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에그런정답은없다어떤 일을 시작할 때, 나는 시동을 거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는 사람이다. 이렇게 말하면 굉장히 신중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시험공부를 시작할 때 필기구를 사고 책상을 정리하고 그러다 거울을 보고는 '어? 눈썹이 왜 이 모양이지?'하고 눈썹을 정리하는 식이다. 그런데 음식에 관한 한 예외다. 뭔가 먹고 싶은 게 떠오르면 바로 배달음식은 주문을 한다. 직접 요리를 해야 할 경우, 재료를 구해서 씻거나 손질해서 준비하고 양념을 만들어서 뚝딱뚝딱 요리에 돌입한다. 이런 추진력이 다른 일에도 발휘되었으면 좋겠다. 이게 다 음식에 진심이기 때문이다. 비록 '더운데 내가 또 왜 이렇게 일을 벌였지?'하고 투덜대거나 '이런 음식은 좀 줄여야 하는데......'하며 죄책감을 느낄지라도 그때뿐이다. 아무 생각 없다가도 책이나 TV에서 음식이 나오면 먹고 싶어진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좀 힘든 책이기도 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음식 이야기로 가득하니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유익하고 재미있다. ' 알아두면 쓸데있는 신기한 음식 지식'이라고도 할 수 있다.우연히 티비 리모컨을 돌리다 MBN의 '엄지의 제왕'이나 채널A의 '나는 몸신이다'를 보게 될 경우, 십중팔구는 방송에 소개된 식품을 구입한다. 망설이다 보면 품귀현상을 빚기 때문이다. 그런데 막상 효과가 있냐고 하면 잘 모르겠다.이 책에서는 얼핏 논리적이고 과학적으로 보이는 음식에 대한 학설에 대해 조목조목 짚어준다. 유독 과학이나 수학이 개입된 이론에 대해서는 논리적 허점에 대해 의심을 하지 않게 된다. 왜냐하면 의심을 해봤자 어차피 아는 게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두부는얼려서 먹으면 좋다'라고 하면 그 두부가 일반 시판 두부인지 아닌지, 가정용 냉장고 냉동실에서 얼린 것인지 아닌지에 대해서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외국의 연구 결과를 국내에 알리는 과정에서 번역의 문제로 가짜뉴스를 전파하게 된 사례는 허탈하기까지 하다. 예쁘고 날씬한 유명인이 효과를 봤다는 다이어트 방법을 너도 나도 따라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저탄고지, 키토제닉, 간헐적 단식 등 그때 그때 여러 다이어트법을 시도해 봤다는 것은 바꾸어 말하면 딱 이거다 싶은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매번 남을 흉내내어 다이어트를 시도한다. 저자가 이 책의 전반에서 강조하는 것은 섭취하는 음식의 질이 아니라 양의 문제다. 아무리 좋은 음식이라도 많이 먹으면 살이 찔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몸에 좋을 거라는 기대로 유기농 음식 등 좋다는 음식만 찾아 먹을 게 아니라 좋아하는 음식을 맛있게 먹되, 조금 적게 먹는 것이 건강하게 음식을 섭취하는 비법인 듯하다. 소설 외의 다른 분야의 책은 집중해서 읽기 어려운데 이 책은 어려울 수 있는 이야기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 써서 재미있게 읽었다. 육식, 간편식에 대해 느끼던 죄책감을 조금은 덜게 되었다. 우리 아빠 같은 분이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 아빠는 방송을 너무 신봉하시는지라 MBN이나 채널A에 어떤 식품이 소개되면 지인들에게 알리는데 열을 올리신다. 일종의 사명감을 갖고 계신 듯하다. 도무지 설득이 되지 않는다. 그래도 약사이자 푸드라이터인 저자가 이렇게 재미있게 쓴 책이라면 조금은 설득력이 있지 않을까 싶다.#정재훈#동아시아 #동아시아출판사 #책추천 #음식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