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사용 설명서 - 아플 때 병원보다 인터넷을 찾는 당신을 위한
황세원 지음 / 라온북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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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사용 설명서라는 주목할 만한 제목으로 눈길을 끄는 책이다.
이 책은 총 3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 똑똑하게 병원 진료받는 방법
2장 건강검진 결과지를 읽다 보면 생기는 궁금증 16가지
3장 알아두면 좋은 의학 지식 14가지

서두에 저자가 밝히 듯이 의사로서 겪었던 환자들의 주된 질문을 모아서 도움이 될 만한 내용으로 엮은 책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의사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할 시기가 되었다.
그런 측면에서 봤을 때, 의사 입장에서 대충 진료해주고 말 수도 있지만 이렇게 대놓고 의사 사용 설명서라는 책을 통해 조금이라도 환자에게 도움이 될만한 
정보를 제공하고자 함에 있어서 그 용기와 선한 방향성에 대해 감사할 따름이다.

살면서 병원 진료를 받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의사가 어떤 것을 해줄 수 있고 우리는 환자로써 의사에게 어떤 정보를 주어야 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런 측면에서 이 책은 의사와 환자의 벌어진 간격을 줄이는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몇가지 예를 들어보자.
가짜 뉴스가 판을 치듯 가짜 의학 정보가 넘쳐나고 있다. 저자는 비전문가들의 해석을 신뢰하는 어리석은 행동은 삼가고 모르는 것이 있다면 의사에게 물어보라고 이야기 한다. 또한 정확한 진료를 위해 의사에게 병원에 온 이유를 명확히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피력한다.

우리나라가 시행하고 있는 국가건강검진제도에 대해 소개해주고 이를 적극 활용하라고 권유하고 있다. 나라에서 제공해주는 이런 혜택은 환자 입장에서는 꼭 알고 있어야 하는 정보임에도 불구하고 모르는 사람이 많다. 이 책에서는 제도의 소개 뿐만아니라 놓치지 말아야 할 검진 항목, 나에게 해당되는 검진 항목에 대한 체크 정보 뿐만아니라 건강검진 결과지를 보고 궁금해할 만한 부분들을 조목조목 설명해주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이 책은 젊은 세대 뿐만아니라 나이가 있는 고령층의 분들도 한번쯤 읽어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고혈압, 빈혈, 고지혈증 등 많이 들어보았지만 아직도 낯설고 잘못된 인식을 가지고 있는 각종 질병에 대해 전문가의 시야로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주고 있다.
개인적으로 많은 종류의 두통이 수술적 치료가 필요 없는 경우가 많고 신경과 치료를 받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정보가 유익했다.
신경과와 신경외과의 차이도 이해하기 쉽고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것도 도움이 되었다.

몇몇 글들은 의사의 관점에서 환자가 왜 답답하게 행동하는 가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이 부분은 환자 입장에서 난생 처음보는 의사에게 어떤 정보를 어떻게 전달해야할 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의사의 융통성 있는 질문으로 사전 정보를 충분히 이야기하게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개인적인 생각이 들었고 의사의 단편적인 시야로 불만을 토로하고 있어 약간은 아쉬움이 있다.

책이 설명서라는 제목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지 정보 전달만 하고 갑작스럽게 끝나는 느낌이 있다. 마지막에 마무리하는 짧은 글이라도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 
몇가지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시대를 극복하는데 영웅임에 분명한 의사 분들에게 감사하고 이런 책들이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없는 소외계층에 많이 전달되어 모두가 지혜롭게 의사 사용 설명서를 읽고 진료를 받았으면 좋겠다.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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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거짓말쟁이 너에게 - JM북스
사토 세이난 지음, 김지윤 옮김 / 제우미디어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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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거짓말쟁이 너에게는 연애 소설의 탈을 쓴 미스터리 심리스릴러 책이다. 

그것도 꽤나 속도감있게 읽을 수 있는 재밌는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제우미디어 책을 여러번 리뷰했지만 역시나 기가막히는 일본 작품을 발굴하는 능력은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이야기의 핵심인물은 크게 3명으로 생각할 수 있다.

1장의 주인공인 이토 키미히로 그는 "코요"라는 별명으로 더 많이 불린다.

그리고 그의 시간제 직장동료인 미네기시 유코.

마지막으로 제국여대 3학년인 타시로 나나.

이렇게 3명이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주요 인물들이다.



코요는 스마일 법무사무소에서 일하는데 절친 모리오와 선술집에 간다.

