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2 - 제 꿈 꾸세요
김멜라 외 지음 / 생각정거장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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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2022

제 꿈 꾸세요 / 김멜라

생각정거장


급히 먹은 원 플러스 원 초코바에 목이 막혀 죽는다는 이 블랙코미디 같은 설정, 작가는 소설의 초입을 메기의 추억으로 시작한다. 옛날에 금잔디 그 '메기'가 수염이 난 물고기 '메기'인지 사람 이름 'maggie'인지 명확하지 않고 두루뭉술 적어둔 음악책을 슬며시 탓한다. 오 수재너에 나오는 밴조가 무엇인지도 궁금하지만 어렴풋이 악기라는 것은 짐작해 본다.


챔바는 벤조를 메고 오 수재너처럼 나의 죽음 앞에 나타난다. 쉽게 말하면 챔바는 저승사자다. 나의 사(死)후 관리를 위해 모습을 드러냈고 나는 챔바를 따라 걷고 또 걷는다. 이물질에 의한 기도 폐쇄를 사인으로 죽은 나는 혼자 사는 30대 무직 여성이다. 내 플러그는 내가 뽑고 싶다.며 도전했다가 실패한 한 번의 전과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두 번째는 전혀 의도치 않게 플러그가 뽑혀 버린 것이다.


책을 읽으며 소설 속 챔바라는 인물의 직무가 궁금해졌다. 어떻게 하면 챔바가 될 수 있을까? 한편으로는 극한 직업 일 수 있겠지만 금방 죽은 이들과 함께 가야 할 길에 앞서 그들의 삶을 동의 없이 살펴볼 수 있다는 데 대해 나처럼 오지랖이 차고 넘치는 사람의 니즈를 충분히 만족시키는 직업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챔바는 죽은 이의 생각을 모두 읽고 헤아린다. 발을 내디디면 몸이 앞으로 나아가는 것처럼 아주 자연스럽게 사(死) 자의 생각을 읽어내는 것이다. 죽어서도 함께 누군가와 걸어줄 수 있는 사람!이라는 이 캐릭터에 몹시 정이 갔다. 이런 창의력이 대상 수상감인듯 하다.


작가는 누군가에게 평범한 안부를 전하듯 이 글을 썼다고 한다. 몹시 아팠던 사람이 자신처럼 아픈 사람을 위로하고자 전하는 인사, 아침햇살에 눈 떠 새롭게 하루를 시작할 용기를 주는 인사말이다. 누구보다 깊은 아픔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나는 떠난 이가 남은 이를 걱정하는 마음, 꿈에서라도 다시 만나고 싶은 마음, 그 두마음이 만나기를 기대하고 있으며 삶에 대한 진정한 성찰을 읽을 수 있어 좋았다.



《포기》는 미루지만 않았으면 뭔가 특별한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은 미선의 삶을 이야기한다. 사촌 호두가 미선의 헤어진 남자친구에게 빌려준 돈이 서로를 연결시켜 두었고 돈을 빌려 간 민재의 행방을 찾는데 이야기는 집중되어 있다. 굳이 모든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면서 잠적해야 하는지 상호 간에 문제를 해결할 대화는 필요 없었는지 민재는 그렇게 연락을 끊어버렸다. 더는 만나지 않는 인연에 대한 궁금증과 이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들이 자연스럽게 읽혀서 좋았고 빈곤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현재의 젊은이들의 일상을 읽을 수 있어 좋았다.


특히 관심이 갔던 작품은 우수상인 백수린의 《아주 환한 날들》이다. 딸과 사이가 별로 좋지 않은 엄마가 아버지의 죽음 후 독립된 생활을 하며 스스로 자유를 찾아가는 과정이었는데 그 과정에 사위가 슬쩍 맡기고 간 앵무새 한 마리가 엄마의 삶을 잠시 흔들어 둔다. 1주일에 5일을 꼬박 문화센터 수강과 자신만의 루틴으로 살아나감에도 불구하고 혼자 살아가는 삶을 주변에서 걱정하기 일쑤이나 막상 당사자는 그 외로움과 적막한 고요를 즐긴다. 그 즐거움 속에 슬며시 들어온 앵무새 한 마리는 새삼 잊고 지낸 가족에 대한 집착처럼 앵무새에게로 전이되어 간다. 1인 가구가 늘어가고 있는 현재와 모녀간의 해결되지 않는 갈등들을 부각시킴으로써 우리 사회가 해결해나가야 할 문제들에 대한 대안점이 필요함을 읽었다.





올해로 23회차인 이효석 문학상, 작년 대상 수상작 《미조의 시대》를 읽으며 참 세상엔 글 잘 쓰는 사람 많다고 생각했는데 글 잘 쓰는 사람은 해마다 화수분처럼 어디에선가 출몰한다. 한국문학의 무한한 발전과 가능성을 읽으며 어느 순간 글을 읽으며 나 또한 이들처럼이라는 작은 소망을 가진 사람들에게 얕은 길을 내어 주는 지도처럼 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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