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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인
쓰카사키 시로 지음, 고재운 옮김 / 황금가지 / 2013년 12월
평점 :
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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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후 맞게 된 첫 생일, 일러스트레이터인 도리야마 도시하루는 아내 미유키와의 저녁 약속을 지키기 위해 집으로 갈 길을 재촉한다. 그러나 그가 집에 도착하여 보게 된 것은 조명이 나간 거실과
열일곱 개의 촛불, 그리고 아내의 시체였다.
그런데 그 순간 전화벨이 울리기 시작한다. 패닉 상태에서 전화를 받은 도리야마의 귀에 분명 그의 옆에
시체가 되어 누워 있는 아내 미유키의 목소리가 들린다.
곧이어 형사라고 밝히며 두 남자가 찾아와 도리야마를 추궁하다가 끝내 집 안으로 들어오고 만다.
도리야마는 방금 전만 해도 있었던 아내의 시체가 사라진 것에 당황한다.
그 순간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람이 전화로 도리야마에게 두 남자의 정체가 사실 형사가 아니며 그를 납치하러
온 것이니 당장 도망치라고 지시한다.
추격을 피하다가 우연히 오쿠무라 지아키라는 여성의 도움을 받게 된 도리야마는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그녀와 함께 파헤치기 시작한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인생이 자신의 것이 아니었다는 충격적인 진실에 직면하게 된다.
불필요한 긴 서론이 없이 초반부터 아내가 죽고, 그 상황에서 아내에게 전화가 오는 당황스러운 사건이
발생하고, 생각할 겨를도 없이 형사를 위장한 두 남자가 들이닥치고, 그 상황에서 모르는 사람의 전화가 와서
그 두 남자는 경찰이 아님을 알려주고, 도망치다가 총에 맞아 죽을 뻔하며 뜻하지 않은 도망자가 되어 뜻하지
않게 만난 여자와 원인을 파헤치러 다니게 된다. 그중 또 믿을 뻔한 사람에게 배신감을 느끼게 되는 사태까지
발생하여 그 누굴 믿어야 할지 모르는 상황까지 가게 된다.
내용만 봐도 알겠지만 이 책은 처음부터 속도감이 있고, 궁금증을 맘껏 유발하기에 마지막까지 지루할 틈이 없다.
스릴러이면서 추리, SF 적인 느낌까지 곁들인 책으로 다양한 즐거움 또한 있는 책이다.
다른 영화들에서도 많이 본 스타일과 흐름이어서 어색하지 않은 책이었고, 읽고 난 후 '영화로 만들어도 재밌겠다'
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봤더니 김성수 감독, 김효진과 니시지마 히데토시 주연의 영화로 제작되어 2014년 상반기에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다고 한다. 책 내용에 불필요한 부분이 많이 들어가 있지 않고 분량도 생각보단 많지 않으므로
영화로 만들어도 어느 정도 책의 내용을 충실히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고, 김효진 배우와도 정말 잘 어울릴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벌써부터 영화가 기대가 된다.
나는 보통 시각적인 즐거움이 있는 영화도 매우 좋아하지만, 책 만한 영화를 본 적이 별로 없는 것 같다. 그러므로
내용이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한번 읽어보시길 추천한다. (물론 내용을 알고 영화를 봐도 상관없는 분이시라면.)
이 책은 초반부터 범인이나 원인이 감이 안 잡혀서 갈수록 더더욱 궁금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 희한한 일의 원인은
생각보다는 좀 나에겐 허무한 일이어서 조금은 실망스러웠으나 머지않아 일어날 수도 있다는 걸 짐작해보면 또한
많은 걸 생각해보게 해준 책이었다.
게다가 나는 주인공을 따라가며 고대로 그의 생각을 따라가고 있었으니 정말 추리소설 읽을 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었다. 하지만 과연 범인을 짐작한 사람이 있을까?
전반적으로 책은 지루하지 않고 흡인력 있는 책으로 심심할 때 읽어보기 좋은 소설이다.
이 책은 의외로 표지 느낌부터 전체 흐름이 일본 사람이 쓴 책이라기보단 약간은 영미소설 쪽에 가까이 간 느낌이었고
그래서 조금 더 새로웠던 것 같다.
아쉽다면 중간에 끼어든 새로운 여자의 행동과 경비원에 대해서는 아무리 뒤에 가서 이유를 붙였어도 조금은 전반적인
사건 흐름에서 이해가 안 가는 느낌이다. 억지로 끼워 넣은 느낌으로 조금만 더 엮일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충실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리고 소설 내용이 군더더기 없이 진행되어 더 깔끔했고 즐겁기도 했지만 조금만 더 길었더라면, 조금만 더 살을 붙여
주었더라면 더더욱 재미가 배가 되었을 것 같다.
오랜만에 흥미로운 책으로 즐거운 시간을 보내게 되어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