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명은 비밀입니다전수경 장편소설 / 창비"엄마는 두 세계를 산다.둘 중 어느 것이 엄마의 진짜 세계인지나는 종종 헷갈린다."---------------------------------------------엄마와 딸이라는 관계는누구보다 가까울수도, 누구보다 멀수도 있는그런 관계인것같다서로가 너무 편하다보니마음과 다르게 상처를 주고받을수도 있고그런 상처에 더 크게 반응해아예 마음의 문이 닫혀버리기도 한다이 책의 주인공인 희진이는 엄마와 둘이 산다엄마가 희진이처럼 고등학생이던 시절희진이를 낳은 미혼모 가정이다엄마는 집밖으로 나가지 않은지 거의 10년이 된매일같이 집안에서 티비만 보는 은둔형 외톨이다나이든 외할아버지가 오며가며 희진이네를 돌보고생활비와 용돈을 챙겨주신다지금까지 내가 봤던 은둔형 외톨이는 대부분 자식쪽이었고부모가 어떻게든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옆에서 달래기도 하고 혼내기도 하는 상황이었는데엄마가 집밖에 나가지 않는다니.. 좀 새롭게 다가왔다미혼모 가정인데다 집밖에 나가지 않는 엄마평범하지 않은 가정환경덕분에희진이는 끊임없이 자신을 증명해 인정받으려 했고그 수단이 바로 공부였다그저 존재만으로도 인정받고 사랑받아야하는 아이인데어린시절부터 얼마나 힘들고 외로웠을지...엄마의 입장도 이해되지 않는건 아니지만어린 희진이가 더 안쓰러운건 어쩔수 없었다그러다 엄마가 멀티버스 터미널 기능을 가진 티비를 통해테스트 모니터링팀에서 일하며멀티버스를 여행한다는 사실을 알게된다몰래 엄마를 따라간 희진이는이쪽 세계에선 집밖에도 나가지 않는 엄마가그쪽 세계에선 미용실 원장으로밝고 당당하게 지내는 모습을 보게된다*p133"여기서도 노력했어. 시도하지 않은 게 아니야. 하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거절당했어. 한번 정해진 궤도에서 이탈한 사람이 뭔가를 시작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더라. 특히 우리 세계는 그런 사람에게 너무 가혹해. 그 세계는 그렇지 않아. 엄마처럼 아무것도 아닌 사람도 환영해 줘. 온 세계가 나를 안아 주는 느낌이야. 거기선 아무것도 안 하고 그저 걷기만 해도 자유로워 눈물이 날 때가 있어."엄마의 이야기속에 모든게 다 담겨있는것 같다엄마도 그저 존재자체로 인정받고 사랑받고 싶었던게 아닐까?우리 사회가 일반적이고 보편적이라는 이름으로평범하고 보통이라는 이름으로 정해진 그 길을 따라가지 못하고일반적이지 않은 사람들을어떤 시선과 관심으로 바라봐야하는지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p192나는 엄마에게, 엄마는 나에게 유일한 세계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는 각자의 세계를 살아가며, 잠시 중요한 세계를 공유할 뿐이다.저 말이 참 마음에 와닿았다종종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부모라는 이름으로서로를 독립된 한 사람으로 보지 못해서생기는 수많은 문제들이 있는데엄마는 엄마의 세계를, 딸은 딸의 세계를 살아가며서로 공유하는 세계속에서 존중과 사랑이 필요한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