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은 밤
최은영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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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밤

최은영작가님의 장편소설 <밝은 밤>을 130쪽짜리 티저북으로 읽었다. 티저북만으로도 완성판 소설로 여겨지는데 뒷장에는 어떤 이야기가 녹아 있을지 상사병 걸린 소녀 같은 심정이 된다.
열 살 때의 기억으로 남아있는 희령에 서른두 살에 이혼을 하고 내려간 나는 22년만에 외할머니를 만난다. 엄마와 사이가 나빠 오랜 기간 만나지 못한 할머니는 폐가 될까봐 조심스럽게 젊은 손녀를 대하고 몸이 아파도 혼자서 앓는다.
나는 서서히 할머니와 가까워지고 오래된 사진 속 나와 외모가 비슷한 증조모의 이야기를 듣는다. 양민인 증조부와 결혼했지만 백정의 딸이라는 이유로 천대받던 증조모는 새비 아주머니와 의지하며 모진 세월을 견뎠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이 소설에서는 외로운 여인끼리 가족보다 더 의지하며 조건 없는 환대와 공감을 나누며 살아간다.
증조모와 새비 아주머니, 나와 지유, 엄마와 명희 아줌마의 관계는 최은영 작가님의 단편 <씬짜오 씬짜오>에서의 엄마와 응웬 아줌마를 떠올리게 한다.
이어지는 이야기에는 엄마와 할머니, 할아버지와 아빠가 그려질지도 모르겠다. 엄마와 명희 아줌마 이야기일 수도 있고 어쩌면 할머니와 엄마의 사이가 틀어진 이유를 확인하게 될 수도 있겠다.
반도 채 못 읽은 셈이지만 섬세하면서도 사려깊은 문장에 푹 젖어든다. 슬프고 외롭고 쓸쓸한데 이상하게 위로를 발견할 수 있다.
최은영 작가님의 전작주의자를 계획해본다.

마음이라는 것이 꺼내볼 수 있는 몸속 장기라면, 가끔 가슴에 손을 넣어 꺼내서 따뜻한 물로 씻어주고 싶었다. 깨끗하게 씻어서 수건으로 물기를 닦고 해가 잘 들고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널어놓고 싶었다. 그러는 동안 나는 마음이 없는 사람으로 살고, 마음이 햇볕에 잘 마르면 부드럽고 좋은 향기가 나는 마음을 다시 가슴에 넣고 새롭게 시작할 수 있겠지. 가끔은 그런 상상을 하곤 했다. p.14

#최은영 #문학동네 #북클럽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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