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성당 (10주년 기념 리커버 특별판)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19
레이먼드 카버 지음, 김연수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10월
평점 :
품절





대성당

레이먼드 카버 /문학동네


지루하리만치 평범한 사람들이 일상에서 만나는 피치 못할 불행이나 작은 사건들을 무미건조하고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본 단편들. 미국 작가이고 노동자의 아들로 태어나 재재소에 일하면서 틈틈이 문예창작 수업을 받다가 작가로 데뷔한다. 알콜중독, 이혼, 파산을 겪으며 불행한 삶을 살았지만 새로운 인연을 만나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한다.미국의 체호프라 불리며 80년대 미국 단편소설의 르네상스를 이끈 작가이기도 하다.


『대성당』 에서는 눈이 보이지 않는 사람들은 사물을 어떻게 인식하는지 후천적이라면 기억을 더듬어서라도 조합해 볼 일이지만 선천적이라면 색상이나 형체 모양들을 어떻게 머릿속에 상상하고 그려낼지 한번 생각해 보았다. 눈이 있다고 모든 것을 다 볼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 반대로 못 보는 것도 아니다. "상상" 이것은 레이먼드 카버 대성당의 핵심주제이다.


아내의 오랜 맹인 친구가 하룻밤 묵기 위해 집으로 오면서 일어나는 일이다. 기분 좋게 이야기를 나누던 아내는 먼저 잠이 들고 맹인 친구와 화자인 나와의 대화 속에서 대성당을 설명해 주는 부분이다. 도대체 어디서 부터 어떻게 설명해야 맹인은 대성당을 머릿속으로 그려낼 수 있을까. 나는 여러모로 고민이 많다. 성당의 외형을 설명하기도 하고 성당을 크게 지을 수 밖에 없었던 사람들의 신앙심에 대해서도 설명해보지만 자신이 없다. 결국 나는 이런 선택을 한다. 쇼핑백을 탁자위에 올려두고 맹인이 손으로 만져보게 한다. 그리고 자신의 손 위에 맹인의 손을 얹어 직접 그림으로 그려 나간다.


자네 인생에 이런 일을 하리라고는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했겠지. 그렇지 않나, 이 사람아? 그러기에 삶이란 희안한 걸세,

대성당 중


나는 맹인에게서 사물을 보는 법을 배운다. 눈은 멀었지만 그들은 그들의 방식대로 사물을 보고 있다. 모든 것이 정상이지만 사람들은 실제 자기가 듣고 싶어하는 것만 듣고 보고 싶은 것만 보기도 한다. 이 단편은 특별한 결말없이 독자의 몫으로 남는다. 레이먼드 카버의 단편들 대부분이 그렇듯 이 작가는 장편소설을 쓰지 않았다고 한다.


또 하나 『깃털들』과 『별 것 아닌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 이라는 단편도 매력있었다. 깃털들에는 공작새가 뜬금없이 등장해 흥미를 돋운다. 별일없는 일상 속 직장과 집만 오가며 고립된 생활을 해 오던 부부가 직장 동료의 초대로 외곽에 떨어진 그 집을 방문하며 만나게 되는 '낙원의 새' 공작, 둘은 아이가 없이 잘 살아왔지만 동료의 집을 방문하고 그 집에서 아이를 안아보고 낙원의 새 공작을 만나면서 아이를 갖게 되고 자신들만의 자유롭던 낙원에서 추방된다. 고독하다. 소설 구석구석에 인간의 삶을 상징하는 존재들이 숨어있어 어렵기도 하다. 딱 이해하는 만큼만 이해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렵지 않은 일상이 보여지는 소설이다.


『별 것 아닌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 은 읽는 내내 마음이 아팠다. 왠지 기시감이 있는 주제인데 아주 개성있고 독특하게 등장인물들의 내면 심리변화를 잘 다룬 소설이라 좋았다. 삶이 그저 운에 의해 좌우될 뿐이라는 운명론적 전개는 자신들의 삶에 닥친 거대한 불행에 대해 온 몸으로 받아내는 불운한 부부의 이야기이다. 지치고 비통하고 괴로운 일이 내 온 정사신을 점령해도 괴로운 의지와는 다르게 몸은 먹을 것을 탐한다. 내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웃기는 예능프로그램과 뮤직뱅크는 하더라.는 한 연예인의 인터뷰가 순간 기억났다.


차기 대권주자라고 입에 오르내리는 장관님이 명백하고 팩트있는 말만 또박또박 인터뷰에서 하시는 걸 보고 어쩌면 말을 저렇게 군더더기 없이 조리있게 잘 할까? 라는 생각을 했었다. 비결은 독서라고 한다. 책을 읽으며 주요 핵심을 찾고 감동있는 대사는 기억해 둔다. 확실한 건 모르겠지만 이 분 추천도서가 레이먼드 카버의 대성당이었다. 도서관에 있길래 무심코 집어 빌려왔는데 아주 성공적이다. 읽은 후 생각하게 하는 소설 이런 느낌의 글이 아주 마음에 든다.


그의 다른 작품인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 하는 것 -다음에 도서관 가면 꼭 빌려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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