밀 결혼을 하며 이탈리아로 사랑의 도피를 하는 그들.

매 순간이 꿈과 같고 기적의 날들로 변하게 한 사랑.

사랑의 힘으로 그녀는 아이도 낳고 기대보다 더 긴 인생을 살며 최고의 사랑꾼답게 사랑의 시도 많이 남기게 된다.

제가 그대를 사랑함에 있어

제 모든 숨결과

사랑스러운 웃음과

기뻐하고 힘들어하면서 흘린 눈물과

그리고 제 모든 삶을 다 바쳐서

당신을 사랑합니다.

-엘리자베스 브라우닝-

*하얀 웨딩드레스 -알렉산드리나 빅토리아 하노버

하얀 웨딩드레스의 기원을 만든 빅토리아 여왕. 그녀는 왕실의 검소함과 절제를 보여주고자 흰색의 웨딩드레스를 선택했다고 한다.

빅토리아 여왕은 세기의 사랑이라고 하기엔 아이러니하게도 첫 시작은 정략결혼에 가까웠다.

외사촌이자 독일인이 앨버트 대공과 스물의 나이에 결혼을 하는데, 앨버트는 결혼하며 능력을 펼칠 기회를 잃게 된다. 그들은 많은 부분에서 대립했고 덕분에 처음 결혼 후 치열하게 싸웠다. 하지만 빅토리아는 눈치 보지 않고 자신의 의견에 반대할 유일한 사람이 그라는 것을 알고 점점 그를 믿고 의지하게 되며 그들은 단순한 부부관계를 넘어 정치적 동반자로 함께 하게 된다.

군림하되 통치하지 않는 왕이 되어 입헌군주제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던 앨버트의 사상을 받아들이고 그녀는 왕실의 변화를 주도했다.

'죽도록 사랑해서 결혼하는 건 흔한 일인 데다 그리 힘들 것도 없다.

하지만 죽도록 사랑하면서 결혼생활을 하는 건 어렵고 힘들다.'

비록 죽도록 사랑해서 한 결혼은 아니지만 여왕이란 지위와 여왕의 남편으로 밖에 불릴 수 없는 상황에서 사랑이 더 굳건해지는 건 대단한 일임엔 틀림없다.

남편인 앨버트가 죽고 곳곳에 그의 흔적을 남기려고 애쓴 빅토리아. 하지만 그럼에도 시종인 존 브라운과 연인 관계를 유지했다고 하니 외로움은 어쩔 수 없었나 보다.

*마지막 편지 -애덜린 버지니아 울프

'의식의 흐름'이란 기법으로 유명한 버지니아 울프. 영화나 다른 책에서 많이 인용되기에 언제나 친숙한 작가로 인식되지만 의식의 흐름이란 기법이 독자가 읽기엔 너무도 불친절한 기법이고 집중하기도 쉽지 않아 실제 그녀의 책을 읽어보진 못했다.

버지니아는 어린 시절 이복 오빠들에게 당한 성추행, 자유를 갈망하던 그녀의 성격과 반대인 시대적 분위기 그리고 사랑하는 이들의 죽음으로 인해 사춘기 시절부터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

오빠 친구였던 레너드가 그녀에게 청혼하자 두 가지 조건을 내건다.

성관계 하지 않을 것 그리고 자신을 위해 공무원이란 생활을 포기할 것.

보통 사람이 들었다면 너무도 황당해 절대 수용하지 못할 조건임에도 레너드는 그것을 받아들이며 그녀와 결혼생활을 시작한다. 그리고 매일 그녀의 생리주기와 몸무게를 체크할 정도로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그녀를 신경 쓰고 애정을 쏟는다.

그 덕분에 버지니아는 많은 글을 남겼고 비록 마지막을 스스로 강으로 걸어들어갔지만 죽는 순간까지 그에게 편지를 남길 만큼 그를 향한 마음은 사랑이었다.

