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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은 너무해 ㅣ 너무해 시리즈 1
조리 존 지음, 레인 스미스 그림, 김경연 옮김 / 미디어창비 / 2017년 2월
평점 :
펭귄은 너무해. 조리 존 글. 레인 스미스 그림. 김경연 옮김. 창비.
그림책을 좋아한다. 글과 그림, 책의 모양과 크기 등 호기심 많은 내게 볼 때마다 새로운 느낌을 주는 이 짧고 귀엽고 재미있는 출판물. 글 작가, 그림 작가, 번역의 협업으로 만들어지는 예술품. 그림책은 어린이만을 위한 쉽고 유치한 책이 아니다. 그림책을 보면서 감동을 받고 눈물을 흘린 적도 있다. 사노 요코의 '백 만번 산 고양이'를 열 번도 넘게 읽었고 지금도 볼 때마다 뭉클하다.
글 작가, 그림 작가의 궁합이 어떠한가에 따라 술술 읽히는 책이 있고, 그렇지 못한 책이 있다. 그래서 늘 둘이서 콤비로 활동하는 작가들도 있고, 홀로 둘 다 해내는 능력자도 있다. 간혹 처음 보는 글 작가 또는 그림 작가와 유명한 그림 작가 또는 글 작가의 조합도 있는데, 그런 책은 조금 모험이 필요하다. 그림책만의 예민한 완성도의 세계가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래서 작가들의 전작이 무엇이었는지 꼭 살펴보게 된다.
'펭귄은 너무해'의 글 작가 조리 존은 '곰아 자니?'를 썼고, 그림 작가 '레인 스미스'는 '냄새 고약한 치즈맨과 멍청한 이야기들'을 그렸다. 1단계 통과. 일단 어느 정도의 재미는 보장. 옮긴이는 김경연이다. 모든 번역책이 그렇지만 번역가의 능력에 따라 책의 깊이가 달라진다. 토시하나로 읽기 불편한 글이 있고, 술술 읽히는 글이 있다. 원작의 뉘앙스를 제대로 읽어내려면 번역가의 내공이 꼭 필요한데, 김경연 번역가는 '책 먹는 여우', '행복한 청소부' 등을 번역했다. 여기도 통과. 이제 마음 놓고 책장을 넘긴다.
투덜이 스머프 같은 투덜이 펭귄의 이야기. 생김새도 귀여운 펭귄이 주인공인 그림책은 정말 많다. 내가 읽은 것 중 기억 남는 책은 '펭귄 365'. 귀여운 펭귄의 모습만 봐도 힐링 자체. 어른이 봐도 귀여운 모양의 펭귄이 투덜투덜 불평불만을 품는다. 그 모습이 우스꽝스럽다. '마치 오늘 하루를 보낸 내 모습을 보는 것 처럼.' 펭귄의 투덜거림은 띠지에서 가장 잘 느낄 수 있다. 투덜투덜 어쩜 저렇게 수다스러운 펭귄이 정말 있을 것만 같은 말투. 띠지가 있는 책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이 그림책에서 띠지는 꼭 필요하다. 아무튼, 그렇게 투덜거리는 펭귄에게 조근조근 조언하는 바다코끼리의 토닥임에 먹먹했다. 힘겨웠던 오늘 하루를 대하는 내게 그림책이 건네는 말처럼 느껴졌다.
부리가 꽁꽁 얼었어
밤이야? 벌써?"
귀염둥이 투덜이 펭귄은 바다코끼리의 토닥임을 잠깐 느끼다가 다시 또 투덜거림으로 이야기가 끝이 난다.
어린이라고 힘든 일이 없진 않겠지, 어른도 똑같다. 우리는 모두 투덜거리다가 '괜찮아' 위로의 말을 듣게 되면 마음을 조금 놓게 된다. 내일 또 반복되는 일상을 살고 있지만 따뜻한 위로를 받게 된다면 잠깐 마음을 놓는다. 사소하지만 당연한 이야기. '펭귄은 너무해'
알 수 없는 무언가에 잠깐 지칠 때 펼쳐 보면 투덜거림을 잠시 내려놓을 수 있는 책. 엄마와 어린이가 함께 읽으며 오늘 하루를 마무리 할 수 있는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