궤도의 밖에서, 나의 룸메이트에게 문학동네 청소년 53
전삼혜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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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궤도의밖에서나의룸메이트에게

제목을 처음 보고는 ‘궤도’나 ‘룸메이트’가 어떤 은유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첫 페이지를 펼치자마자 우주기지, 인공위성, 지구 등의 단어가 눈에 들어온다. SF소설인가 하고 읽다 보니 아, 이 소설에 점점이 박힌 주제는 ‘사랑’이구나,하고 깨닫게 되었다. 화르륵 타오르는 불같은 사랑이 아니라 잔잔히 내리지만 어느새 강하게 젖어드는 봄비처럼 가슴이 뻐근하게 묵직해지는 사랑 이야기이다.
우주공학 최정상 연구단체이자 기업인 제네시스에서 운영하는 우주항공특별교육센터. 입학조건은 부모나 후견인이 없어야 하고 12세에서 15세 사이이며 제네시스의 테스트를 통과해야 한다. 부모나 후견인이 없다는 건 돌아갈 곳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곳의 아이들에게는 제네시스가 그들의 세계인 것이다. 작은 세계에서 누군가를 바라보고 생각하는 여섯 인물들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깊은 고독, 그리움, 애틋함이 가슴 속으로 스며든다. 드물게도 모든 등장인물이 매력적이다.
감정을 사용하는 단계가 1에서 10까지라면 나는 1에서 10까지 사용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왔다. 나이가 들면서 점점 높은 단계는 희미해지다 사라지고, 이제는 한 6,7까지만 사용하고 있다고 여겼는데 뜻밖에 이 소설을 읽고 눈물이 났다. 출근길 전철 안이라 애써 감정을 추슬렀지만 혼자 있었더라면 아마 내키는 대로 한참을 울었을 것이다.
‘사랑’이란 말의 유래는 생각 사(思), 헤아릴 량(量)일 거라고 생각한다며 생각하는 양이 자꾸만 많아지는 게 사랑 아니겠냐고 오래 전 한 드라마의 여주인공이 했던 말이 떠오른다.
SF소설을 찾는 학생에게도 사랑 이야기를 찾는 학생에게도 권하면 좋겠다. 그리고 전삼혜 작가님의 다른 소설도 찾아서 읽어야겠다.

태어나자마자 보육원에 맡겨진 내게 엄마나 아빠라는 단어는 아득한 별처럼 개념으로만 존재했지. 하지만 넌 달랐어. 네 이름은 다른 단어와 달랐어. 모두가 자기 일에 열중하는 이유가 사실은 외로워서인 이곳에서, 쓸모없는 사람이 되면 간신히 찾아낸 이 자리마저 빼앗길까 두려워서인 이곳에서, 푸르지만 그만큼 차가운 별 지구에서 나에게 온기가 되어 준 사람. 내가 가장 많이 생각한 단어. 그건 너의 이름이야. p.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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