여자친구가 없는 코요는 직장 동료 중에 괜찮은 사람이 없는지 모리오로 부터 추궁을 당하는데 그때 같이 일하는 미네기시 유코를 떠올리고 그녀의 SNS를 찾아보게 된다.



그리고 선술집 점장의 갑작스러운 옆자리 손님 소개를 계기로 나나를 만나게 된다.



그렇게 나나와도 연락을 주고받으며 가까워지는데 이상하게 동시에 유코도 그에게 접근해 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렇게 둘 사이에서 저울질 하듯 감정의 갈피를 잡지 못하면서 같은 애니메이션 영화를 나나와 그리고 유코와 보러 가기로 약속을 잡게 된다.



이야기가 하트하트하고 핑크핑크하게만 이어질 것 같았지만,

무서운 속도의 전개로 사건이 발생한다.

코요를 둘러싸고 있는 미네기시 유코와 나나의 정체는 무엇이고, 어떤 거짓말을 누가 하는지 끝까지 읽어봐야할 소설이다.



같은 상황을 세 명의 시선으로 반복적인 전개가 일어나면서 감추어 두었던 진실에 조금씩 다가가는데 사건의 진상은 무엇일지 끝까지 긴장감을 놓을 수가 없다.



불륜, 살인 그리고 거짓말. 자극적인 소재들이 적당히 잘 버무러지고 사건의 진상을 끝까지 궁금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현실 세계에서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이 드는 이런 이야기가 소설이기 때문에 작가가 마음껏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고, 또 그것을 읽는 독자로 하여금 재미를 느끼게 해주는 중요한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의 재미를 반감시키지 않도록 최대한 이야기의 핵심적인 부분을 말하지 않고 리뷰를 하려다 보니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많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이 책을 접하지 못한 독자들의 재미보장을 위해 줄거리 언급은 더이상 진행하지 않겠다.

오랜만에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서 빠른 속도로 읽었던 책이었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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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 팜
조앤 라모스 지음, 김희용 옮김 / 창비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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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팜, 우리말로 번역하면 "아기농장". 끔찍한 상상을 먼저 하게되는 자극적인 제목이다.
작가의 어떤 상상력의 세계가 펼쳐질지 궁금해하며 책을 읽기 시작했다.

책은 600페이지에 달하며 등장인물이 끊임없이 새로 나오기 때문에 누구를 기억하며 따라가야할지 조금은 고민이 되는 흐름이다.
하지만 누가봐도 주인공인 제인과 주로 등장하는 레이건, 메이로 시선이 이동하기 때문에 몇 장면만 읽어봐도 누가 메인인지 아닌지 구분할 수 있다고 생각된다. (조금 벅차긴 하지만)

이야기를 아주 간략하게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주인공 제인이 태어난지 얼마되지 않은 딸 아말리아를 데리고 응급실을 방문하는 장면으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녀의 사촌이자 70세가 다된 아테가 카터 부부의 아기를 돌보다 갑자기 쓰러졌다는 연락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제인은 어린 딸을 아테에게 맡기고 아테를 대신해서 카터 부부의 아이 헨리를 돌보기 위해 카터 부부의 집으로 가게 된다.

카터 부부의 집에서의 에피소드는 굉장히 속도감있게 전개된다. 그곳의 장면들이 이 책이 표방하는 육아 스릴러의 한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아무튼 그렇게 카터 부부의 집에서 지내던 제인은 아테의 소개로 골든 오크스에 가게 되고 그곳에서 대리모, 다른 말로 호스트로써 역할을 맡아 지내게 된다.

이 "호스트"들은 9개월동안 대리임신을 통해 월급을 받고, 무사히 아기를 출산할 경우 보너스를 받기 때문에 무엇보다 건강하고 외부 위험에 노출되지 않도록 관리를 받는다.

그녀들은 최고급 리조트에서 전담 의사, 영양사, 트레이너, 감시자의 역할이 더 큰 코디네이터 등의 사람들과 함께 지내면서 철저하게 통제된 삶을 살게된다.

여기서 갈등이 시작된다. 제인은 그녀의 딸 아말리아와 떨어져서 살게되고, 누구인지 모를 사람의 아이를 임신하게 된다.
그리고 골든 오크스에서 또 다른 호스트이자 룸메이트인 레이건을 만나게 된다.

다양한 호스트와 코디네이터가 등장하며 갈등과 긴장을 고조시키고, 리사라는 이름의 호스트가 저지른 일탈 때문에 제인은 주요 감시 대상이 되어 관리 받게 된다.

아테와 연락이 되지 않아 딸에 대한 걱정이 늘어가던 시기에 제인은 레이건을 통해 농장에서 일어나는 일들과 그들이 알려주지 않는 사실들에 대해 의혹을 키우게 되고 마침내 레이건과 딸을 만나기 위한 탈출 계획을 실행하게 된다.

