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엔비엔푸 1
다이스케 니시지마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디엔비엔푸>의 첫인상이 생각난다. 표지그림과 카피문구만 보고는, 이거는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던 베트남에 외부세력이 꼬이면서 벌어지는 혼란을 그린 내용일터, 순진한 소년과 소녀의 사랑이야기가 섞여들어가는 내용이겠거니, 착한 사람들이 고난을 겪다가 희망을 발견하는, 그저 착한 내용에 착한 교훈을 강조하는 만화려니 하고 단정지었다. 선입견을 가지고 있던 셈인데, 우연하지 않은 기회(.?)에 책장을 넘겨보고는 뜨악했다. 저 위의 그림을 보고는, 이건 애들 만화. 라고 콧방귀 꼈던 생각에 수정을 했다. 이건 '애들은 가라' 수위다. 첫 페이지 장면서부터 공항에서 폭파 씬인데, 팔 다리 목 같은 신체 부위가 뎅강 동강 터져서는 날라다닌다. 동글동글한 꼬마 아이들만이 그 현장에서 파손된 신체부위를 들며 이게 뭐지.? 하고 있다. 귀여운 꼬마들 그리는데 제격일것 같은 위런 그림체로 이러한 첫 장면이니, 나같이 편견을 갖고 책을 접하는 사람들은 내가 느낀 '뜨억'을 공유할 수 있을것이다.
 

 뜨억하기는 했어도, 곧바로 +_+의 상태에서 책을 읽었다. (왜.? 네 취향에 부응하는걸 느낀거야.?) 처음의 그 폭파장면은 1973년 베트남 전 영토에서 미군이 완전 철수하던 때에 일이고, 이야기는 그로부터 8년전인 1965년의 주인공(이랄지, 이 작품의 나레이션 역할) 회상 장면부터 다시 시작한다. 주인공은 일본계 미국인으로 베트남전에 육군 보도부에 배속 되어 파견된 녀석이다. 녀석은 당췌 개념이 없는 놈이다. 멍청한 백치 기질에 사람 짜증을 돋는 갈굼당할 기질이 다분한데, 그런 전쟁의 도가니 안에서 제일 먼저 뒈질 희생당할 여지가 충분한 캐릭터인데, 운 좋게 계속 살아남는다, 그도 그럴것이 베트공에 절정의 실력을 가지고 있는 '공주'라는 소녀가 주인공 녀석을 살아남게 '조절'을 해 준다. 그 이유는 모르겠다. 그 공주를 나는 '으크크' 공주라고 부르는데, 대사가 으크크 밖에 없기 때문이다. ㅇㅋㅋ공주는 영화 <킥애스>에 꼬마 킬러를 베트콩 처녀 의상을 입히면 저럴까 싶을정도로 살인 기술이 장난이 아니다. 그녀에게 지시를 내리는 노파로 대표되는 베트콩 세력과 미군이 개입한 베트남민족간에 벌어지는 전쟁(통칭 베트남 전쟁)이 이 책의 시대적 배경이다.

 

 베트남 전쟁에 대해서는 단순하게 미국 vs 베트남 간의 전쟁이었고, 미국에게 우호국이어야 했던 우리나라도 참전 했던 경험이 있는, 강자가 약자를 괴롭히는 전쟁이다, 어리석은 전쟁이고 어쩐일인지 미국이 철수하는 것으로 끝났다는 정도밖에 알지 못했다. 그런데 이 책의 작가는 아주 작심을 하고 베트남 전쟁의 시작과 끝을 그려낼 작정이라서, 부록으로 베트남 전쟁과 관련한 연표를 실어 놓았고, '아오자이 통신' 이라는 부록 만화를 통해서 베트남에 대한 공부를 해 볼 수 있게 배려해 놓았다. 그래서 베트남 전쟁 이전에 프랑스나 일본 같은 미국외의 세력의 개입이 있었다는 것, 호치민의 영향력이 어느 정도 였던가 하는 것 같은 배경지식을 습득을 하게 되니까, 작가가 이 작품을 그리면서, 스토리를 짜면서, 얼마나 많은 자료를 공부하고, 심혈을 기울였는지 짐작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니까 나처럼 베트남 전쟁에 대해 사전 지식이 거의 없다시피한 사람은 부록을 먼저 보면, 본편의 내용을 역사적인 사실을 염두에 둔 상태로 더욱 생동감 있게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역사적인 사건을 바탕으로 허구의 인물들을 녹여낸 이야기 이기에, 으크크 공주급의 전투 실력이나, 그린베레의 구성원 같은 기인적이고 다양한 배경과 특수기술 같은것은 허구일 가능성이 높다. 허나, 동글동글한 캐릭터들의 액션씬에 스틱데스같은 잔인함이 배어있는 전투장면과 동글동글한 그림체에 어울리는 휴머니즘적인 일화의 조합은 전쟁의 잔혹함과 생존 본능의 처절함을 잘 표현하기에 그 효과가 탁월하다. 어느정도는 쿠엔틴 티란티노 감독의 영화들이 생각나기도 했다. 평화롭게 일상적인 대화를 한-참 주고받다가 느닫없이 피칠갑의 장면으로 전환하는 기법을 애호하는 '쿠티' 스타일 때문이랄까. 역설적인 두 장면의 대비는 되려 현실을 선명하게 드러내는것 같다.

 

 내가 맘에 안 들어하는 주인공 녀석(허구한 날 ㄸ만 치는 놈이다)과 으크크 공주가 조우하는 장면마다 '1965년 X월 두사람은 아직 서로를 모른다.' 라는 나레이션이 되풀이 되는데, 이게 전쟁 초기의 장면이니까, 맨 처음에 나온 전쟁 막바지의 공항 폭파 장면에서 으크크 공주가 데리고 다니는 개가 물고 있던 두 사람이 꼭 잡은 '손' 이 이 두사람의 손일까. 그린베레 라고 하는 특수 정예 부대와 ㅇㅋㅋ공주와의 전투 장면은 어떨까. 그외 작가가 8년의 이야기를 녹여내겠다고 기합을 넣은 이 책의 플롯은 초심을 유지할지 다음 2권, 또 그 다음권을 지켜봐야겠다.

 

 끝으로, 나레이션 중에 <아폴로 11호가 달 착륙에 성공한게 1969년 7월 20일. 인류가 위대한 한 걸음이라는 것을 내디딘 그때도, 저 반짝이는 지구에서는 베트남 전쟁이 한창 중. JFK의 유령은 어떤 얼굴로 조용한 바다에서 폭발이 만들어내는 반짝임을 내려다보고 있을까.?> 하는게 있는데, 이 장면에서 지구밖의 달 크레이터와 지구위 베트남에서 폭격으로 인해 생긴 크레이터의 대비는 이 책의 가장 인상깊은 한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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