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엔비엔푸 1
다이스케 니시지마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디엔비엔푸>의 첫인상이 생각난다. 표지그림과 카피문구만 보고는, 이거는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던 베트남에 외부세력이 꼬이면서 벌어지는 혼란을 그린 내용일터, 순진한 소년과 소녀의 사랑이야기가 섞여들어가는 내용이겠거니, 착한 사람들이 고난을 겪다가 희망을 발견하는, 그저 착한 내용에 착한 교훈을 강조하는 만화려니 하고 단정지었다. 선입견을 가지고 있던 셈인데, 우연하지 않은 기회(.?)에 책장을 넘겨보고는 뜨악했다. 저 위의 그림을 보고는, 이건 애들 만화. 라고 콧방귀 꼈던 생각에 수정을 했다. 이건 '애들은 가라' 수위다. 첫 페이지 장면서부터 공항에서 폭파 씬인데, 팔 다리 목 같은 신체 부위가 뎅강 동강 터져서는 날라다닌다. 동글동글한 꼬마 아이들만이 그 현장에서 파손된 신체부위를 들며 이게 뭐지.? 하고 있다. 귀여운 꼬마들 그리는데 제격일것 같은 위런 그림체로 이러한 첫 장면이니, 나같이 편견을 갖고 책을 접하는 사람들은 내가 느낀 '뜨억'을 공유할 수 있을것이다.
 

 뜨억하기는 했어도, 곧바로 +_+의 상태에서 책을 읽었다. (왜.? 네 취향에 부응하는걸 느낀거야.?) 처음의 그 폭파장면은 1973년 베트남 전 영토에서 미군이 완전 철수하던 때에 일이고, 이야기는 그로부터 8년전인 1965년의 주인공(이랄지, 이 작품의 나레이션 역할) 회상 장면부터 다시 시작한다. 주인공은 일본계 미국인으로 베트남전에 육군 보도부에 배속 되어 파견된 녀석이다. 녀석은 당췌 개념이 없는 놈이다. 멍청한 백치 기질에 사람 짜증을 돋는 갈굼당할 기질이 다분한데, 그런 전쟁의 도가니 안에서 제일 먼저 뒈질 희생당할 여지가 충분한 캐릭터인데, 운 좋게 계속 살아남는다, 그도 그럴것이 베트공에 절정의 실력을 가지고 있는 '공주'라는 소녀가 주인공 녀석을 살아남게 '조절'을 해 준다. 그 이유는 모르겠다. 그 공주를 나는 '으크크' 공주라고 부르는데, 대사가 으크크 밖에 없기 때문이다. ㅇㅋㅋ공주는 영화 <킥애스>에 꼬마 킬러를 베트콩 처녀 의상을 입히면 저럴까 싶을정도로 살인 기술이 장난이 아니다. 그녀에게 지시를 내리는 노파로 대표되는 베트콩 세력과 미군이 개입한 베트남민족간에 벌어지는 전쟁(통칭 베트남 전쟁)이 이 책의 시대적 배경이다.

 

 베트남 전쟁에 대해서는 단순하게 미국 vs 베트남 간의 전쟁이었고, 미국에게 우호국이어야 했던 우리나라도 참전 했던 경험이 있는, 강자가 약자를 괴롭히는 전쟁이다, 어리석은 전쟁이고 어쩐일인지 미국이 철수하는 것으로 끝났다는 정도밖에 알지 못했다. 그런데 이 책의 작가는 아주 작심을 하고 베트남 전쟁의 시작과 끝을 그려낼 작정이라서, 부록으로 베트남 전쟁과 관련한 연표를 실어 놓았고, '아오자이 통신' 이라는 부록 만화를 통해서 베트남에 대한 공부를 해 볼 수 있게 배려해 놓았다. 그래서 베트남 전쟁 이전에 프랑스나 일본 같은 미국외의 세력의 개입이 있었다는 것, 호치민의 영향력이 어느 정도 였던가 하는 것 같은 배경지식을 습득을 하게 되니까, 작가가 이 작품을 그리면서, 스토리를 짜면서, 얼마나 많은 자료를 공부하고, 심혈을 기울였는지 짐작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니까 나처럼 베트남 전쟁에 대해 사전 지식이 거의 없다시피한 사람은 부록을 먼저 보면, 본편의 내용을 역사적인 사실을 염두에 둔 상태로 더욱 생동감 있게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역사적인 사건을 바탕으로 허구의 인물들을 녹여낸 이야기 이기에, 으크크 공주급의 전투 실력이나, 그린베레의 구성원 같은 기인적이고 다양한 배경과 특수기술 같은것은 허구일 가능성이 높다. 허나, 동글동글한 캐릭터들의 액션씬에 스틱데스같은 잔인함이 배어있는 전투장면과 동글동글한 그림체에 어울리는 휴머니즘적인 일화의 조합은 전쟁의 잔혹함과 생존 본능의 처절함을 잘 표현하기에 그 효과가 탁월하다. 어느정도는 쿠엔틴 티란티노 감독의 영화들이 생각나기도 했다. 평화롭게 일상적인 대화를 한-참 주고받다가 느닫없이 피칠갑의 장면으로 전환하는 기법을 애호하는 '쿠티' 스타일 때문이랄까. 역설적인 두 장면의 대비는 되려 현실을 선명하게 드러내는것 같다.