'강으로 걸어 들어가면서도 그녀가 걱정한 건 단 하나였다.

그녀가 없는 세상, 우리의 편견 속에 홀로 남겨져 고통받아야 하는 레너드......'

정말 현실에서 있기 힘든 사랑이라 생각되지만 버지니아는 동성애 관계를 가졌었고 레너드는 그녀가 자살한 뒤 공예가와 연인이 되었다고 한다.

*심프슨 블루- 배시 윌리스 워필드 스펜서 심프슨 원저 공작부인

세기의 사랑이란 수식어가 가장 어울리는 커플이라면 아마 윌리스와 에드워드 8세의 사랑이 떠오를 것 같다.

두 번의 결혼 경력이 있는 윌리스와 영국 황태자 에드워드 8세. 윌리스를 받아들이지 않는 황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에드워드는 자신의 사랑을 끝까지 지킨다. 결국 왕이 되었음에도 사랑하는 여자를 왕비로 인정해 주지 않고 배척하자 그는 왕위를 포기하고 윌리스를 선택한다.

"나는 당신을 차지하기 위해 하찮은 이득을 포기했소"

소설 속에나 나올법한 얼마나 로맨틱한 이야기 인가!

하지만 사랑을 위해 왕위까지 버린 에드워드에게 사람들은 희생적 사랑의 대명사라며 열광했지만 두 번이나 이혼한 그것도 유부녀인 상태에서 황태자를 만났던 윌리스에게는 완전히 가혹했다.

유부녀에 뛰어난 미모의 여성이 아님에도 자신을 사랑했던 황태자. 그리고 자신을 위해 모든 것을 포기했던 남자가 준 큰 사랑을 받았던 윌리스는 분명 행복했겠지만 그런 모든 것의 반대 급부로 평생 그녀에게 짐이 되었던 건 분명한 사실인 것 같다.

죽는 순간까지 영국에 가지 못했던 에드워드 8세는 죽어서야 비로소 왕실 가족 묘지에 묻히게 되고 윌리스도 에드워드 8세 옆에 윈저 공작부인, 윌리스란 이름으로 묻히게 된다.

*세상에 없는 아이 -가네코 후미코

일본의 아나키스트이자 독립운동가 박열의 아내 가네코 후미코.

그녀는 무적자인 상태로 불행한 어린 시절을 보내다 열아홉에 박열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 무정부주의자였던 그녀지만 박열을 사랑하게 되며 그의 독립 둔동을 지지하게 되고 그의 나라 조선까지 사랑하게 된다.

둘은 같이 수감이 되고 그녀에게 전향을 요구하며 감형해 준다 하지만 그녀는 그와 같은 형을 달라 목소리를 높인다. 결국 사형이 선고되고 그들은 감옥에서 혼인신고를 하며 정식으로 부부가 된다.

"나는 박열의 본질을 깊이 사랑한다."

-가네코 후미코의 마지막 법정 발언 중-

스물셋의 나이 감옥에서 자살로 생을 마무리한 가네코 후미코. 마지막 순간까지 남편인 박열에 대한 사랑은 깊었지만 박열은 20년의 세월이 더 지나 출옥한 뒤 1년 후 열여덟 살 연하의 여인과 결혼을 한다.

그녀가 죽고 난 후 박열은 가네코의 기일날 이면 아무것도 먹지도 않고 묵상하며 그녀를 위해 기도했다고 한다. 일 년 중 단 하루는 그래도 자신과 함께했고 그를 사랑해 죽음에까지 간 그녀를 기억하는 것이다.

하지만 엄청난 그녀의 사랑에 비하면 아무리 생각해도 배신감이 드는 부분이다.

*아홉개의 화살 - 막달레나 카르멘 프리다 칼로 이 칼데론

멕시코 초현실주의 화가 프리다 칼로.

그녀는 6살 소아마비를 앓기 시작하면서 수십 번의 수술을 한다. 그럼에도 침대에 누워서도 그림을 그렸고 그 순간이 행복했던 프리다 칼로.

