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원서 깊이 읽기 - 원서에서 보석을 캐는 최적의 독법
함종선 지음 / 북하우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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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좋은 기회로 훌륭한 책을 읽을 수 있었음에 감사드립니다. 네이버 카페 디지털감성e북카페의 서평 이벤트에 지원하였으며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았습니다.

 

 

종종 영어로 쓰거나 번역한 책을 읽습니다. 그보다 더 자주 영어 원서 읽기를 다룬 책을 읽습니다. 어떤 책은 그저 그렇기도 하고 어떤 책은 영어 원서와 영어 번역서 모두를 영어 원서라 일컬으며 다른 이의 글 읽기에 조언하기 전에 모국어 실력을 점검해보라 충고하고 싶기도 합니다. 많은 책을 읽지 않았지만, 후자의 경우가 반 정도 됩니다. 유감스럽습니다.

 

그래서 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때 과연 어느 쪽에 속할지 내심 궁금했습니다. 미리 말씀드리지만, 그 어느 쪽도 아닙니다.

 

평소에 고전소설 한역본을 읽는 저는 역자를 중요하게 여깁니다. 정확히는 역자가 해당 책 관련 분야를 전공한 학자인 경우를 대단히 선호합니다. 가령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같은 경우 영어영문학을 전공한 사람이 좋습니다. 왜 전공한 학자를 선호하느냐 물으신다면 번역은 조금 딱딱하더라도 고증에 충실한, 즉 치명적인 실수가 적습니다. 제인 오스틴은 전화기가 없던 시대를 살다 죽었으니 소설 속에서 ‘call’이라고 하면 전화하는 게 아니라 부르는 거겠죠.

 

이러한 이유에서 이 책의 저자 함종선 님을 신뢰했습니다. 학부 전공도 영어영문학, 18~19세기 영국소설에 관한 논문으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습니다. 영어 교사로 학생을 가르친 경력도 있고요. 관련 전공을 한 저자, 역자를 선호하는 저로서는 이미 믿고 읽었습니다.

 

이 책은 제가 앞서 언급한 영어 원서 읽기 책과는 다릅니다. 인터넷 서점에서는 이 책의 주제를 영어학습법으로 분류했는데 제 기준에서는 독서 에세이, 서평집, 책읽기, 혹은 각 꿀잼 콘텐츠의 맛도리 포인트 모음집입니다.

 

저자는 영어로 쓴 책을 다루며 한 문학 작품의 줄거리를 요약하고 (독해의 영역이건 외국어의 영역이건) 해석합니다. 언급된 책을 읽지 않은 독자에게는 좋은 길라잡이가 될 것이고, 읽은 독자에게는 희미한 기억을 되살려 주면서 동시에 다른 이의 감상과 해석을 읽을 수 있겠습니다.

 

이 책의 성격이 영어학습법보다는 문학 즐기기가 더 강한 만큼 저자의 글은 독서가의 그것이었습니다. 소위 말하는 독서 짬바가 느껴졌는데 제 느낌이 맞을지 모르겠습니다. 재미있고 담담하고 깔끔하면서 읽는 이의 마음을 움직이는 글솜씨를 가졌습니다. 읽으며 가슴이 뜨거워지고 종국에는 눈시울까지 조금 붉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자의 글솜씨와 깊은 안목, 마음이 따뜻해지는 책의 조합이 절 이렇게 만든 거겠죠. 그만큼 본문에서 다룬 책도 좋습니다. 어린이, 청소년, 가난한 사람, 차별받는 사람, 병을 앓는 사람 등이 주인공으로 등장합니다.

 

제가 가장 감명 깊게 읽은 장은 루이스 로이의 별을 헤아리며와 켈리 반힐의 달빛 마신 소녀를 다룬 두 장이었습니다.

