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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동생은 멍멍!
박혜림 지음 / 창비 / 2017년 8월
평점 :
그림책, 내 동생은 멍멍. 박혜림. 창비.
글과 그림을 함께 쓸 수 있는 작가의 그림책에는 특별함이 있다. 글이 묘사하는 것과 그림이 묘사하는 것이 겹치지 않는다. 과한 겉치레나 군더더기가 없이 깔끔하다. 내가 좋아하는 '사노 요코', '마스다 미리', 그리고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작가 '존 버닝 햄'. 그 외에도 훨씬 많겠지. 그림도 글도 과하지가 않다. 이러한 만능 그림책 작가들에 대한 동경을 갖고 있었는데, '사노 요코'의 에세이를 읽으면서 역시, 그 쎈스는 결코 배우거나 연습한다고 생기는 것이 아니라 타고나는 것이라고 느꼈다.
'내 동생은 멍멍'을 처음 봤을 땐 '강아지 동생을 갖고 싶은 언니의 이야기'인줄 알았다. 하지만 '동생이 강아지로 변해 당황한 언니의 이야기'이다. 동생이 있는 언니 혹은 오빠라면 누구나 한 번쯤 장난치거나, 상상해봤을 법한 이야기.
그림책을 읽으면서 문득 '순이네 어린 동생'이 떠올랐다. 그림체의 분위기나 내용 전개가 비슷하게 느껴진다. 어린 시절 읽었고 지금 읽어도 감동적인 그림책. 동생을 잘 챙기는 어린 언니의 귀여움이나 동생을 잃어버린 후의 긴장감이 아이의 뒷통수, 뒷모습, 시점이나 뛰어가는 동작에서도 느껴진다. 그림책에서 그림은 단순한 삽화가 아닌 또 다른 글이다. '내 동생은 멍멍'의 저자도 그림으로 아주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방 안에 있는 인형들의 시선, 모든 페이지에 나타나는 강아지 등 정말 많다. 그래서 과한 느낌이 든다. 주인공 민지와 은지, 강아지의 귀여운 표정 묘사는 탁월하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허전하고 심심하다. 글과 그림의 조화가 어색하다는 표현이 어울리겠다. 미대를 졸업하고 한국일러스트레이션학교에서 그림책을 공부한 저자의 첫 책. 첫번째 그림책을 세상에 내놓은 박혜림 작가를 응원한다. 다음책에서는 그림에서 힘을 좀 빼고, 글에 깊이와 의미가 좀 더 담기기를.
맨 마지막 장면의 반전은 재미있다. 우습고 허무하고 신기한 그림책의 이야기가 담겨있는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