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고개 탐정 12 : 독버섯과 박쥐 ㅣ 스무고개 탐정 12
허교범 지음, 고상미 그림 / 비룡소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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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고개탐정12 #독버섯과박쥐

'스무고개 탐정' 마지막 권.
앞의 책들을 읽지 않았어도 스토리를 이해하는 데에 무리는 없으나 전 권을 소장해도 좋겠다는 생각이다.

'스무고개 탐정'이라는 이름은 본인이 만든 거라며 이제 자기가 스무고개 탐정을 하겠다는 병호의 주장에, 사건을 해결하는 사람이 그 이름을 갖기로 한다.
이때 성진이란 아이가 옆반인 6학년 5반에 생겨난 모임을 없애달라고 탐정사무소를 찾아온다.
어느날부터인가 분위기가 이상해진 5반에는 1인 주도로 만들어진 모임이 있었는데 어느새 반의 절반 정도가 가입해 있었다. 친구를 가입시키면 등급이 올라가고, 가입하지 않은 아이들을 교묘한 방식으로 불편하게 만들어서 모임으로 끌어들이는 방식은 사이비 종교단체나 불법 다단계조직과 참 닮아있다.
생각해 보면, 학창시절에 친한 아이들끼리 무리지어 다니면서 다른 친구들의 등급을 나누거나 그들만의 암호를 정해 썼던 것도 이런 모임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학교가 세계의 전부인 아이들이 그 전부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 하루하루가 얼마나 절망적이고 고통스러울지는 누구라도 알 수 있는 사실이다.
스무고개 탐정과 친구들이 의견을 나누고 힘을 합쳐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과, 모임 대표인 하늘이와 벌이는 심리게임이 흥미진진하다. 어른들은 하나도 없이 아이들이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데, 하나같이 제 몫을 하는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도 매력적이다.

제1회 스토리킹 수상작답게, 과연 어린이 심사위원 100명이 뽑은 소설이란 이런 거구나,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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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극단주의가 뭐야? ㅣ 10대를 위한 글로벌 사회탐구 2
안야 러임쉬셀 지음, 이시내 그림, 김완균 옮김, 구정은 해제 / 비룡소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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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극단주의가뭐야?

그러게 말이다. 극단주의란 도대체 뭘까? '모' 아니면 '도', '좋아요' 아니면 '싫어요'만 있는 줄 아는 이분법적 사고?

이 책의 표지를 보고, 광화문 역 주변에서 완장 같은 걸 만들어 차고 빨간 옷을 입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태극기를 위협적으로 휘둘러대던 어떤 할아버지를 떠올렸는데, 이런 내 생각도 극단주의일까?

이 책은 극단주의란 무엇인지, 어떻게 생겨나는지, 문제가 무엇인지 조목조목 알려준다.
'가장 극단적인 정치적 태도'를 뜻하는 극단주의는 민주 법치주의를 무너뜨리려 한다는 점에서 급진주의와 구분된다.

사회 변화, 정치적 불만족, 개인사 때문에 아웃사이더로 내몰린 사람들이 극단주의로 빠지게 되는 경우도 많고, 강력한 민족주의로 인한 외국인 배척이나 인종차별도 극단주의에 해당한다.
종교극단주의로는 이슬람주의자들이 저지른 수많은 폭력들을 예로 들 수 있다.

우리가 만나는 극단주의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살펴보고 우리에게 왜 민주주의가 필요한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다.