 

 내가 맘에 안 들어하는 주인공 녀석(허구한 날 ㄸ만 치는 놈이다)과 으크크 공주가 조우하는 장면마다 '1965년 X월 두사람은 아직 서로를 모른다.' 라는 나레이션이 되풀이 되는데, 이게 전쟁 초기의 장면이니까, 맨 처음에 나온 전쟁 막바지의 공항 폭파 장면에서 으크크 공주가 데리고 다니는 개가 물고 있던 두 사람이 꼭 잡은 '손' 이 이 두사람의 손일까. 그린베레 라고 하는 특수 정예 부대와 ㅇㅋㅋ공주와의 전투 장면은 어떨까. 그외 작가가 8년의 이야기를 녹여내겠다고 기합을 넣은 이 책의 플롯은 초심을 유지할지 다음 2권, 또 그 다음권을 지켜봐야겠다.

 

 끝으로, 나레이션 중에 <아폴로 11호가 달 착륙에 성공한게 1969년 7월 20일. 인류가 위대한 한 걸음이라는 것을 내디딘 그때도, 저 반짝이는 지구에서는 베트남 전쟁이 한창 중. JFK의 유령은 어떤 얼굴로 조용한 바다에서 폭발이 만들어내는 반짝임을 내려다보고 있을까.?> 하는게 있는데, 이 장면에서 지구밖의 달 크레이터와 지구위 베트남에서 폭격으로 인해 생긴 크레이터의 대비는 이 책의 가장 인상깊은 한 장면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약속 - 아시하라 히나코 컬렉션 1
아시하라 히나코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0년 4월
평점 :
품절


재미있다.! 확실히, 압도적으로 동인녀들의 우정이나 뉴하프웨이맨 이야기 같은 것 보다 역시 나의 성향은 이런 보편적인 남과 여 쪽..
이다마는, 이 만화도 보편적이지 않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일본의 여자 고등학생의 보편적인 감성이 이런 거라면, 이미 틀렸다고 본다 그 나라는.. 농담이고, 본 만화는 아시하라 히나코의 단편집이다. 작가의 말에 보면, '나와 맞는 작품은 어떤 작품인가', '독자와의 접점은 어디인가'를 탐색하는 사이에 그린 6년전의, 작품을 모은 것입니다 라고 한다. <약속>, <뻐꾸기의 딸>, <60 days>의 세편으로 구성 되어있다. 보편수위로 보면 차례대로 강,약,강 이고, 불륜 '쎈' 지수로 보면 순서대로 약, 초강, 약 의 수위를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보편적으로 약하고 강하게 쎈' <뻐꾸기의 딸>이 가장 재미있었다.

 

 책 표지를 들춰 보다가, 흥미로운 이미지를 포착 했다.

 

 


ⓒ대원씨아이

 

위걸 보면 무엇이 떠오르나요.? 나는 삼색 샌드위치가 떠올랐다. 가운데 끼인 부분이 가장 맛있는 부분이고, 위 아래는 담백한 맛. 담백하다는 것은 가장 맛있는 부분을 위 아래에서 받쳐주어서, 더 맛있게 해 준다는 의미이다. 실제로 샌드위치나 햄버거도 패티는 빵 사이에 끼어있기에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거 아닌가.

