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작가라는 저자의 이력, 예쁘고 사랑스러운 표지를 보고 청취자들의 사연이나 라디오 작가로서의 에피소드를 모은 말랑말랑한 책이 아닐까 하고 예상했다.내 예상에 더해 이 책은 작가 본인의 경험들, 담백하고도 위트 있는 문장, 깊이 있는 심리학적 분석으로 안심과 구체적인 위로를 선사해준다.관계와 공감에 대한 글 중에 마음에 쏙 들어오는 문장들이 참 많다. 친구라고 다 도움이 되진 않는다. 당신이 무슨 말을 할 때마다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라는 말로 시작해 조목조목 따지는 친구는 자주 만나지 않는 편이 정신 건강에 좋다. 그 친구를 만나면 만날수록 상처받게 되니까. 관계를 성장시키는 것은 '팩트체크'가 아니라 '공감'이다. (p. 50)내 말을 잊고 상대의 말로 이야기하는 것이 공감이다.(p.55)책을 읽는 내내 과거의 나를 많이도 떠올렸다. 젊은 나는 불확실한 미래 때문에 힘들고 불안하고 우울했다. 지금에서야 과거의 나에게 미안해진다. 조금 덜 우울해할걸. 내가 좋아하는 것들에 조금 더 마음 편하게 집중했어도 좋았을걸, 하는 생각이 든다.십 년 전의 내 자신을 만난다면 이 말을 꼭 해주고 싶다."정말 끝이란 것이 있어. 내 말을 믿어봐. 이 상태로 네가 소멸하지 않아. 너는 더 행복해지고 더 기쁘게 살게 돼. 내 말을 믿어줘. 더 이상 울지 않게 될거야." (p. 119)맛있는 음식을 오래오래 음미하는 것처럼 문장들을 곱씹느라 느릿느릿 읽었다. 이 책을 읽고 나는 음악이 좋아졌고 책이 더 좋아졌고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어떤 책은 다 읽고나면 작가에 대한 호기심 뿐만 아니라 커다란 호감을 남긴다. 이 책이 바로 그렇다. 김성원 작가의 신간을 기다리는 수많은 팬중 한 명 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