이 책의 부제는 '10대를 위한 글로벌 사회탐구'인데 어른들이 읽기에도 손색이 없겠다. 특히 청소년을 둔 부모나 교사들이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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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이어달리기 - 마스다 미리 그림에세이
마스다 미리 지음, 오연정 옮김 / 이봄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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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일상을 반짝반짝 빛나게 해주는 책. 행복이 꼭 거창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게 해준다. 그러고보니 오늘도 행복한 일이 일곱 번은 있었지, 흐흐흐 웃으며 잠자리에 들고 싶은 사람이라면 꼭 읽어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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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은 굶고 자야지 - 박상영 에세이
박상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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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저녁밥상에서 "나 오늘 카페에서 책을 읽다보니 세 시간이 지났더라. 대박이지? 난 엉덩이가 무거운 여자였어."라고 했더니 아들녀석이 어이없다는 듯이 "그걸 이제야 알았다고?"하며 풋, 웃는다. 또 얼마 전에는 너무 많이 걸었더니 다리가 부었다고 하니, 부운 것만은 아닐거라고 놀린다. 분해서 잔뜩 흘겨보지만 인정할 수 밖에 없다. 1년전에 비해 8킬로그램이나 살이 쪘고 작아져서 입지 못하게 된 옷이 수두룩하다. 심지어 우리 강아지 송이가 자꾸만 내 배위로 올라와서 자리를 잡고 잠을 잔다.
확실히 사진을 찍어 보면 후덕하게까지 보이는 낯선 아낙네가 나랑 똑같은 옷을 입고 있어 놀랄 때가 많다.
그런 이유로 박상영 작가의 '오늘 밤은 굶고 자야지' 출간 소식을 읽고는 재미있겠다고 꼭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요약본 오디오북도 호기심에 구입했는데 기대보다 더 잘생긴 목소리로 또박또박 읽어주시는 내용이 귀에 쏙쏙 박히게 재미있었다. (오디오북도 권하고 싶다.)책을 읽을 때에도 작가님의 음성이 활자를 따라오는 것처럼 느꼈다.
제목을 보고 다이어트 성공기나 다이어트 권장기(?)를 상상했지만 사실 이 책은 작가가 일과 생활, 인간관계 등에서 겪는 고군분투를 솔직하게 풀어낸 유쾌하면서도 공감이 가는 위로였다.
과거의 영광을 트로피처럼 내세우며 '내가 왕년에 말이야.'하는 사람들을 경멸하면서도 예전의 나는 이런 모습이 아니었다고 말하고 싶어하는 비굴한 나.
왕복 네 시간이 걸리는 출퇴근길 전철에서 옆사람이 팔꿈치를 내 옆구리에 올려둔 채 휴대폰을 만지작거릴 때, 내 옆구리가 팔꿈치 받침대로 딱인가봐,하고 생각하거나 옆사람들과 엉덩이를 찰싹 붙인 채로 앉아서 황정은 작가의 <일곱시 삼십이분 코끼리열차>에 적힌 '포장용기에 든 찰떡'같은 신세가 된 나를 한탄하는 나.
긴 전철 여행을 마치고 갈증과 가짜 허기를 느끼며 맥주에 치킨 또는 족발을 흡입한 나를 질책하고 싶은 나.
이런 나를 한심해하지 않고 다독다독 해줄 수 있는 용기를 불어넣어 주는 책이다.

다만 지금 이 순간의 내 모습이 지금까지 내가 살아온 결과임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외면하고 싶을지언정 지금의 내 현실이 나 자신이라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매일밤 나를 단죄해왔던 죄책감과 폭식으로부터 도망칠 수 있는 유일한 길일지도 모른다. 이렇게 하루에 한 발짝씩 다른 삶을 살기 위해 발버둥 치다 보면 언젠가는 정말, 굶고 잘 수도 있지 않을까? 아니어도 어쩔 수 없겠지만....(p.179~171)

스트레스와 다이어트 사이에서 길을 잃은 그대들이여. 스스로에게 '오굶자'의 위로를 선물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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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시간 - 느리게 사는 지혜에 관하여
토마스 기르스트 지음, 이덕임 옮김 / 을유문화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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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시간>

원래도 책을 빨리 읽는 편은 아니지만 이 책은 다 읽는 데 2주가 넘게 걸렸다.
작가가 책머리에 '독자들에게 이 책의 이야기에 시간을 할애해 달라고 부탁하고 싶다.'라고 적어서가 아니라 이 책에 등장하는 수많은 명사들의 이름, 방대한 예술관련 지식들을 빠르게 흡수하기 어려워서 자꾸만 읽고 또 읽고 앞 페이지를 도로 넘겨 봐야만 했다. (실제로 작가가 참고한 참고문헌을 기록한 페이지가 20페이지 반에 이른다.)

오늘날, 사람들은 과거에 비해 많은 일들을 하면서도 빠른 성과를 내려고 안달복달하고 아무것도 제대로 성취하지 못했다는 불만족감에 빠져 좌절한다
이 책은 빠름에 길들여지고 순간의 만족에 매혹당한 우리들에게 어떤 대상에 대해 시간을 들이는 것의 가치를 보여주고 있다.

작가는 특히 SNS에서의 자기과시 중독에서 벗어나 자기자신을 순수하게 들여다보며 자기 행동을 의미를 재발견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여러번 강조한다.

33년의 세월을 들여 직접 주워온 돌멩이로 '꿈의 궁전'을 지은 페르디낭 슈발, 639년을 연주해야 끝나는 곡을 쓴 존 케이지, 소설 <늦여름>을 통해 휴식과 게으름에 대한 질문을 던진 아달베르트 슈티프터, 자연과 도시풍경의 연대기를 인내심을 가지고 사진으로 기록한 미하엘 루에츠, 인생의 마지막 13년동안 침대에서 세기의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집필한 마르셀 프루스트는 모두 느림의 미학을 실천한 사람들인 것이다.
나는 특히 로베르트 발저에 대해 강한 호기심이 일었다. 스스로를 정신병원에 가두고 하찮아 보이는 일을 하며 종이쪼가리, 영수증, 업무용 서류, 신문지 여백에 깨알 같이 적은 그의 글씨가 거의 20년에 걸친 해독작업 끝에 여섯 권의 책으로 출간되었다고 한다. 꼭 찾아서 읽어보리라고 마음 먹었다.

느린 것, 시간을 들인 것의 아름다움을 더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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