 

별을 헤아리며2차 세계대전 시기에 나치에게 점령당한 덴마크 코펜하겐을 배경으로 하며 이웃과 친구를 지키려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안네마리와 안네마리의 부모님은 유대인 로센 씨 가족을 구하기 위해 나서고, 어부 헨리크 삼촌은 자신의 배를 내주며 유대인들을 스웨덴으로 이송합니다. 장난기 가득하던 붉은 머리 페테르 네일센은 레지스탕스가 되고요. (본문 92p) 2차 세계대전을 다룬 창작물을 좋아해서 이 책에 관심이 간 것도 맞습니다만, 제 흥미를 이끈 결정적인 계기는 따로 있습니다.

 

위 문장들을 보면, 레지스탕스 지도자에 대해서는 ‘courageous’라는 표현을 쓰면서 안네마리의 용기에 대해서는 ‘brave’를 쓴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courage’‘brave’는 각기 다른 어원에서 출발합니다. ‘brave’야만의(savage)’를 의미하는 라틴어 ‘barbarus’에서 기원했습니다. ‘야만적인’, ‘길들지 않은을 의미하는 ‘barbarous’와 뿌리가 같습니다. 반면에 ‘courage’는 라틴어로 심장(heart)’을 의미하는 ‘cor’에서 왔습니다. () 사전을 찾아보면, ‘brave’어려움과 위협에 단호하게 맞서는, 혹을 맞설 능력이 있는을 의미하고, ‘courage’두려움에도 불구하고 행동할 수 있는 정신적, 도덕적 힘을 의미합니다. 두 단어 모두 용기로 번역되고, 대개는 구별 없이 쓰지만, ‘brave’가 담대한 행동력을 강조한다면 ‘courage’는 두려움에 맞서 올바른 일을 해내는 정신적, 도덕적 힘에 방점이 찍힙니다.” (본문 95-96p)

 

저는 이 내용이 켈리 반힐의 달빛 마신 소녀에서도 일부 통한다고 생각합니다. 등장인물 중 하나인 앤테인은 에신을 만나 사랑에 빠지며 자신이 태어나고 자라서 앞으로도 살아갈 사회와 체제에 대한 혁명적인 질문을 품습니다. 가만히 체제에 순응했더라면 존경을 받고 살 수 있었지만, 그러지 않고 에신과 함께 더 행복하게 살 가능성을 위해 행동합니다. 앤테인의 용기는 ‘brave’일까요, 혹은 ‘courage’일까요. 답은 제가 두 권의 책을 읽으며 천천히 찾도록 하겠습니다.

 

책의 줄거리를 파악할 수 있고, 각 소설의 재미있고 주의 깊게 읽어야 할 포인트도 알 수 있으며, 이 책과 다른 책을 연결하는 기쁨과 다른 이의 감상을 읽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 책을 다 읽고 나서야 비로소 저자가 어떤 마음으로 이 책을 집필했는지 마음 깊이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저 또한 외서 읽기가 단지 외국어 공부를 위해서가 아닌 독서라는 인식이 생기기를 바랍니다! 저자의 말을 인용하며 글을 마치겠습니다.

 

이 책은 영어공부에 맞추어져 있는 원서 읽기에 대한 아쉬움에서 출발했습니다. 우리는 한글로 된 책들을 한국어를 공부하기 위해서만 읽지 않습니다. 좋은 책을 읽으며 그 안에 녹아 있는 지혜를 얻고 책이 제시하는 주제에 대해 사고합니다. 책은 단지 언어를 공부하기 위한 도구가 아닙니다. 책을 읽으며 우리의 사고력과 상상력, 창의성이 발달합니다. 영어로 된 책도 다르지 않습니다. 원서에는 작가가 심어 놓은 훌륭한 생각거리들이 넘쳐납니다. 저는 어휘 학습과 내용 요약만으로 담아낼 수 없는 원서의 인문학적 가치들이 주목받기를 희망합니다. 이러한 가치들을 충분히 사고하고 음미할 때, 영어 실력 향상은 덤으로 따라올 것입니다.” (본문 8p)

