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너머의 세계
전민식 지음 / 은행나무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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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너머의 세계
전민식 장편소설 / 은행나무

*세계문학상 수상 작가 전민식 신작 장편소설

"'너머'를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너머'는
끝이고 마지막이며 다른 세상이었다."

자신이 있을 자리를 잃어버린 이들이
운명처럼 모이는 이곳에서
죽음 너머 새로운 삶의 희망을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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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제목을 봤을 때
길 너머의 세계에는 무엇이 있을까
길 너머의 세계는 어디를 말하는 것일까 궁금했는데

이 책에서 말하는 '너머'는
수목장의 이름이었다

공동묘지와 옥수수밭 사이에 세워진 수목장 '너머'

양지량이 터를 닦고 전국에서 나무를 사다 심기 시작한게
20년 전의 일이고 수목장은 3년 전 문을 열었다

외도의 정원처럼 꾸미느라 17년이 지난 후에야 문을 연 너머

잔디에 물을 주기 위해 수도관을 곳곳에 설치하고
겨울을 대비해 수도관에 열선도 감아놓고
곳곳에 놓인 벤치는 기대기 좋을 만큼 기울여져 있는
세심하고 꼼꼼한 성격의 양지량

이 곳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도현, 소미, 우중 세 사람이고
이들 중 사장인 양지량을 직접 만난 사람은 아무도 없다

베일에 쌓여있는 인물인 양지량은
이야기가 끝날무렵
창문 사이로 손을 흔들어줄뿐
결국 등장하지 않았다

너머에서 일하는 세 사람 모두
저마다의 상처와 아픔을 가지고 있었는데

수목장에서 일하며 골분을 묻고 남은 가족들을 위로하는
그 시간들을 통해, 마지막에 키다리아저씨처럼
그들에게 꼭 필요한 선물을 주는 양지량을 통해
그 아픔과 상처를 조금씩 회복해나간다

📚p175
"꽃도 나무도 비도 바람도 태양도 사람들도 모두 평등해지는 순간."
"그런 게 어디 있어."
"죽으면 모든 게 평등해져."

📚p331
"사람은 위로의 말을 건네거나 다독여준다고 해서 정말 위로가 되고 평온을 얻는 게 아닌 것 같아. 진짜 위로와 평온은 진짜 비극과 슬픔을 인정해야 가능해지는 것 같아. 안심으로부터 시작되는 위로가 아니라 한바탕 눈물을 흘려버려서 정화되는 위로여야 진짜 위로인 거지."

급박하거나 자극적인 대사도 사건도 없다

그저 너머 수목장에서 일하는 세사람의 일상을 통해
삶과 죽음이라는 것을 잔잔하게 돌아보고 생각해볼 수 있는
조용히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그런 힐링소설이었다

지난 일요일 믿기 힘든 가슴 아픈 일이 일어나
많은 사람들이 힘들어하고 있는 연말,

그래서 이 책이 더 따스하게 마음을 달래준것같다

세상속에서 자신의 자리를 잃어버려
대부분의 사람들이 꺼리는 수목장에서 일하게 되었지만

그 곳에서 서로가 위로가 되고 힘이 되어주며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해나가고
진심으로 골분을 묻고 추도하는 모습들에서

삶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돌아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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