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어러
조경아 외 지음 / 상상스퀘어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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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어러

지난 달, 아빠는 암을 진단받고 다음달 수술을 예약했다. 수술하고 일주일 정도 입원해야 하는데 가족이 옆에 있어야 된다더라고 아빠가 말했다. 방학 중이기도 해서 나는 아빠의 입원기간 동안 41조 연수가 아니라 연가를 냈다. 복강경 수술이라고는 해도 90을 바라보는 아빠가 마취를 견딜 수 있을지 걱정이다. 그밖에도 어디서 수술 부작용 등 부정적인 정보를 잔뜩 알아보고는 병원과 의사를 의심하고 자연요법이니 자연치유를 얘기하는 아빠에게 화를 내지 않기가 어렵다. 그런 아빠와 한 병실에서 일주일 가까이 지내며 아빠가 불편하지 않게 수발들 일을 생각하면 벌써부터 가슴에 돌덩이를 얹어 놓은 것 같다.

그때 이 책을 만났다. 최하나, 조경아, 정명섭, 천지윤 작가님의 엔솔로지 소설집. (이 조합 참 좋다.)

최하나 작가의 ‘나를 돌보며 너를 돌봄’에서는 상식을 들먹이며 상습적으로 민원을 제기하는 아버지가 쓰러지자 아내와 딸이 역할을 분담하여 효율적으로 환자를 간병한다.

조경아 작가의 ‘당신 곁에 누군가’에서는 아버지와 딸 2인 가족이 등장한다. 프리랜서 작가인 김희영은 항암 후유증으로 폐렴에 걸린 아버지의 유일한 보호자로 단 며칠만에 몸과 마음이 소진되는 것을 경험한다. 결국 비용을 들여 간병인을 고용하지만 간병인이 아무리 유능한들 간병의 부담에서 온전히 벗어날 수는 없다.

정명섭 작가의 ‘간병인’에 등장하는 박유나는 전직 특전 부사관이자 현직 격투기 선수로 친구를 대신해 다소 수상한 고액 알바를 수락하는데, 말이 간병인이지 사실은 간병인을 가장한 경호원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한동섭이 주장하는 음모론은 얼핏 망상처럼 보이지만 박유나는 간병인으로서 한동섭을 보호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천지윤 작가의 ‘내 이름은’의 화자는 50대 여성이다. 아들이 삼수를 해서 대학에 합격하고, “이제 엄마 인생 살아요.”하고 말하자 정말 그렇게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아들, 시아버지로 이어진 독박 간병이 드디어 끝난 줄 알았다. 이제 시간을 예측하고 예약도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 줄만 알았다. 누구누구의 보호자의 역할을 이제는 거부하고 싶은 그녀의 현실이 눈물겹다.

케어러 모드로 변신을 앞둔 상황이라 그런지 한 페이지도 가볍게 넘기지 못했다. 소설은 나를 다음 달로 데려다 두고 경고와 유용한 조언을 쏟아냈다. 그리고 현실과 관계없이 매우 재미있다. 술술 읽힌다. 역시 믿고 읽는 작가님들의 소설.
#최하나 #조경아 #정명섭 천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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