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명은 비밀입니다 창비청소년문학 129
전수경 지음 / 창비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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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명은 비밀입니다
전수경 장편소설 / 창비

"엄마는 두 세계를 산다.
둘 중 어느 것이 엄마의 진짜 세계인지
나는 종종 헷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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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딸이라는 관계는
누구보다 가까울수도, 누구보다 멀수도 있는
그런 관계인것같다

서로가 너무 편하다보니
마음과 다르게 상처를 주고받을수도 있고
그런 상처에 더 크게 반응해
아예 마음의 문이 닫혀버리기도 한다

이 책의 주인공인 희진이는 엄마와 둘이 산다
엄마가 희진이처럼 고등학생이던 시절
희진이를 낳은 미혼모 가정이다

엄마는 집밖으로 나가지 않은지 거의 10년이 된
매일같이 집안에서 티비만 보는 은둔형 외톨이다

나이든 외할아버지가 오며가며 희진이네를 돌보고
생활비와 용돈을 챙겨주신다

지금까지 내가 봤던 은둔형 외톨이는 대부분 자식쪽이었고
부모가 어떻게든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옆에서 달래기도 하고 혼내기도 하는 상황이었는데

엄마가 집밖에 나가지 않는다니.. 좀 새롭게 다가왔다

미혼모 가정인데다 집밖에 나가지 않는 엄마
평범하지 않은 가정환경덕분에
희진이는 끊임없이 자신을 증명해 인정받으려 했고
그 수단이 바로 공부였다

그저 존재만으로도 인정받고 사랑받아야하는 아이인데
어린시절부터 얼마나 힘들고 외로웠을지...

엄마의 입장도 이해되지 않는건 아니지만
어린 희진이가 더 안쓰러운건 어쩔수 없었다

그러다 엄마가 멀티버스 터미널 기능을 가진 티비를 통해
테스트 모니터링팀에서 일하며
멀티버스를 여행한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몰래 엄마를 따라간 희진이는
이쪽 세계에선 집밖에도 나가지 않는 엄마가
그쪽 세계에선 미용실 원장으로
밝고 당당하게 지내는 모습을 보게된다

*p133
"여기서도 노력했어. 시도하지 않은 게 아니야. 하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거절당했어. 한번 정해진 궤도에서 이탈한 사람이 뭔가를 시작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더라. 특히 우리 세계는 그런 사람에게 너무 가혹해. 그 세계는 그렇지 않아. 엄마처럼 아무것도 아닌 사람도 환영해 줘. 온 세계가 나를 안아 주는 느낌이야. 거기선 아무것도 안 하고 그저 걷기만 해도 자유로워 눈물이 날 때가 있어."

엄마의 이야기속에 모든게 다 담겨있는것 같다

엄마도 그저 존재자체로
인정받고 사랑받고 싶었던게 아닐까?

우리 사회가
일반적이고 보편적이라는 이름으로
평범하고 보통이라는 이름으로 정해진 그 길을 따라가지 못하고

일반적이지 않은 사람들을
어떤 시선과 관심으로 바라봐야하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p192
나는 엄마에게, 엄마는 나에게 유일한 세계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는 각자의 세계를 살아가며, 잠시 중요한 세계를 공유할 뿐이다.

저 말이 참 마음에 와닿았다

종종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부모라는 이름으로
서로를 독립된 한 사람으로 보지 못해서
생기는 수많은 문제들이 있는데

엄마는 엄마의 세계를, 딸은 딸의 세계를 살아가며
서로 공유하는 세계속에서 존중과 사랑이 필요한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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