스물둘의 나이에 멕시코의 영웅이라는 디에고를 만난다. 스물한 살의 연상에 못생긴 외모 거기다 유부남에 복잡한 여자관계까지 있는 그를 그녀는 왜 사랑하게 되었을까.

그를 만나며 그녀의 사랑은 광적인 수준이 된다. 수도 없는 상처를 그에게 받으며 결국 결혼까지 하게 되지만 결혼 후에도 그의 바람기는 수그러들지 않고 그녀의 동생과 불륜을 저지르는 등 끝없이 그녀를 괴롭힌다.

그에게서 벗어나고자 유부남을 만나기도 하고 어린 남자를 만나기도 하며 다른 사랑을 찾기도 했다. 하지만 끝내 디에고에게서 벗어날 수 없던 프리다.

그녀에게 사랑은 집착과 광기 그 어디쯤인 것 같아 보였고 디에고의 사랑은 뻔뻔한 이기심쯤인 것 같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평생을 고통 속에 살았던 프리다 칼로. 이런 극한 고통도 사랑이란 이름으로 칭할 수 있을까?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무명 예술가 - 오노 요코

행위 예술가이자 반전 운동가인 오노 요코. 그녀는 부유한 환경에서 자유로운 영혼으로 자라나 자신의 전시회에서 비틀즈의 존 레논을 만난다.

작품을 보고 자신과 같은 생각을 하는 그를 보고 그녀는 사랑에 빠졌고 딸과 남편과 있음에도 불구하고 스토커 못지않게 그를 따라다녔다. 그리고 유부남이었던 존 레논을 이혼시키고 그와 결혼까지 하게 된다.

그와 함께 하며 그녀는 끝없는 지탄을 받는다. 일곱 살 연상에 아이가 딸린 유부녀가 비틀즈의 존 레논과 사랑에 빠진 걸 사람들은 받아들이고 싶어 하지 않아 그녀를 고통으로 밀어 넣으려고 했다.

결혼 생활도 평탄치 않았는지 존 레논은 비서와 동거를 하며 그녀를 떠난다.

당연히 여기서 그녀의 사랑이 끝나야 맞을 것 같지만 놀랍게도 그녀는 그의 어머니 역할을 자처하며 결국 그와 1년 후 재결합을 하지만 그들의 사랑 방식은 이해하기 힘들다. 그들은 끝없이 각자 외도를 하며 그것을 용인한다.

전쟁같이 치열한 사랑을 한 그들.

스타와의 사랑은 실상은 많이 가혹했고 그럼에도 그녀는 그것을 끝까지 놓지 않았다.


일곱 커플의 사랑 이야기를 작가는 여주인공의 시점이 되어 이야기한다.

뒤편엔 실제 인물들이 사진과 설명이 수록되어 있어 그들의 실제 생활에 한 발 더 다가가는 기분이 든다.

정말 이런 지독한 사랑이 있을까 싶기도 하고 이렇게 처절하게, 다른 이들에게 고통을 줘가며 사랑을 해야 하나 싶기도 하다. 그리고 영원할 것처럼 떠들썩했던 사랑이 결국 한 사람이 먼저 떠난 후 얼마 있지 않아 또 다른 이와 연인이 되기도 하는 걸 보며 영원한 사랑이란 있는 걸까 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언제나 사랑이란 기적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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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 수 있는 여자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이은선 옮김 / 은행나무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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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언들'의 작가 마거릿 애트우드는 페미니즘 문학의 대표자로 꾸준히 노벨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이번 소설이 작가의 첫 번째 소설이라고 한다.

 

                                                      

설문조사 회사에 다니는 이십 대 중반의 미혼 여성 메리언.

그녀는 대학을 나왔지만 그 회사에서 위치는 애매하다.

