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대기를 찾습니다 사계절 아동문고 102
이금이 지음, 김정은 그림 / 사계절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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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대기를찾습니다

어린 시절, 이름 대신 별명으로 불리던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대개 외모나 성격의 결점을 빗대어 별명을 지었다. 마른 체형의 소유자에게는 멸치, 덩치가 크면 고릴라, 말이 많으면 촉새, 행동이 느리면 거북이로 부르는 식이다. 이름을 우스꽝스럽게 변형한 별명도 많았다. 말순이는 말똥이, 옥희는 옥자, 성이 빈씨인 아이는 빈대떡, 방씨면 방구쟁이가 되었다. 재떨이라는 별명을 갖게 되어 책상 위에 엎드려 울던 재철이가 생각난다. 수업시간에 방귀를 뀌어 똥씨가 되었던 아이도 있었다. 생각해보면 별명은 대체로 남을 놀리기 위한 수단이었고 당연하게도 당하는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을 뿐만 아니라 괴로운 일이기도 했을 것이다. 어린 시절 뿐이겠는가. 대학에 들어가서도 교수님이 출석을 부를 때면 한창 이름을 날리던 개그우먼과 이름이 같은 친구는 다른 학생들의 웃음에 얼굴이 빨개졌고 유명 드라마의 여주인공과 이름이 같은 경우에도 시선이 집중되기 마련이었다.

5학년 차대기는 열두 살 인생 중 처음으로 학교 가는 것이 즐겁다. 새 학년이 시작된 지 며칠 안 됐을 때 전학 온 윤서가 짝꿍이 된 것이다. 며칠 전 날치기를 잡아 검색어 1위에 오른 개그맨과 이름이 같은 윤종현이 자기가 한 일이라도 되는 양 으스대는 바람에 반 아이들이 휴대폰으로 본인의 이름을 검색해서 같은 이름의 유명인을 찾느라 소란스러운데 윤서는 꿋꿋하게 책을 읽었다. 차대기는 본인과 이름이 같은 유명인이 있기를 기대했지만 2G 폰이라 검색을 하지 못하고 윤서처럼 관심 없는 척하는 수밖에 없다. 사실 차대기에게는 엄마에게도 말하지 못한 고민이 있다. 1학년 때 교실에서 옷을 입은 채로 똥을 싸는 바람에 똥자루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이 붙은 것이다. 시간이 지나 잊혀졌겠거니 기대했지만 최근 몇몇 아이들이 다시 똥자루라고 부르기 시작했고 차대기는 윤서가 그 별명을 알게 될까 봐 조바심이 났다. 과연 차대기는 똥자루라는 별명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인가?

어떤 이름으로 불리느냐 하는 것은 당사자에게는 아주 중요한 일이다. 예전에는 어른들에게 괴로운 마음을 상담해봐도 ‘네가 무시해라.“ 또는 ”네가 좋아서 놀리느라 그러는 거다.“하는 무심한 답변이 돌아왔을 뿐이다.
이 책에서는 차대기가 스스로 자존감을 회복해 나가는 과정을 그렸다. 이해할 수 없는 어른들의 이중 잣대, 친구의 선행을 본받아 발전하는 모습이 실감나게 표현된 따스한 울림이 있는 동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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