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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 라디오
이토 세이코 지음, 권남희 옮김 / 영림카디널 / 2015년 2월
평점 :
절판


<상상 라디오>는 소재의 발상이 독특한 책이다.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해 죽은 아크가 라디오 DJ가 되어 자신의 이야기와 죽은 사람들의 사연을 전해준다. 그런데 특이한 점은 이 라디오는 "상상"으로만 들린다는 것이다. 더불어 살아있는 자들 중에도 이 라디오가 들리는 사람도 있다.

 

책을 읽다가 이런 의문이 들었다. 저자(이토 세이코)는 이 책을 왜 썼을까? 출판사는 지금 시점에서 이 책을 번역한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의 생각이 가장 잘 녹아난 부분은 제4장 '산 자와 죽은 자의 대화'라는 생각이 든다.

 

[죽은 사람은 이 세상에 없어. 바로 잊고 자기 인생을 살아야 해. 정말 그래. 언제까지고 연연하고 있으면 살아남은 사람의 시간도 빼앗겨 버려. 그런데 정말로 그것만이 옳은 길일까. 시간을 들여 죽은 사람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슬퍼하고 애도하고, 동시에 조금씩 앞으로 걸어가야 하지 않을까. 죽은 사람과 함께.](p.146)

 

[살아남은 사람의 추억도 역시 죽은 사람이 없으면 성립하지 않아. 아무도 죽지 않았으면, 그 사람이 지금 살아 있었더라면, 하는 생각을 하지 않겠지. 즉 살아 있는 사람과 죽은 사람은 상부상조 관계야. 절대 일방적인 관계가 아냐. 어느 쪽만 있는 게 아니라, 둘이서 하나인 거라고](p.151)

 

[살아 있는 나는 세상을 떠난 당신을 늘 생각하면서 인생을 보낼 테고, 죽은 당신은 살아 있는 나의 부름을 바탕으로 존재하고, 나를 통해 생각하는 거야. 그리고 함께 미래를 만드는 거지. 죽은 사람을 껴안는 것만이 아니라, 죽은 사람과 살아 있는 사람이 서로 껴안고 가는 거라고](pp.151-152)

 

우리는 왠지 '죽음'은 나와는 먼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그러다 가까운 누군가의 죽음 앞에서 상실감을 크게 느끼고 죽은 자에 대한 슬픔을 애도한다. 하지만 저자는 그것에 그치는 것만이 아니라 죽은 자와 산 자의 관계, 즉 소통할 수 있는 존재라는 새로운 생각을 하게 해준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내 친구도 꿈 속에 아버지가 나오면 그렇게 행복할 수 없다고 한다. 목소리라도 듣고 싶다는 그 친구는 명절이나 아버지의 기일만 되면 더 그리워하는 것 같다. 죽어서도 산 자와 추억을 공유할 수 있듯이, 죽은 자 또한 우리에게 끊임없이 메세지를 보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번역한 권남희씨는 <상상 라디오>가 세월호 사건으로 아파했던 국민들에게 빨간약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일본의 동일본 대지진이나 우리의 세월호 사건은 불특정 다수의 삶을 앗아갔다. 이 죽음 앞에 그들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던 사람도 큰 슬픔에 목놓아 울었다. 하지만 모든 것이 지나가는 것처럼 그들에 대한 관심과 애도의 물결도 시간이 지나감에 따라 잊혀지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음으로써 마음이 더욱 아팠다. 세월호 속 어린 친구들이 생각나고 상상으로지만 그들의 이야기가 들리는 것만 같아서이다.

 

과연, 우리는 그들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저자의 당부처럼 잘 들어주는 것! 이것부터 시도해보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을 예정이신 분들은 DJ 아크가 중간중간 소개하는 음악을 유투브 등을 통해 들으며, 책을 읽으면 좋을 것 같다. 옛 노래들이 많은데, 왠지 아크의 라디오를 들으며 책을 읽는 듯한 기분과 함께 죽은 자들의 목소리도 더 생생하게 전해지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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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징비록
박경남 지음 / 북향 / 2015년 1월
평점 :
절판


북향에서 출판한 <소설 징비록>은 류성룡의 삶의 향기가 그대로 느껴지는 책이다. 임진왜란 당시, 신하된 도리로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조정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이 돋보인다. 무엇보다 소설로 만나는 징비록은 그의 고뇌를 생생하게 전해주어 책을 읽다보면, 그와 함께 고민을 하게 되는 내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임진왜란"하면 우리가 가장 먼저 떠올리는 인물은 당연 "이순신"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서 이제 "류성룡"이란 재상(임금을 돕고 모든 관원을 지휘하고 감독하는 일을 맡아보던 이품 이상의 벼슬)도 함께 떠오를 것 같다. 전쟁이 진행되면서 류성룡은 주상(선조)에게 수많은 차자(조선시대에 일정한 격식을 갖추지 않고 사실만을 간략히 써서 올리던 상소문)를 올린다. 그런데 이미 명에게 상당히 의지하고 있는 왕과 자기 욕심을 채우기 위해 남을 헐뜯기에 바쁜 신하들로 인해 대부분의 쓴소리는 묻혀진다. 자신이 차라리 무인이라 적군과 싸울 수 있다면 좋겠다는 부분에서는 실로 마음이 아팠다. 류성룡이 진실로 나라를 생각하는 마음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실제 류성룡과 이순신의 인연은 꽤 깊다. 서로 문신과 무신으로 직책은 다르지만 나라를 위하는 마음 하나는 정말 깊다. 어렸을 때의 작은 인연을 바탕으로 임진왜란 당시에도 "이매"라는 인물을 통해 서로의 생각과 마음을 나눈다. 이매라는 인물이 실제 있었던 인물인지 이 소설에서 허구로 씌여진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 책 속에서 중요인물 중에 하나다.

 

총4장으로 구성된 이 소설은 각각의 소제목을 참 잘 지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챕터씩 읽고 제목과 매칭시켜보면, 7년간의 임진왜란을 몸소 겪은 류성룡의 생각을 대변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전쟁이 끝나고 고향으로 돌아와 쓴 "징비록(懲毖錄)"의 의미도 지난 일의 잘못을 징계하여 뒤에 환난이 없도록 조심한다는 <시경>에 나온 말을 빌려 쓴 것이다. 하지만 저자의 서문에도 나와있듯이 아쉽게도 우리는 병자호란 전에 징비록을 읽지 않았다고 한다. 다행스러운 점은 지금에서라도 징비록의 가치를 알고 우리 후손들이 관심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KBS에서도 "징비록"이라는 제목으로 사극이 방영 중이다. 개인적으로 역사적 사실이 소설이나 드라마, 영화 등으로 재탄생하는 것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역사왜곡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있지만 우리의 역사에 대한 관심과 흥미가 생김으로써 현재의 역사를 좀 더 바르게 바라보고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나는 어떤 탈을 쓰고 있을까?' 생각해 보게 되었다. 2장 중 "사람들은 저마다 탈을 쓰고 산다"에서 각각 임금의 탈은 무엇인지, 신하의 탈은 무엇인지, 백성의 탈은 무엇인지 묻는다. 류성룡은 책임져야 할 위치에 있는 이들이 현실을 방관하고 자기 살 길만 찾고 있으니 나라가 이 지경에 이른 것이라고 비판한다. 공자의 군군신신부부자자(君君臣臣父父子子)처럼 오늘날의 우리도 각자의 역할에 맡는 탈을 쓰고 산다면 훨씬 조화롭지 않을까? 단순히 재미 이상을 넘어 역사속의 한 인물과 깊은 교감을 나눈 것 같아 마음이 훈훈해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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