위층의 남자라고 불리는 고위층 남자들과 아래층 남자들이라 불리는 허드렛일을 하는 남자들. 그사이 중간 사무실에서 일하지만 위로 올라갈 가능성은 없는 그런 수준의 일.

매일 회사를 출근하고 이상적인 애인 피터도 있다. 하지만 어느 날 그녀에게 찾아온 음식 거부 반응.

이유는 뭔지 정확히 모르지만 처음 육류부터 시작해 못 먹은 음식의 범위가 점점 넓어지고 그녀는 불안해진다.

그리고 현실도피처럼 피터와의 결혼을 약속하는 메리언.

메리언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룸메이트 에인슬리.

그녀는 좀처럼 예상할 수 없는 부류다. 행동하는 것은 너무도 자유분방하면서도 여성성의 완성은 출산이라고 믿는다. 결혼은 싫지만 아이는 낳으려는 에인슬리. 그리고 자신의 목표대로 그에 적합한 유전자를 찾아 계획을 실행한다.

설문조사 도중 우연히 만난 남자 덩컨. 그는 이 책의 등장인물 중 가장 독특하다. 피터가 남성성의 상징이라면 덩컨은 모성애를 자극한다고 해야 할까? 그는 연약한 외양으로 언제나 돌봄 받는 걸 당연히 여기고 매 순간 그녀를 이기적으로 대하지만 메리언은 어찌 된 게 자신이 혼란스러운 순간 그를 찾게 된다.

그녀의 혼란을 잠재울 수 있는 사람은 그 하나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메리언의 혼란은 평소의 그녀답지 않은 행동을 하게 되는 것으로 발산되며 결국 스스로 사회가 강요한 역할을 깨면서 그것에서 벗어나게 된다. 물론 그녀의 모습을 보는 약혼자 피터는 더욱 혼란스러워지지만.

1960년대 캐나다 배경의 소설 이지만 지금에 대입해 봐도 크게 세월감이 느껴지지는 않는다.

여성이라는 굴레는 지금도 많은 곳에서 씌워지고 있다. 학교에서 배웠던 내 역할과 다른 것을 요구하는 사회와 또 결혼 후 더해진 모성을 빗댄 여자의 역할을 통해 나 또한 많이 힘들었었다.

 

주인공은 음식의 거부라는 것을 통해 갈등과 괴로움을 보여주었고 마지막 사회가 요구하는 여자라는 모습의 음식을 먹어치우며 그것을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사회에서 요구하는 어떤 모습이 그들이 말하는 정상인 건지, 정상이고 싶어 발버둥 치면서 얼마나 자아가 깨지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소설.

힘겨웠지만 좀 더 단단해졌고 자립적으로 변해 자신의 주도권을 되찾은 주인공의 모습을 보며 요즘의 페미니즘 소설이라고 하기엔 좀 부족해 보였지만, 책이 나온 시대를 감안한다면 획기적 소설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주인공의 행동을 예측할 수 없어 뒷내용이 너무 궁금해 완전히 몰입하게 만드는 매력적인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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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도시 이야기 허밍버드 클래식 M 5
찰스 디킨스 지음, 김소영 옮김 / 허밍버드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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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 전 읽어야 하는 감동 대작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이 책은 18세기 프랑스 혁명을 바탕으로 쓴 찰스 디킨스의 역사 소설이다.

거기다 놀라운 건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단행본이라고 하는데 사실 난 한 번도 이 책을 읽어야겠다 생각했던 적이 없었고 이전에는 이 책에 대한 관심도 전혀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 책을 읽고 나서 왜 가장 많은 이들이 읽었는지, 왜 대중성과 예술성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 하는지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물론 초반엔 많은 비유적 표현과 특유의 고전적 문체 덕분에 쉽게 읽지는 못했다.

                        

제목에서 말하는 두 도시는 프랑스의 파리와 영국의 런던이다.

도시는 스산함과 두려움으로 가득 차 있다.

