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다는 것에 관하여 - 앓기, 읽기, 쓰기, 살기
메이 지음 / 복복서가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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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다는 것에 관하여
메이 지음 / 복복서가

*앓기, 읽기, 쓰기, 살기
*인류학자 김현경, 번역가 김명남 강력 추천

"질병은 이야기하기 어렵지만 이야기하지 않기에는
너무도 이야깃거리가 많은 경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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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에 관한 에세이라니
처음에는 독특하다는 생각과 함께
아픔에 대해서 어떤 이야기들이 들어있을지
막연히 궁금했다

40이 된 지금 내 삶을 돌아보면
어렸을땐 남들 다 아프는 유행성 질병 몇 번 걸린거 말고는
크게 건강이슈없이 자랐다

20대 초반에 한번 약을 잘못 먹어서
하루종일 토하다 응급실에 가서 며칠 입원한게 다였고

결혼하고 첫 아이를 임신했을때
조기진통이 와서 3주간 입원했지만
다행히 주수에 맞게 건강하게 출산을 했다

그러다 2년전쯤엔가 몸이 안좋아 병원을 갔는데
이런저런 검사를 하다 큰병원에 가보라고 했고
대학병원에서 온갖 무서운 이야기를 듣고
입원해서 수술을 하고 추적관찰중이다

그때 처음으로 건강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고 돌아본것같다

그런데 그런 아픔을 살아가는동안 내내 겪어야한다면?

조금 컨디션이 나아질때도 있지만
끊임없이 내 몸 상태를 체크하며
거기에 맞춰서 살아야한다면

과연 나는 그 속에서 행복을 느끼며 살아갈 수 있을까?

저자는 십대 후반부터
몸 이곳저곳의 염증과 통증과 불안과 우울과 함께였다

병원들을 찾아다니며 여러 검사를 했지만
특정 병명이 나오지 않았고
몸이 아프다보니 주변사람들과의 관계도 힘들어졌다

아픔을 언어로 표현하는 것의 어려움이
책의 많은 페이지에 걸쳐 나오는데

내가 느끼는 고통과 아픔에 대해서
속시원하게 이야기할 수 없다는 게
얼마나 답답할지 감히 상상도 되지 않는다

만성 통증 환자들은 겉보기로는
무난하게 일상을 살고 직장을 다니기도 하지만
보이지 않는 통증과 함께 살아간다

주변 사람들은 환자가 아프다고 밝혀도 축소해서 받아들이거나
심지어 의심하고 시간이 지나면 잊어버린다

긴병에 효자없다는 말처럼
누군가의 고통과 아픔을
긴시간 온전히 이해하고 받아들인다는건 쉽지 않다

*p147
앓기-읽기-쓰기는 너무도 겹쳐 있었다. 나으면서 읽었고 읽으면서 나았으며 나으면서 썼고 쓰면서 나았다. 나는 고통이 가르쳐준 주제에 관해, 오래도록 씹고 삼키기를 거듭해 내 살이 된 말들을 쓴다. 쓰기가 '그전'과 '그후'로 동강난 삶을 이어줄 것이기에 쓴다.

몸상태가 조금 괜찮아지면
아픔에 대한 이야기를 쓴 책들을 읽고
자신의 이야기를 일기로 남긴 저자는

아픔에 관한 책들을 번역하고
이제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책을 썼다

아주 오랜 시간동안 아픔과 함께 했지만
그럼에도 모든것을 포기하고 놓아버리지 않고

끊임없이 읽고 쓰고 살아냈던 저자의 모습을 통해
삶이란 무엇인지를 깊게 생각해보게 된다

그리고 이 책에는 저자처럼
아픔과 오랜 시간동안 함께하며
고통과 다른 관계를 맺게 된 사람들이 소개된다

작가들중에서도 많은 사람이 있다는데 놀랐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아 모르고 지나갔지만
우리가 살아가는동안 만나는 수많은 사람들중에도
늘상 아픔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을 수도 있다

해줄 수 있는건 많지 않겠지만
조금 더 따스한 말 한마디, 따스한 행동이
아주 작은 위로라도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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