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의 말이 참 모질다. 나름 딸에게도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이 책에서 나오는 어머니는 지극히 자기중심적인 어머니였다. 서양에 심취해 늘 서양 귀족의 삶을 동경해 왔고 자신이 상류층인 것처럼 삶을 살아왔고 갈망했다. 아픈 남편을 요양병원에 방치하고 자신의 인생을 즐긴 엄마, 누구와도 쉽게 어울리지 못하며 고집불통에 사치가 심해 자신이 가지고 싶은 것은 다 가져야 하는 엄마, 이루지 못한 꿈을 딸들이 대신 이루어 주기를 강요하는 엄마, 두 딸을 키우면서 대놓고 언니만 편애한 엄마, 그래놓고 늙고 병이나 몸이 불편해지니 자신을 돌봐 주기를 바라는 엄마, 답 없는 엄마...
주인공은 대학에서 강사로 일하며 번역 일을 하는 미쓰키. 프랑스 유학 중 만나 결혼한 남편 데쓰오, 그때는 엄마의 강요 없이 스스로 선택한 남자 데쓰오와의 미래, 그게 사랑인 줄 알았다. 둘 사이에는 자녀도 없고 50대 중년에 들어서자 지병도 생겨 미쓰키는 별반 사는 낙이 없다. 남편이 젊은 여자와 만나고 있고 미쓰키는 이 중요한 문제에 대해 집요하게 파헤쳐야 함에도 불구하고 수시로 엄마는 딸을 호출해 자신을 돌볼 것을 강요한다. 병든 아버지를 내팽개치고 자신의 삶을 즐긴 엄마를 생각하면 아버지를 독박 간호 해온 미쓰키가 엄마를 미워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엄마의 사랑을 독차지했던 언니 나쓰카는 엄마를 '그 여자'라고 부르며 자신은 마치 이 호출에 대해 예외라도 된 듯 자기중심적으로 행동하다 마지못해 두어 번 들여다보는 게 전부이다. 엄마의 요구대로 유학을 갔던 언니는 유부남과 밀회를 즐기다 본국으로 송환되어 엄마가 정해주는 대로 결혼한다. 언니 나쓰카는 자신의 의견 따위는 없고 엄마가 그려주는 대로 살아온 인생에 대해 나름 할 말이 있고 당당하다.
세상이 변했다고 하지만 남편을 의지하고 살아가는 중년의 여성에게 이혼은 혼자 남겨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보다 경제적 걱정이 앞서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어머니가 빨리 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두 딸 나쓰카와 미쓰키, 엄마는 보행이 어려울 지경으로 뼈가 부러지고 치매가 와서 이것저것 연명치료를 하면서까지 쉽사리 삶의 끈을 놓지 않는다. 마지막까지 허공에 손짓을 할 정도로... 그렇게도 미워했던 엄마, 빨리 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엄마가 두 딸이 당당히 혼자 설 정도의 유산을 남긴다. 1부는 그렇게 결국 다가오는 엄마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