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의 나는 50이 넘은 나이에 새롭게 어떤 일에 도전하는 사람들에 대해 공감하지 못했었다. 솔직히 말하면 '그 나이에 저걸 해서 어디에 쓰려고 하는 걸까?'하는 마음이 있었던 것 같다. 40대 후반에는 배우고 싶은 게 생기면 얼른 실행에 옮겼다. 생각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미루게 되기 때문이기도 했고 50세가 되면 못할 것 같아서였다. 1월생으로 소위 빠른 72년생인 나는 올해 양력 나이로도 50이 됐다. 나이 앞자리가 바뀌는 건 한꺼번에 10년 늙어버린 기분이어서 조금 징징대기도 했다. 그렇지만 나는 여전히 새로운 일을 벌이고 있다. 집 근처에 캘리그라피 공방이 있는 걸 발견하고 바로 등록했고 바로 얼마전에는 모 사이버대학 3학년에 편입했다. 누군가 "열심히 하세요."라고 하기에 속으로 생각했다. '아닌데? 난 재미있게 할건데?' 50대가 처음이라 나이를 밝히기는 좀 쑥스럽지만 크게 달라진 건 없다. 물론 노화를 모른 척할 수는 없다. 피부는 탄력이 떨어지고 시력도 저하되고 머리칼은 얇아졌다. 마스크의 영향도 있겠지만 조금 빨리 걸으면 호흡이 가쁘고 쉽게 피로해진다. 별 수 없다. 하지만 그러려니 하고 체념하기엔 나에게 너무 무책임한 것만 같다.이 책은 50대의 여자 사람이자 고등학교 사회 교사인 저자가 글쓰기와 몸쓰기로 스스로를 돌보는 방법을 적은 에세이다. 이 책에는 나이 들어가는 한 사람이, 자기 몸이 보내는 신호를 듣지 못하고 전속력으로 달리던 한 사람이, 서러움과 피로가 차곡차곡 쌓여 몸과 마음이 무너지는 것도 알아차리지 못하고 살던 한 사람이, 삶의 속도와 방식을 바꾸기 위해 100일 동안 몸 쓰기에 대해 글을 쓴 이야기가 담길 것이다. pp.12~13처음 몇 페이지를 읽고는 '아니, 사회선생님이 왜 이렇게 글을 잘 쓰시는 거지?'하고 다소 억울한 마음이 들었으나, 알고 보니 <수상한 북클럽>, <백설공주는 왜 자꾸 문을 열어줄까?> 등 여러 권의 책을 내신 작가님이셨다. 저자가 실천하는 몸쓰기란 달리기이다. 풀코스 마라톤을 완주하는 정도의 수준이 아니라 조금씩 꾸준히 달리면서 그것을 글로 쓰는 것이다. 사실 나는 수차례 풀코스 마라톤을 완주했다. 정확히는 7번이다. 하지만 30대 때의 일이다. 사람들은 수영대회에 자주 가는 내가 수영을 꾸준히 한다고 생각하지만 심판으로 가는 것이다. 지금은 수영복도 한 벌 없다. 그러면서도 운동하는 사람인 척 나를 속이고 있었다. 하루종일 나를 기다리는 송이를 운동을 하지 못하는 핑계로 삼고 있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글쓰기 강좌를 등록하면 과제 제출을 위해 글을 쓰지만 강좌가 끝나면 가위로 자른 듯 나의 글쓰기도 끝이 난다. 올해엔 매일 글을 써보자고 마음먹었지만 단 이틀로 끝이 났다. 잘 쓰고 싶어서 계속 쓰지 못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런닝화를 사고 싶어졌다. 운동복도 필요하다. 다시 달리고 싶다. 가볍게 달리면서 생각한 것들을 100일 글쓰기로 잇고 싶다. 개학하면 몇몇 선생님들을 꼬셔봐야겠다. 50은 나를 돌보기에 적당한 나이니까. 알고 있어서 쓰는 것이 아니라 쓰면서 알게 된다. 쓰기의 과정이 고통스럽다면 그 고통이 쓰기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앎에서 오는 것임을 깨닫고 받아들여야 한다. 고통스러운 것은 쓰기가 아니라 앎이다. p. 208단번에 잘하려고 하면 반드시 일을 망친다. 살아온 여정의 어느 지점을 뒤져봐도 한결같다. 엄청난 목표를 설정하고 단번에 잘해내려고 했던 일은 단 한 번도 제대로 성사된 적이 없다. 나는 늘 내가 해낼 수 있는 만큼만 해낼 뿐이다. p. 211오늘 혼을 갈아넣은 글쓰기를 하고 3일간 드러눕는 것보다는 오늘 시시한 글쓰기를 하고 내일도 시시한 글쓰기를 하며 매일을 보내는 편이 좋다. 너무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시시한 글쓰기를 매일매일 하다 보면 절대 시시하지 않은 글을 쓰고 있는 당신을 발견할 날이 올 것이다. p. 220#박현희 #에세이 #책추천 #뜨인돌 #뜨인돌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