마지막 결말은 스포일러가 되기 때문에 여기에 적을 수는 없지만 극과 극(해피엔딩과 새드엔딩)에서 작가가 고민해서 선택했을 거라고 생각이 들었다.
그 이유는 반대의 결말이 등장해도 딱히 이상하지 않았을 흐름의 전개였기 때문이다.

마지막 장면까지 제인의 심리적인 변화와 동기화되어 긴장감을 놓을 수 없게 만든 점도 칭찬할만한 부분이었다.

사실적인 묘사와 다양한 성격을 가진 인물들의 등장이 소설의 분량이 많음에도 지루하지 않도록 해주는 요인이라고 생각이 든다.
데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잘 기획된 구성이 돋보였던 전개였다.

실제로 있어서는 안되는 대리모 시설에 대한 이야기였지만 우리 사회가 추구하는 돈, 스펙 그리고 새롭게 등장하는 윤리적인 문제들에 대해 한번쯤 독자들의 생각을 물어볼 수 있는 그런 책이라고 생각한다.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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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늘의 인간
이훈보 지음 / 바른북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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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하다면 한 권에 삶의 모든 질문을 담아보려고요."

이 책의 장르를 무엇이라고 할 수 있을까? 책의 내용중에 저자는 이 책을 인문학 책으로 정의해주길 바라고 있다. 하지만 단순히 인문학 책으로 규정하기엔 기존의 것들과 다른 점이 분명히 존재한다.

저자는 자기자신을 평범한 사람이라고 이야기하고 이 책을 통해 거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자유롭게 생각을 펼칠 수 있게 자신을 깎아내리면서 독자의 생각의 편안함을 배려해주는 모습을 취하고 있다.

그늘의 인간이라는 제목에서 그늘은 편안함과 안도감을 주고 외부보다는 상대적으로 어두운 부분도 존재하며 그늘을 통해 세상을 보는데 큰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책의 제목을 정했다고 한다.

목차만 보더라도 이 책은 인간과 삶에 대해 많은 종류의 주제와 질문들을 다루고 있다.

우리는 왜 태어났을까?
행복이란 무엇일까?
돈이 대하여
공부란 무엇일까?
꿈이란 무엇일까?
전생은 있을까?
결혼은 해야할까?
등등 정말 많은 주제들을 다루고 있는데 크게 1부 그늘의 인간과 2부 자본주의 사용법으로 구분해서 카테고리를 나누고 있다.

처음 이 책의 인상은 "재밌다"라는 생각을 했다. 한가지 주제만으로 깊게 파고 다양한 사례와 저자의 주장을 담은 여타 다른 책들과는 다르게 다룰 수 있는 온갖 것을 다 다루고 넘어가겠다는 저자의 의지가 돋보인다고 할 수 있는 책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내용까지 다룬다고? 라는 생각이 드는 주제와 이런 것도 한번쯤 생각해볼만 하지만 평소에는 생각하지 않는 주제들까지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질문들이 많기 때문에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반면 각 주제에 대해 깊이있게 다루지는 않고 살면서 배우고 체득한 저자의 생각을 짤막하게 이야기하고 넘어가는 수준이기 때문에 인생의 진리나 해법 등을 기대해서는 안되겠다.
다시 말해서 이 책은 우리에게 무수히 많은 고민거리를 던져준다는데 의의가 있다.

"사람은 홀연히 서 있는 우뚝한 나무인 것 같지만 실은 수많은 상처를 극복하고 문화와 환경이라는 물을 흠뻑 빨아들인 사연이 있는 나무다."
자본주의 이야기를 하면서 사람의 경험을 묘사한 부분이다. 사람을 나무에 비유하며 경험을 물로 표현하고 있다.

"공부란 특별한 것이 아니고 끝이 없다는 것. 그냥 인간의 삶이 무척 길고 그 안에서 여러 가지 배움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려 주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공부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에서 공부가 가지는 정의에 대한 저자의 생각이다. 자녀에게 공부라는 것에 대해 어떻게 이야기 해 줄 수 있을지 고민해봐야 할 부분이다.

"태어나기도 그냥 태어났고 죽을 때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데 살면서 꼭 해야 하는 뭔가가 있어야 한다는 것은 좀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꿈이라는 것이 삶의 강박에 가깝다고 생각하는 저자의 심중이 돋보이는 문장이다.