 

 왜 <뻐꾸기의 딸>이 재미있는가.

 

 뻐꾸기는 남의 둥지에 알을 낳고, 도망간다. 직접 제 자식을 키우지 않는다. 예로 부터 이러한 뻐꾸기의 습성에 기인해 오죽하면, 돌아볼 고 (顧) 자가 뻐꾸기가 남의 둥지에 제 알을 낳고 잘 키우고 있나 돌아본다고 해서 나왔다는 말이 있겠는가. 이부키는 뻐꾸기의 딸이다. 나참, 첩의 자식을 그렇게 부르다니. 하지만 사실이다. 그래서 이부키는 지금 살고 있는 집의 엄마하고는 사이가 좋지 않다. 그녀를 키워주고 있는 엄마는 그녀가 어렸을때부터 매일 매일, "뻐꾸기는 다른 새 둥지에 알을 낳아서 제 새끼를 키우게 한단다. 교활하고, 더러운 새. 누굴 닮지 않았니.?" 하고 말했다고 한다. 그래서 분했던 이츠키는 성실한 뻐꾸기도 있다는 것을 증명하려고 숲 속을 헤매며 찾아다녔다고 한다. 하지만 결국 찾지 못했다며 쓸쓸한 표정을 짓는다. 그런 이츠키가 유일한 친구인 나오가 일하는 비디오 편의점에서 놀러 왔다가 우연히도 같은 비디오를 집어들게 된 유부남 준이치에게 반해버린다. 그 매개가 된 비디오 이름은 <뻐꾸기 둥지위로 날아간 새>. 준이치는 현재 부인하고 사이가 신혼때만큼 좋지가 않다. 100%의 사랑이 아닌게외다. 그래서인지, 결국 이츠키에게 XX게 되고(교양있는 용어가 생각이 나지 않는다-,-), 결국 부인과 이혼하고, 이츠키와 멀리 다른 곳에서 살게 되었다. 뻐꾸기의 딸이 자신이 그토록 찾아왔던 성실한 뻐꾸기가 되었고, 모두들 행복해졌다는 말을 하려고 했는데, 여기까지 와서 보니까 그게 아닌거다. 그러면, 이건 뭐지. 본부인을 내쫓는 <하녀>(아직 안 봤다)의 속성을 가지고 있다라고 해야하나. 이 해답은 나오에게서 찾을 수 있다. 나오의 어머니가 사실은..! 뻐꾹.~

 

 횡설수설했군. <약속>, <60 days>에 비해 <뻐꾸기의 딸>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차이는 주인공 소녀의 적극성이랄까. 뻐꾸기의 딸이 유일하게 따귀를 날리고 남자를 쟁취한다. 나머지 두 단편의 소녀는 남자가 일방적으로 여자애 한테 잘 해준다. 그래서 재미가 덜 했나.; 잠깐, 그러고 보니, 내가 지금 써 놓은건 도덕적으로 비추인 단편을 집중 조명 하고 있지 않나. 그것도 가장 재밌었다고 하면서. 헉, 나 어떻게 된거지. 이제와서 말 바꾸기엔........끄어.......................................(다들 그래서 그렇게 우주를 찾아 댕기는거였구나)

 

 종국에는 소녀의 화사한 웃음으로 마무리 되는 단편 셋이니. 보고 싶은 사람들은 망설이지 말자.(이러면 잘 마무리 된건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프앤하프 1
나나미 마오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0년 4월
평점 :
절판



 뭣도 모르고 뉴하프 캐릭터에 열광했던 적이 있다.

 그 캐릭터는 <원피스>의 봉쿠레 였는데, 그때는

뉴하프가 남자 반, 여자 반인 사람이라는것의

현실적 의미를 몰랐다.

뉴하프는 남자이면서 여자니까 그러니까 최강이라고

노래 부르던 봉쿠레. 그의 신념은 불굴이었다고 기억한다. 

 

하프&하프는 뉴하프가 되어서 돌아온 이츠키'군'으로 인해

 벌어지는 일련의 소동을 그리고 있다.

