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미래비 내리는 바닷가에서 딸 희영, 사위, 손녀가 해수욕 하는 것을 지켜보는 진의 한나절을 그린 소설이다.서유미 작가님의 소설을 좋아한 이유를 새삼 깨달으며 읽었다.진은 모든 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 비 오는 날 굳이 바다에 나온 것도, 딸이 무방비하게 파도에 휩쓸리면서 웃음을 터뜨리는 것도, 선글라스는 챙기면서 우산은 챙겨오지 않은 것도. 딸이 하는 일은 하나같이 못마땅하다. 자신이 주도한 여행이라면 밑반찬부터 간식까지 일일이 준비했을 것이다. 숙소 하나 덜렁 잡아놓고 이렇게 되는 대로 떠나와서 휴가지의 바가지에 놀아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진은 희영과 사위와 손녀가 번갈아 권하는데도 바다에 들어갈 생각이 없다. 숙소에 책을 두고 온 것을 아쉬워하다가 급기야는 이 여행에 합류한 것을 후회한다.지나치게 화려한 70대 커플의 주책맞음을 얕잡아 보면서도 잘 관리된 외모에 내심 부러워하다가도 남자의 뱃살과 여자의 올린 머리가 가발인 걸 발견하고는 혼자서 안도하기도 한다.남편이 사고로 세상을 떠난 47세에 진은 자신을 지키기로 결심했다.진은 거울의 표면을 닦으며 내일은 염색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자신을 지키지 않으면 생활이 엉망이 될 것이고 이 삶은 어딘가, 예상하지 못한 곳으로 쓸려가버리게 될 것이다. (본문 중에서)진은 자신이 흐트러지지 않고 자리를 지켰기 때문에 별탈없이 오늘에 이르렀다고 믿고 있다. 그에 반해 희영은 '덤벙대고 게으른데 감정의 변화가 급격해서' 진은 늘 희영의 회사생활과 결혼생활이 걱정이었다. 진은 같이 살자는 딸의 제안은 거절하면서도 자주 들러 딸의 살림살이를 간섭한다. 진은 희영에게 베란다에 널어둔 빨래는 어떻게 하고 왔냐고 묻고, 희영은 왜 그렇게 빨래에 연연하느냐고, 아빠 죽고나서는 편하게 살려고 애쓰고 있다고 말하며 덧붙인다.-여행 왔으면 그런 건 잊고 쉬어.처음에는 진의 시선으로 희영을 바라보며 물가에 애를 내놓은 듯한 불안함을 느끼다가 어느 순간 희영에 동화되어 자기자신에 갇힌 진이 답답하고 처량해진다.진은 굳이 희영에게 걸려온 전화를 받으라며 바닷물에 들어가다가 파도를 크게 맞고 넘어지는데......진이 이제부터는 다른 미래를 살게 될 것이라는 건 분명해 보인다.큰 파도를 솜씨좋게 타고 넘은 듯 통쾌하고 속이 시원해진다. 작가 특유의 간결하면서도 유려한 문장과 섬세한 인물묘사가 반짝반짝 빛난다. 정상출간본을 구하는 게 시급하다.#밤이영원할것처럼#서유미#문학동네 #문학동네북클럽 #티저북 #소설추천 #단편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