텔슨은행의 나이 든 직원 로리는 마네트 박사를 구하기 위해 프랑스로 떠난다. 가기 전 그는 마네트 박사의 딸 루시를 만나 그녀의 아버지가 살아있으며 어떤 이유에서인지 오랜 기간 감옥에 갇혀 있었다는 것을 알리고 그녀와 함께 마네트 박사를 만나러 파리로 간다.

파리에서 본 마네트 박사는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아직도 자신이 갇혀있다 여기고 불안에 허덕이는 모습을 보였고 루시는 그런 아버지를 데리고 런던으로 가게 되는데.

런던으로 가는 배에서 그들은 찰스라는 프랑스 남자를 만나게 되고 프랑스를 자주 오가던 그는 첩자라는 누명을 쓰고 재판을 받게 된다.

그 재판에서 마네트 박사 부녀는 증인으로 서게 되고, 찰스와 똑닮은 시드니라는 사람이 변호를 맡는다. 불리했던 재판은 시드니의 재치로 끝이 나게 되고 이런 과정 속에서 찰스와 루시는 사랑에 빠진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시드니도 루시를 마음에 품게 된다.

시드니의 고백에도 불구하고 찰스와 루시는 결혼을 하게 되고 시드니는 그 마음을 그대로 눌러둔 채 그들 부부와 가족처럼 지낸다.

세월이 지나 찰스는 하인을 돕다가 망명자라는 죄목으로 체포되었고 재판을 하면서 그의 과거가 밝혀지며 시민들의 지탄을 받고 그는 프랑스 혁명에 휘말려 결국 사형을 선고받게 된다.

그 사건으로 인해 루시까지 위험에 처하게 되자 그것을 파악한 시드니는 그녀를 위해 모종의 계획을 세운다.

바로 자신이 찰스와 꼭 닮은 얼굴이라는 것을 이용해 찰스를 감옥에서 내 보내고 자신이 감옥에 남았고 결국 그는 단두대에 오른다.

사랑을 위해,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기꺼이 단두대로 걸어간 시드니.

자신이 사랑한 여인이 찰스라는 남자와 가정을 이루며 사는 것을 보고도 그들을 위해 죽음을 선택한 그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프랑스 혁명을 배경으로 하는 역사 소설이라지만, 이 소설이 많이 읽히는 데엔 이런 진정한 사랑 이야기가 함께 하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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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화원 Art & Classic 시리즈
프랜시스 호지슨 버넷 지음, 아일렛, 솔 그림, 진주 K. 가디너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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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책 아트앤 클래식 시리즈 중 이번 책은 오일 파스텔 그림과 함께하는 '비밀의 화원'이다.

인도에서 살고 있는 귀족 소녀 메리. 깡마르고 못된 성질의 아이는 콜레라가 덮친 곳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았고 후견인이 될 고모부에게 보내진다.

메리가 도착한 미슬스웨이트의 고모부의 집은 암울 그 자체다.

고모부는 등이 굽어 우울증 빠진 사람처럼 메리를 보려 하지도 않았고 아무도 메리를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처음 메리는 불평만 하는 고집쟁이 못된 아이였을 뿐이었지만 하녀 마샤를 통해 점점 변화하기 시작한다.

마샤의 동생 디콘은 동물들과 교감을 하는 건강한 소년이다. 그런 디콘과 교류하며 메리는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건강해지며 못된 성질은 온화해지고 살이 붙고 얼굴에 생기가 넘치게 된다.

점점 건강한 소녀로 바뀌기 시작한 메리는 어느 날 대저택에서 울음소리를 듣게 되고 얼마 후 그 울음소리의 정체를 알게 된다.

울음소리의 주인공은 고모무의 아들인 콜린.

예전의 메리처럼 깡마른 데다가 자신이 등이 휘고 곧 죽게 될 거라 굳게 믿는 열 살의 소년.

