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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개 - 토종개에 대한 불편한 진실
하지홍 지음 / 글로벌콘텐츠 / 2017년 8월
평점 :
[완독 57] 한국의 개. -토종개에 대한 불편한 진실. 하지홍. 글로벌콘텐츠
개를 키우기 전 동물은 내게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무섭고, 더럽고, 불편하다고 막연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 우연한 기회로 7년 전부터 우리 집은 진돗개 한 마리를 키우기 시작했다. 운이 좋게도 우리 집에 온 진돗개는 진돗개 중에서도 영리하고, 온순하며, 사람을 잘 따르는 개였다. 이런 강아지와 함께 살면서 개에 대한 애정뿐만 아니라 동물에 대한 관심과 애정도 커졌다. 옆집 개들도 호기심 대상이 되었고, 길고양이들도 한참을 지켜보게 되었다.
이 책은 경북대 농화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일리노이 주립대에서 미생물 유전학을 전공한 하지홍 현 경북대 자연과학대학 유전공학과 교수의 신간이다. 저자는 모교인 경북대에 재직하면서 토종개를 연구 중이다. 경산시 와촌면에 경산삽살개육종연구소를 건립하여 삽살개와 고려개의 보존, 연구 중이다. (책 소개 발췌)
이 책이 좀 더 흥미로운 것은 조선시대 그림에 등장하는 개들을 살펴보면서 우리나라 토종개에 대한 연구를 발전시켰다는 점이다. 진돗개와 삽살개만이 우리나라의 개라고 막연히 생각해왔지, 한국의 개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지 못한 상태인데 '한국의 개' 책의 출간 소식을 듣고 내가 봐야 할 책이구나 싶었다. 진돗개를 키우면서 생긴 개에 대한 궁금증과, 우리나라의 토종개에 대해 한꺼번에 알 수 있는 책이 출간되었다니. 출간 자체가 흥미로웠다.
우리나라의 모든 연구가 그렇듯 개에 대한 연구도 '일제강점기를 겪으면서' 멸종, 왜곡, 사라짐의 위기를 겪었다. 지배계층이 되면 아니 지배계층의 위치라고 생각되면 피지배계층의 모든 것을 잔인하게 앗아가는 것은 인간의 본성일까? 조선총독부에서 남긴 "조선의 개와 그 모피"라는 기록물을 봐도 일본인들이 전래 없이 잔인하게 조선을 짓밟음이 느껴진다.
1938년부터 1945년까지 우리 토종개 껍질 150만 장 이상을 벗겨 군수품으로 이용하였다. (...) 우리 개들은 이때 거의 도살당해 껍질이 벗겨지는 어처구니없는 일을 당했는데 우리는 이러한 기막힌 역사에 대해 무지했었다.
껍질이 벗겨지는 수모만 당한 것이 아니라 정체성마저 정치적 조작에 의해 유린되었는데 지금까지 어떤 역사가도 이에 대해 언급조차 한 적이 없다. 일본 정부가 총독부 문서에서 언급한 조선의 개는 도대체 어떤 개를 말하는 것이며, 어쩌다가 그 조선의 개들은 껍질만 남아있고 진돗개와 풍산개는 살아서 우리의 대표 토종개가 되었는가? (13)
무지와 무관심에 반성하게 되는 대목이었다. 일제강점기 시절을 겪으며 우리 민족의 많은 것들이 잊히고 왜곡되었는데 이 책을 통해 새로 알게 된 개학살으로 상냥한 일본인의 이면에는 이토록 살벌한 잔인함이 숨겨져 있을까 무섭게 느껴진다.
한국의 토종개라는 자부심으로 키우고 있는 우리 집 개는 일제가 만든 것이었다. 일제는 '식민지의 개도 본토의 개와 혈연적 연관이 깊다는 주장을 하기 위해 진도 섬의 개를 조선총독부의 천연기념물로 지정하였지만(13), 조선의 개와 일본의 개는 겉모습이 비슷할 뿐 유전적 성질은 전혀 연관이 없음을 저자의 유전학적 연구를 통하여 밝혔다.
'과연 내가 키우고 있는 이 개들이 우리 토종개가 맞는가?'하는 의구심으로 출발한 이 연구는 농화학과 유전학을 전공한 저자를 통해 수십 개의 논문, 몇 권의 책으로 출판되었다. 여전히 한국의 개는 삽살개와 진돗개이고 목줄에 묶여 집 한구석에서 주인이 주는 밥을 먹고사는 애견, 반려견이지만 저자의 문제의식과 연구의 결과물 덕분에 처참하게 사라진 한국의 토종개와, 그 외 민족적 기록물들을 떠올릴 수 있었다. 가볍게 책장을 넘겼지만 일본으로부터 사라진 150만 이상의 가엾은 한국의 토종개를 생각하니 마음이 무겁다.
이런 문제의식을 가진 책이 출간되어 기쁘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보고 지금 내가 느끼는 이 감정을 함께 느낄 수 있게 되길 바래본다.
(아쉬운 점.
'그림으로 보는 조선시대 한국의 개' 부분이 부록처럼 담겨있는데, 좀 더 연구하고 설명글이 추가되었다면 좀 더 대중적으로 인기 있는 책이 되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