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인 (양장) 소설Y
천선란 지음 / 창비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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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인

이모와 단둘이 살고 있는 열일곱 살 유나인은 평범한 고등학생이다. 적어도 본인은 그렇게 알고 있었다. 어느날 손톱 사이에서 자라난 새싹을 발견하고 식물들의 소리가 들리기 전까지는 말이다. 혼란스러운 나인 앞에 나타난 소년 승택을 통해 자신이 외계인 누브족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나인은 식물들의 도움으로 2년 전 실종된 박원우 사건의 전말을 파헤친다. 
절친한 친구 미래와 현재는 나인을 전폭적으로 돕는다. 모든 비밀을 공유할 수 있고 언제든 내 편이 되어 주는 친구가 있다는 것은 불안하고 위태로운 현실을 견디게 하는 힘이 된다. 각자 남에게는 털어놓기 힘든 결핍을 갖고 있는 나인, 미래, 현재의 우정이 눈부시다. 
“만약에 내가 인간이 아니고 식물이라면 어때? 그니까 인간이기는 한데 식물인 거야.”하고 나인이 자신의 정체를 미래에게 털어놓았을 때 “나무? 꽃? 아니면 꽃 피는 나무? 선인장?”하고 되묻는 미래의 반응이 인상적이다. 
천선란 작가의 상상력은 짐작을 허용하지 않는 기발함과 오싹함의 연속이다. 씹을수록 단맛이 나는 밥알처럼 긴 문장들을 주로 사용하는데도 전혀 지루하지 않고 신경이 팽팽하게 당겨지는 것 같다. 고요함과 스펙터클이 사이좋게 공존한다. 영상화가 되어도 좋겠다는 생각이다. 

학교 가는 길에 버스 정류장에 붙어 있는 전단지를 보았다. 여기에 붙여 봤자 아무도 안 본다고 했는데 아저씨는 기어코 붙였고, 나인은 그런 생각을 했다. 누군가를 잃는다는 것은 세상 바깥에라도 그 이름을 붙여 두고 싶은 것이라고. 
파도에 휩쓸리지라도 모래에 이름을 적어 두는 것이라고. p. 178

진실에는 ‘취급주의’ 스티커가 필요했다. 아무도 건드리지 못하게 해골 스티커도 덕지덕지 붙여 놔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너무 쉽게 타인의 손에 분실되고, 망가지고, 퇴색되니까. 단서의 모든 조각을 다 모을 때까지 아무도 접근할 수 없는 지하 방공호에 넣어 두고 싶었다. 그런 것 하나 준비되지 않은 세상에서 진실이란 위태롭기만 했다. p.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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