이 책은 ‘영어공부’에 맞추어져 있는 원서 읽기에 대한 아쉬움에서 출발했습니다. 우리는 한글로 된 책들을 한국어를 공부하기 위해서만 읽지 않습니다. 좋은 책을 읽으며 그 안에 녹아 있는 지혜를 얻고 책이 제시하는 주제에 대해 사고합니다. 책은 단지 언어를 공부하기 위한 도구가 아닙니다. 책을 읽으며 우리의 사고력과 상상력, 창의성이 발달합니다. 영어로 된 책도 다르지 않습니다. 원서에는 작가가 심어 놓은 훌륭한 생각거리들이 넘쳐납니다. 저는 어휘 학습과 내용 요약만으로 담아낼 수 없는 원서의 인문학적 가치들이 주목받기를 희망합니다. 이러한 가치들을 충분히 사고하고 음미할 때, 영어 실력 향상은 덤으로 따라올 것입니다. - P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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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사전 - 읽는 사람이 알아 두면 쓸모 있는 신통한 잡학
표정훈 지음 / 유유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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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게 읽었지만 가볍지 않아서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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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주인공에겐 없다 - 재미있는 영화 클리셰 사전 재미있는 영화 클리셰 사전
듀나 지음 / 제우미디어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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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에 출판사에서 책을 받아 서평을 쓴다. 재작년 말에서 작년 이맘때 즈음 카페에서 활동을 나름 활발히 하며 책을 제공받아 열심히 서평을 썼는데 그 이후로는 바빠서 참여하지 못했다. 그래서 두근거리고 설레는 마음이 있다. 더군다나 이 책의 전작은 내가 제목에서 강한 흥미를 느낀 〈여자 주인공만 모른다〉 였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이 책의 제목 역시 눈길을 끈다. 남자 주인공에게 뭐가 없다고 그러는 거지? (책에서도 지적했지만, 이 질문에 나는 개인적으로 아내가 없다고 대답하고 싶다.) 눈길을 끌고 흥미를 유발한다는 점에서 이 영화 클리셰 사전 시리즈의 제목은 잘 지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영화나 드라마를 잘 보지 않는 내가 이 책을 읽게 된 동기는 영화 클리셰를 잘 몰라서 궁금했던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제목이 책을 읽고 싶게 만든다.

   출판사에서 이 시리즈를 ‘사전’이라고 하는데,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사전에 비하면 좀 더 친절하고 문학적이면서 사적이다. 정말 사전이라면 재미가 없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각 클리셰가 한 챕터이고, 그 클리셰에 맞는 사례나 사례를 두고 나오는 말을 다룬다. 어떤 클리셰가 있는지 아는 것에서 더 나아가 에놀라 홈즈처럼 작품을 두고 사람들이 하는 논의(?)까지 알게 된다. 에놀라 홈즈의 코르셋 이슈는 비교적 최근의 것인데, 이걸 글에 반영했구나. 빠르다. 이런 생각도 했다. 내가 늦게 접한 것일 수도 있다. 나는 에놀라 홈즈를 원작 소설로 먼저 접했고 드라마가 있다는 건 나중에 알았으니까. 각설하고 무게도, 문체도 산뜻하고 생각할 거리도 주는 이 책은 출퇴근길에 읽기 좋다. 영화와 드라마를 좋아하는 사람이 읽으면? 더 좋다. 영화, 드라마를 좋아하고 책은 잘 읽지 않는 사람들에게 이 책만큼은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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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는 책을 집어삼킬 것인가 - 삶을 위한 말귀, 문해력, 리터러시
김성우.엄기호 지음 / 따비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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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히 올해의 책이라고 말할 수 있다. 책을 좋아하면서 영상도 곧잘 보는 내가 걱정하던 텍스트 리터러시, 이젠 리터러시의 범주가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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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기의 끝과 시작 - 책읽기가 지식이 되기까지
강유원 지음 / 라티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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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아직 읽진 않았지만 가볍고 좋네요. 「책과 세계」를 읽고 저자에게 관심이 생겼어요. 읽고 나서는 서평이 정보로 꽉 찼다는 생각이 들었고 동시에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읽기 어렵겠다 싶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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