그는 침대에서 누워만 있으면서 히스테리 속을 헤매고 있다. 그런 콜린을 보며 메리는 예전의 자신을 떠올렸고 디콘이 자신을 변화시킨 것처럼 그녀는 콜린을 변화시키기 시작한다.

넓은 정원엔 십 년 동안 굳게 잠겨있는 정원이 있다. 콜린의 엄마가 가꿨던 정원은 주인을 잃고 버려져 잠겼지만 아이들은 정원의 열쇠를 찾고 비밀리에 정원을 가꾸기 시작한다. 말라죽은 줄만 알았던 정원은 아름답게 살아났고 병들었던 아이들도 정원과 함께 건강하게 성장한다,  

비밀의 정원에서 아이들은 마법이라며 주문을 외운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모두 이루어지는 기적. 하지만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그건 마법도 기적도 아닌 어떻게 마음먹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걸.

밝고 건강한 마음은 마법처럼 모두를 변화시켰다. 정말 마법처럼 말이다.

'얘야, 네가 장미를 가꾸는 곳에는 엉겅퀴가 자랄 수 없단다.'


아름다운 자연과 함께 성장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여주며 따스한 비밀을 이야기하는 '비밀의 화원.'

다채로운 색감의 그림과 함께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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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호 식당 2 : 저세상 오디션 (청소년판) 특서 청소년문학 18
박현숙 지음 / 특별한서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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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 우리 집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인 박현숙 님.

'구미호 식당 1'을 아이의 추천으로 봤는데 사실 큰 기대는 없었다. 아이들의 눈에나 재밌겠지 무슨 그걸 성인 버전으로 다시 나와 하면서... 하지만 읽고 나니 왜 아이들이 그리 열광하는지 알 수 있을 만큼 기대보다 재밌게 읽었다.

이번 '저세상 오디션'은 '구미호 식당 2'라는 소제목으로 나온 책이다. 하지만 꼭 1을 읽지 않더라고 충분히 이해할 만했고 초등학생 고학년 정도라며 아주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만한다.

                                

제목부터 독특하다. 아무리 오디션 프로그램이 한때 유행이었다지만 무슨 저세상에도 오디션? 인가했다.

사람이 이 생에서 죽으면 저승으로 가지만 저승으로도 가지 못하고 그 사이를 떠도는 영혼들이 있다고 한다. 그들은 바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들.

수많은 경쟁력을 뚫고 애써서 이 세상에 보내줬지만 자신의 삶을 다 채우지 못하고 포기한 그들은 저승으로 가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는다.

그렇게 모인 열세 명. 하지만 그중 나일호는 완전히 억울하게 이곳에 왔다.

스스로 죽은 것도 아니고 그저 같은 학교 친구의 목숨을 구하려다 같이 죽게 됐는데 왜 그가 이곳 왔을까?

그곳을 다스리는 마천과 사비에게 말해 오류를 지적하자 그들마저 당황하고 일단 저승으로 가려면 모두 오디션을 통과하라고 한다.

오디션의 미션은 심사위원의 눈물.

처음 모두 시큰둥 했지만, 이 세상 추위가 아닌 무시무시한 추위와 가슴을 긁는 울음소리를 들은 그들은 한시라도 이곳을 벗어나고자 오디션에 참가하지만 심사위원의 눈물을 쏟아 내기가 만만치 않다.

이곳에 잘못 오게 된 일호, 그리고 그것을 이용하려는 사람들. 그 속에 보이는 인간의 이기심.

죽으면 모든 게 끝이라 여겼던 그들은 살을 에는 추위 속에서 죽음이 다가 아니란 걸 알게 되고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기 시작하는데.

 

요즘 힘든 날이 참 많다.

때론 가까운 이에게서, 때론 직장에서 상처받기도 하고 또 그만큼 상처 주기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 글을 읽으며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오늘이 불행하다고 해서 내일도 그럴 건 아니라는 이 글은 그래서 더 와닿는다.

견디고 또 즐기면서 살라는 마천의 말을 가슴에 깊숙이 간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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