"친구란 건 자고로 존재하고 만나고 위로하다 죽는 것 그뿐이다."
친구에 대한 저자의 정의다. 이렇게 냉정하게 정의하기엔 친구는 만나지 않아도 어딘가에서 나를 응원해줄 거 같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버팀목 이라고 생각한다.

“책을 준다는 것은 자신이 아끼는 친구를 조심스레 소개하는 것과 같다.”
책에 대한 멋진 표현이다.

“우리가 사용하는 말은 기본적으로 폭력적이란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
일방적으로 상대의 귀에 퍼붓는 우리의 말이 얼마나 배려 없고 폭력적으로 꽂힐 수 있는지 경각심을 불러 일으키는 표현이다.

“사람마다 윤회를 생각할 때 하는 생각이 다르겠지만 나의 경우는 어린 시절부터 ‘아니 그럼 죽은 사람은 다 어디에서 대기하다가 윤회하는 걸까?’하는 생각을 하곤 했다.”
윤회에 대한 의문이 굉장히 공감가는 부분이라 가지고 왔다.

“1. 컵으로 물을 받으려고 한다.
2. 그런데 물이 너무 많다.
그렇다면? 우리의 행동은 보통 정해져 있다.
1. 큰 컵을 준비하거나 다른 컵을 준비한다.
2. 물이 넘치지 않게 마셔가면서 받는다.”
낙수효과의 맹점을 아주 쉽게 표현해서 자조섞인 미소를 유발하는 부분이다.

책에서 인상깊었던 부분을 뽑아서 맛보기로 이 책이 어떤 내용을 다루고 있는지 보여드렸다. 
저자는 책에서 이렇게 이야기한다. “마음을 잘 정리하고 덜 고통스러운 삶을 살 수 있는 방법”이라는 방향성을 가지고 이 책에 정리하고 있다.
이렇듯 우리는 저자가 던진 질문들과 그의 생각을 통해 다양한 질문에 대해 고민해보고 나름의 해법을 가지고 삶의 방향을 결정해서 저자가 말한 덜 고통스러운 삶을 살 수 있도록 노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하고 생각해본다.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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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운명게임 1~2 세트 - 전2권
박상우 지음 / 해냄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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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을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힘들 것 같다. 아무런 선입견 없이 접근했다가 깊은 늪에 빠진 느낌으로 내내 소설을 읽었다.
장르 또한 단정하기가 어렵다. 단순한 SF소설이라고 치부하기엔 철학적인 내용이 많다.
소설과 공상과학의 가면을 쓴 철학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책의 표지는 심오하면서 무엇인가 오락적인 요소가 많이 가미되어 있을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실제로 소설 속 후반 전투씬은 영화에서 나오는 장면처럼 흥미롭고 재미를 느낄만한 요소가 존재한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그것이 차지하는 비중이 작기 때문에 이 소설의 주류가 재미와 오락만은 아니라는 나의 판단이다.

이 소설을 관통하는 아래 문구는 책의 극초반에 배치해서 광고하듯이 독자에게 알려준다.
"이것은 나의 것이 아니다. 이것은 내가 아니다. 이것은 나의 자아가 아니다." - 샤카무니
소설을 읽는 누구든지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이 문장에 세뇌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만큼 이 소설의 주제에 맞닿아 있는 문장이라고 생각한다.

이야기는 이보리가 주인공인 소설 하나와 그 소설을 쓰고 있는 소설가의 이야기가 번갈아 가면서 전개된다.
처음 줄거리를 접했을 때는 재밌게 봤던 드라마 W처럼 작가와 작품의 경계가 무너지고 서로 연결된 세계에서 발생하는 사건을 기대했다.
하지만 처음 기대와는 전혀 다른 전개가 펼쳐지는데 이런 상상력은 도대체 어디서부터 오는 것인지 정말 궁금해질 정도로 예측 불허다.

소설속 인물인 이보리는 이미 자각을 한 상태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는 무엇인가 깨달은 상태로 책을 썼고 그 책을 통해 소설속에서 어르신으로 칭하는 인물에게 상담 업무를 의뢰받게 된다.

"태어난 모든 인간이 아바타 시스템에 매달린 존재들이라면, 그래서 중력을 벗어나지 못한 채 지구상에 매달려 마리오네트 인형처럼 살아가고 있다면...... 그래도 이것은 나의 것이다. 이것은 나다. 이것은 나의 자아이다. 라고 하겠습니까?"
이보리가 소설속에서 어르신에게 날린 이 대사는 가히 심오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처럼 우리가 평소에 품고있는 "나"와 "세상"이라는 존재의 실체에 대해 반복적으로 고민하고 생각하게 만드는 정곡을 찌르는 질문과 문답들이 소설의 흐름 전반에 걸쳐 흩뿌려져 있다.