여장을 한건지, Operation을 통해 여자가 된건지

아직 확신은 못 하겠지마는

이츠키는 13년만에 고향 집으로 돌아왔는데,

 

히나는 어릴때 이츠키가 장래에 데리러 오겠다는 약속 하나만

(어릴때 한 약속이지만 그녀에겐 소마아이었던듯)

간직했던 바, 여자가 되어서 돌아온 이츠키에 대해

어처구니가 없었다. 게다가 진짜 여자보다 더 예쁜 미녀.

 

히나가 그 상황에서 느낀건 일종의 자기 붕괴감일까.

 

허나, 돌아온 이츠키 군으로 인해 벌어지는 일련의 소동중에

여자의 모습이지만, 남자의 모습을 보여줄 수 밖에 없는 상황

에서 본 이츠키는 히나가 여전히 좋아 할 수 밖에 없는 모습.

 

히나는 웃고 있지만 웃고 있는게 아닌것 같다.

 

4화에서 히나, 이츠키, 그리고 친구가 된 두명과

이웃 현의 바닷가의 별장에 놀러 갔다가 밤에 방에서

만취한 상태의 히나와 멀쩡한 이츠키의 대화.

 

히: 어떡하면 좋지.? 난 이츠키가 좋아.

                          남자든 여자든 좋아해. 어떡해야 좋을지 모르겠어.

 

이: 좋아하는 사람이 졸지에 여자가 되었으니 당황스럽겠지.

                        나도 히나를 좋아해. 하지만 이성의 감정으로 널 사랑해줄 수는 없어.

난 여자니까.

 

여자니까.

 

이 장면에서 히나는 응. 하고 수긍을 하고,

여좌 이츠키는 잠든 히나의 곁을 밤새 지켜줬다.

달래듯이 머리를 쓰다듬어주면서.

 

그리고 그렇게 한바탕 울고 난 히나는 다음날부터

이츠키를 단념하겠다는 마음을 조금씩 갖게 되었다

고는 하지만, 그래서는 이야기가 성립(재미) 될 수가 없잖아.?

 

다음 권 부터는 어떤 전개가 될는지.

 

난 이츠키가 멋진 남자로 다시금 자각해서

히나의 로망을 성취시켜 주었으면 한다.

 

본편의 그림은 상당히 수려하다. 

그런데 후기의 그림은 상당히 아저씨다.

ㅋㅋㅋ

후기 만화 <파이팅 나나밍>의 교훈.

 

설렘은 설렘 안테나를 어떤 상황에서도

세우는 사람에게 찾아온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부녀자의 소망 - 801시리즈
쿠사메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표지를 보면, 귀엽고 깜찍한 여고생 캐릭터 셋이 있다. 그런데 위에 제목으로 부녀자 라고 써 있으니까 무언가 어색하다. 혹시 전원 유부녀

 

여고생.? 인가 싶으면, 아직 그 용어의 의미를 몰라서 그러는 것이겠지마는, 나는 안다(...) 어쩌다 알게 되었을까. 그것은, 아마, 아무래도,

 

돌이켜보면, '그 분'의 계략이었던 듯- .- (혹시 부녀자가 무슨 뜻인지 모르는 새하얀 도화지 같은 얼굴의 여러분은 책을 읽어보시길.ㅋㅋ)

 

여고생인 타카코, 슈메이, 아게하는 같은 취향을 공유하고 있다. 아, 이 책은  그들의 취향 공유 성장기라고 해도 좋을 것 같다. 왜냐하면, 

 

메인 캐릭터인 타카코, 대만에서 온 슈메이, 죽어라 정체를 숨기는 아게하는 처음부터 절친한 관계는 아니었으니까. 그렇지만, '그 취향'

 

은 속성이 다른 이 셋을 하나로 묶어 주었다. 그 '묶임'은 그들의 마지막 장면을 보면 될 것 같다. 대만에서 일본으로 '그 취향' 유학을 왔던

 

슈메이가 본국으로 돌아가게 되자, 그동안 무심한 듯 행동해 왔던 아게하는 눈물이 그렁그렁  해 져서는, '이제 겨우 겨우 친해졌는데,

 

헤어지다니, 싫단 말이야 엉엉' 하고 말하고, 슈메이가 그런 아게하를 다독이는 그 장면을 옆에서 지켜보는 타카코는 혼자 멍-흐믓해 한다.

 

왜 그러냐고 물어보는 친구들 앞에 한 마디 : 아 미안, 이 상황 자체를 시츄에이션 비엘로 변환 해 봤어. (그것이 타카코의 퀄리티.!)

