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서로의 얼굴을 오래 보았다김영롱 지음 / 웅진 지식하우스*94세 치매 할머니와 손녀의 단짠한 일상을 담은유튜브 채널 롱롱TV의 첫 에세이다가올 할머니의 죽음을 생각하며 엉엉 울다가할머니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어 하는 나를 미워했다가할머니가 없는 삶마저 사랑하게 되기까지놓쳤다면 아찔했을 일상의 행복들---------------------------------------------제목부터 표지까지마음 한구석이 뭉클해지는 책이 책을 읽으며책에서도 나온 부분이지만치매라는 병에 대해서내가 너무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었다는 걸알 수 있었다그동안 뉴스에 나온 기사들이나드라마, 영화에서 본 장면들은치매 환자들의 자극적인 모습들만 부각시켜서우리가 치매에 대해서 너무 부정적으로만 느끼도록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어린시절 할머니 손에 커서 할머니가 익숙했던 영롱님처럼나도 어린시절 바쁜 부모님 대신에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한 시간이 많았다직접 고기를 두드려 돈까스도 만들어주시고더운 여름 먹었던 할머니표 비빔국수와둘이서 고속버스를 타고 갔던 큰고모댁 등등지금도 선명하게 기억나는 추억들이 많다중학생이 되며 할머니, 할아버지와 따로 살게되었고대학생때 갑자기 할아버지가 아프시다 돌아가시며다시 할머니와 한집에 살게되었다책에서도 어느정도 크고나서 자신의 삶을 바쁘게 살던 영롱님이할머니를 늘 언제나 소파에 앉아있었던당연한 존재처럼 생각했던것처럼나도 할머니를 그렇게 생각하고가끔 내가 도와드려야할 일이 생기면귀찮아하거나 짜증을 내기도 했던 것 같다어린시절의 고마움은 다 잊어버리고난 왜 할머니한테 더 잘하지 못했는지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참 많이 후회했다*p49할머니는 이 말을 할 때 씁쓸하면서도 따뜻한 미소를 지었다. '슬프면 슬픈 대로, 좋으면 좋은 대로.' 때로는 흘려보내고 때로는 간직하며 살면 살아진다는 말. 지독한 슬픔도, 넘치는 기쁨도 결국에는 한데 섞여 하나의 삶이 된다는 말. 나는 이 문장이 "그래도 살라"는 말로 들린다.*p200-201우리는 매일 누군가의 기억 속에 발자취를 남기고 모든 사람은 기억을 토대로 관계를 쌓아간다. 기억되고 기억하는 것이 일상이 된 나는 몰랐다. '누군가에게 기억된다는 것', 그것은 어쩔 수 없이 사람들에게서 멀어져 점점 고립되어가는 노인에게는 잠이 안 올 정도로 기쁜 일이자, 창백한 말기 암 환자의 얼굴에 생기가 돌게 만드는 활력소와 같은 것이었다.이 책을 읽으며치매환자를 돌보는 가족들의 어려움과 더불어노인들의 삶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되었다점점 노인들의 비율이 많아지고 있는 우리 사회인데노인들에게 너무나 차가운 그런 사회가 아닌가 싶어마음 한편이 참 씁쓸하기만 하다누구나 태어나면 점점 자라 어른이 되고할머니, 할아버지가 된다는걸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그리고 영롱님과 어머님, 할머님이남은 시간들도 더 많이 웃으며소중한 순간들을 많이 남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