"신이라는 말 자체가 지구인들에게 심어진 정신적 세뇌의 결과라고 믿기 때문이다. 신은 장구한 지구의 역사 속에서 만들어진 비합리적인 존재이고 신이라는 개념은 온 우주를 통틀어 오직 지구에만 존재하니까."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신의 존재도 이 소설에서 이처럼 가볍게 부정당한다. 신을 대신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상위 자아와의 소통이라고 이야기 한다.

"그는 작가에 의해 일방적으로 주도당하는 인물이 아니라 자기 캐릭터를 스스로 생성시켜 오히려 작각를 통해 자신을 구현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주인공 이보리에 대한 평가가 이처럼 소설가가 등장하는 장면에서 다뤄진다. 실제로 많은 소설가들은 이야기를 꾸며내고 지어내지 않고 머릿속에서 생성된 공간과 인물들이 자유롭게 행동하면서 단지 소설가는 그 이야기를 받아적는 역할만 한다고 말한다.
이 장면을 통해서 알 수 있듯이 실제와 허구의 경계를 자연스럽게 무너뜨려 작가 자신을 소설속에 화자로 만들어 독자로 하여금 더욱 소설에 몰입할 수 있게 만든다.

"나도 아니고 자아도 아니고, 고작 기억와 정보를 저장한 유전자의 탈 것이라고 해도 우리는 생명을 영위하지 않을 수 없다."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라는 책에서 인간을 조종하는 진짜 주인은 유전자라고 이야기 한다. 어쩌면 인간의 존재 가치를 바닥으로 떨어뜨리는 이 절망적인 문장과 인용은 작가가 이 소설을 쓰기 위해 얼마나 많은 자료를 모으로 그것들을 해석해서 본인만의 철학을 구축한 다음 주인공 이보리와 이야기를 통해 전달하고자 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이틀이 자신이 태어난 날과 태어난 이유를 알게 된 날이라고 했습니다."
"태어난 이유를 알게 되는 날, 그날이 바로 자기 윤회의 내적 필연성에 눈을 뜨게 되는 날입니다."
이 대사 역시 소설의 주인공 이보리가 어르신에게 건네는 말이다.
이보리가 가지고 있는 철학의 기반은 불교, 힌두교이고 우파니샤드가 반복해서 등장하는 것을 통해 고대 인도 철학 사상이 근본이 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위의 발췌한 내용들만 봐도 왜 이 소설이 일반적인 소설과 다르게 철학책으로 오해 받을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운명게임이라는 소설을 이렇게 전반적으로 깊은 대담을 통해 철학의 사상을 전달함과 동시에 소설 그 자체에도 충실함을 보여준다.
1권 말미에 전개되는 이야기인 이보리의 정체와 다른 존재에 대한 긴장감은 2권으로 이어지면서 궁금증을 증폭시킨다.

"애초에 내가 의도한 장편소설은 샤카무니 가르침의 영역에서 인간과 인간의 운명에 대한 바로보기를 위해 기획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터였다. 그런데 어째서 나는 나의 의도와 판이한 길을 가고 있는 것일까."
이보리를 만들어낸 소설가가 자조적인 말을 하는 장면에서 우리에게 작가 본인을 투영한 소설가의 대사를 통해 조금 더 현실과 소설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면서 실소를 자아낸다고 생각한다.
  
운명게임 2권에서 이보리는 잉카로 이름을 바꿔 커다란 모험을 하게 된다. 어떤 상황이 사건을 전개시켜 나아가는지는 소설을 통해 확인하시는 것을 추천한다.
지극히 철학적이지만 SF적인 이야기 전개로 극과극의 서로 다른 두개의 온도가 같은 공간에 함께 존재하는 느낌을 주는 소설이다.
이보리와 소설과 그리고 상위 자아. 이들의 관계와 소설에서 펼쳐지는 이야기의 결말은 어떻게 될지 읽는 내내 깊은 고민과 성찰을 하게 만들면서 다음 이야기에 대한 기대감도 유지하는 뛰어난 기술을 발휘했다고 평가하고 싶다.

자칫 내 서평으로 오해할 수 있을 것 같아 마지막으로 한번 더 이야기하자면 이 소설을 이보리라는 주인공이 겪게되는 흥미롭고 미스터리한 사건들로 이루어진 이야기이다.
"인생이 나의 것이 아니라는 진실에 대하여" 이야기 하는 이 소설을 통해 "나"와 "삶"에 대해 모두 같은 고민에 빠져 생각해보시길 추천한다.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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