 

솔직히, 이 만화는 801은 역시 나의 만화 기호와 상당히(우주적 규모로), 난감한 거리감이 있다는 것을 재차 느끼게 해 주었다. 허나,

 

확실히 웃긴 블랙 유머 코드는 장르간에 허물이 없다는 것을 확인 했달까. 이 책은 아게하와 '안경 쓴 남자' 를 츤데레한 캐릭터로 보여

 

주고 있다. 츤츤대는 아게하를 보다보면 빵 터진다. 또 현직 국어 교사(후지코)이면서 사실은 '그 취향'의 매체 소설의 작가인 후조오 또한

 

개그에 한 몫 한다. 그녀와 아게하는 학교에서는 껄끄러운 존재지만, '그쪽'에서는 존경하는 작가와 열렬한 팬 관계다. 자신의 팬 싸인회에

 

온 아게하를 보고 놀라는 선생님의 표정(물론 평소와는 다른 사람으로 분장까지 했던 얼굴)을 보면 어찌나 아이러니한지 웃음이 터진다.

 

자꾸 아게하 얘기를 예사로이 하는데, 흥.! 그렇다고 내가 아게하가 맘에 들어서 그러는건 아니라구. 그냥. 대놓고 즐기지 못하는 '그 취향'

 

을 포기하지 않는 근성이 쪼끔은 눈에 들어오는 것 뿐이니까. 착각하지마.! (ㅋㅋ '츤데레'한 발언은 이런 구조임)

 

부녀자들에겐 필수 교양서. 아닌 사람들에게는 위런 개그 말고는, 얻어서는 안 될 것이 있는 책이 아닐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모모네 - 맑은 봄빛 사랑 이야기
케이 토우메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10년 3월
평점 :
품절


다 읽고 나서 입가에 슬며시 미소를 띠게 하는 이야기 였다. 일단 주인공 소녀인 모모네가 귀엽다. 입시에 실패해서 재수를 하게 된 모모네는 미대를 지망한다. 그래서 미술학원에 다닌다. 학원 친구들은 모모네를 마냥 보살피는 느낌이다. 모모네는 혼자서 자취를 하는데, 집안에서 막내라 그런지 언니, 오빠가 자주 들러서 이것저것 해주고 간다. 특히 언니는 수시로 드나들어서, 모모네가 자벌레 춤을 추고 있을때 불쑥 들어와서 들키고 말았다. 모모네는 한마디로 보살피고 싶은 욕구를 자극하는 타입의 소녀랄까. 하지만 의외로 자기 주관을 지키고 싶은 욕구가 있어서 은근 고집이 있다. 그러나 상황은 그녀의 편이 아니라서, 주변에 애정어린 (비)웃음을 사는 타입이다.
 

 모모네의 일상은 집-학원-집-학원 가끔 본가. 이런 식인데, 어느날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있다가, 누군가가 소스병 뚜껑에 얼굴을 그려 넣은 걸 보고 모모네도 장난삼아 다른 병에 얼굴을 그려 짝을 만들어줬는데, 다른 날 다시 보니, 그림이 더 덧그려져 있고, 모모네도 덧 붙여 그리고, 그러다가 나중에는 소스병뚜껑 예술가 두 남녀는 식당의 '병뚜껑에 낙서를 하지 마시오.' 라는 엄중한 경고를 못 이겨 사상 최대의 병뚜껑 낙서의 음모를 꾸미다가... 아, 이게 아니라, 병 뚜껑 낙서가 계기가 되어서, 마츠모토라는 남자애를 알게 되고, 그렇게 서로의 존재를 인지한다. 그러다가는 결국 입시 시험 볼 때까지도 긴장감 있는 만남을 이어오고, 한번쯤 티격태격 해 보기도 하고, 입시가 끝나고 나서는 장거리 연애를 하는것 같다...

