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잘되면좋겠습니다책을 받아 들었을 때 처음 든 생각은 ‘아, 이거 미담 자랑이면 어쩌나?’하는 것이었다. 나는 유치하게도 칭찬 받는 걸 좋아하면서도 자신의 미담을 크게 소문내는 말이나 글을 좋아하지 않는다. 작년에 글쓰기 강좌를 들은 적이 있다. 2시간씩 8회 과정이었는데 첫 번째 강좌가 있던 날, 비가 내려서 장우산을 들고 강의실에 도착했다. 제일 먼저 도착했기에 구석에 자리를 잡고 등 뒤에 우산을 기대어 세워놨다. 첫 시간답게 수강생 15명이 한 명도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 내 옆자리는 꽤 오래 비어있었는데 30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여자분이 강의실에 들어오자마자 직진해서 내 옆자리로 왔다. 의자를 빼면서 내 우산을 쓰러뜨렸는데, 도로 세워놓을 거라는 기대와는 달리 우산을 발로 차서 구석으로 밀었다. 나는 깜짝 놀라고 당황해서 얼른 우산을 치워놓았다. 우산을 발로 찬 사람은 아무렇지도 않아 보였는데 오히려 내가 민망해서 어쩔 줄을 몰랐다. 강좌는 수요일 저녁이었고 화요일 자정까지 강사님께 메일로 글을 써서 보내면 강사님이 출력해 오셔서 읽고 얘기를 나누는 식으로 진행되었다. 회차가 거듭될수록 출석 인원은 줄었고 수강생들은 조금씩 솔직해지기 시작했다. 남이 보면 허물이거나 약점일 수도 있는 것들을 글로 고백했고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처음 내 우산을 발로 차던 그 여자분은 일관되게 본인의 미담만을 소재로 썼다. 집에 가구 배송을 온 기사님께 커피를 대접한 이야기, 회사의 청소원 이모님께 친절을 베푼 이야기 등. 나는 그런 이야기 자체가 별로 매력적이지 않았고 별 것 아닐 수 있는 우산의 기억 때문인지 그녀의 글이 마음에 와닿지 않았다. 이 책은 미담에 관한 글이 맞다. 하지만 다행히 작가님의 타고난 선량함을 느낄 수 있었다. ‘내가 지금 잘하고 있는 걸까?’ 쉴 새 없이 자기 점검을 하며 ‘무해한 존재’로서 타인과 만나고자 하는 사람, 김민섭 씨의 선한 영향력을 볼 수 있었다. 덕분에 나는 어제 저녁에 불현듯 정기후원을 신청했다. 예전에도 소액을 정기적으로 기부했던 적이 있지만 생활이 어렵다는 핑계로 1년 만에 중단하고 말았다. 언젠가는 다시 해야지,하고 생각했지만 쉽게 이어지지 않았다. 한 번은 지하철 안에서 광고를 보고 문자를 보내면 소액이 결제되는 방식의 기부를 했는데 더 큰 기부를 요청하는 전화가 걸려 왔다. 선뜻 동의하지 못하고 이럴까 저럴까 하는 중에 두 번인가 전화가 더 걸려 왔지만 스팸 전화를 대하듯이 피하고 말았다. 그런데 책을 읽고 ‘나도 이 정도는 해야 하지 않나?’하는 생각이 들었으니 이게 바로 선한 영향력 덕분이라고 할 수 있겠다. 지난 5월의 어떤 사건 때문에 유튜브를 시청하는 시간이 늘었다. 생각 없이 시청하다 보면 내가 찾은 영상 뿐 아니라 연예계 가십에서 요리 영상, 영화 리뷰까지 정처 없이 건너가게 되는데 악의적인 비방과 욕설로 가득한 댓글을 쓰는 사람이 많은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어쩌자고 이 사람들은 악의와 불만을 이렇게 그악스럽게 표현하는 걸까? 사실 표현이라기엔 적절치 않고 배설이라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본인만이 정답이라고 큰소리 치며 남에게 상처를 입히면서도 스스로 선한 사람이라고 굳건히 믿고 있는 사람들이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 이 책의 제목을 처음 봤을 때 떠오른 사람이 있다. 10년 전에 직장동료로 만난 열 살 어린 동생인데 10년간 쉴 새 없이 “언니가 잘되면 좋겠어요.”라고 말해주는 사람이다. 돌이켜 보면 내가 잘되길 진심으로 바라는 사람 덕분에 크게 어긋나지 않고 그럭저럭 무해한 인간으로서 성장해 왔는지도 모를 일이다. #김민섭작가 #김민섭 #선한영향력 #에세이 #책추천 #창비 #창비교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