 

 플롯은 예측하기 쉬워서 예상대로 흘러간다. 그런데 식상하지 않고, 오히려 몰입도가 상당했는데, 그 이유가 감상 포인트가 되는 것 같다. 일단 그림체가 주로 연필 데생을 밑바탕으로 해서, 어쩐지 스케치화 같다는 느낌이다. 그래서 컷마다의 그림이 모모네와 그 주변을 스케치한 느낌이라 관찰일기 같은 느낌이다. 그 느낌으로 인해서 모모네를 관찰하는 듯한 느낌이다. 따라서 모모네의 주변인물들 또한 자연히 관찰하게 하는 느낌인데, 모모네를 자주 찾아오는 언니나 오빠한테 어리광 부리는 모습이나 학원에서는 친구들을 대하는 모모네의 태도가 마치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귀요미 인 것 같은 자연스러운 느낌을 주는게 아닐까.

 

 또 사실, 모모네의 가정은 화목하지만, 정상적이지는 않다. 자칭 예술가인 아버지는 오래전에 집을 나가서 돌아오지 않고 있고, 어머니는 그런 남편을 기다리는데 지쳤다. 장남과 차녀는 어머니가 아버지와 이혼 절차를 밟는다 해도 딱히 반대를 하는건 아니다. 둘다 아버지에 대해 비판적이므로. 허나 모모네는 위 두 남매와 달리 어머니와 이혼 하지 않았으면 좋겠고, 딱히 아버지를 싫어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그림 재능을 존경하고 있달까. 헌데, 부재중의 아버지의 자리를 장남이. 그리고 어머니도 충분히 독립적인 생계를 꾸릴 능력이 있고, 언니는 쿨한 여자고, 모두들 모모네하고는 사이좋고 자상하게 대해주는 공통점이 딱 하나 있고 해서, 이 집안의 평화는 괜찮은 편이다. 묘한 밸런스랄까. 희한하게 유지되고 있는 가족 균형이다.

 

 모모네의 언니가 개성이 강한것 같다. 그래서 언행이 눈에 띄는데, 미술학원에서 실습 사물로 쓰였다가 오갈데 없는 닭을 모모네가맡게 되자, 진지한 얼굴로 켄터키 후라이드 치킨의 약자라며 이름을 켄타로 지어주는 네이밍 센스, 거침없는 연애 조언, 자주 와서 해주는 먹을거리같은 행동들이 최근 남자친구랑 헤어져서 많이 심심한가 보구나. 그 외에도 엄마, 오빠, 마지막에 등장하는 아빠 등의 캐릭터 속성이나 관계가 이 만화를 단순한 연애 이야기에서 차별성을 부여한것 같다.

 

 마츠모토와의 관계는 닭장을 지어주러 모모네의 자취집에까지 와서 뚝딱뚝딱 만들어 준다는 사이로까지 발전을 했지만, 이 둘은 과연 병뚜껑 커플인지라, 애정을 확인 하는 대화가 이런 식이다.

 

모모네: 다....닭장, 망가지면 수리해줘야 하는데.

마츠모토: 그때는 돌아올게. 연락 주면 언제, 어디에 있든... 모든 걸 제쳐두고 돌아올게. 약속할게. 안될까.?

모모네: 안 되지 않아..

 

안되지않아 안되지않아 안되지않아... 난 이 부분이 왜 이렇게 나를 피식 거리게 하는지 모르겠다. 사실 위의 대화에서 마츠모토의 대사 마침표 사이 사이에 모모네의 표정이 나오는데, 처음에는 고개 숙이고 듣다가 점점 고개를 들어 마츠모토를 똑바로 마주보는데, 마츠모토는 처음에는 똑바로 보며 얘기하다가 나중에는 고개를 푹 숙이고는 안될까.? 이러고 있다. 이런 요소가 마지막 까지 있어서 슬며시 미소를 짓게 한달까.            

 

 심야식당을 성공적으로 출판해서, 좋은 이미지가 있는, '미우' 라인에서 나온 책이라 그런지, 표지가 특유의 상아색에  질감은 삼베다. 손을 올려보니 시원하다. 알고 보니 TOUME Kei씨는 <양의노래> 작가더라. 만약 이 사실을 이 만화를 보기 전에 알았더라면, 조금은 선입견을 가지고 읽었을지도 모르겠다. (소년이었을때 양의 노래를 보고, 조금 식겁했던 기억이 있다) 아마도 마지막에 무언가 뒤틀어져 버리지 않을까 하는 선입견이었을텐데, 이 책 모모네는 종국에는 다 잘 됐잖아 하는 느낌을 줘서, 슬며시 짓는 미소와 잘 되리라는 마음을 받길 원하는 사람에게 추천하는 만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