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맹인에게서 사물을 보는 법을 배운다. 눈은 멀었지만 그들은 그들의 방식대로 사물을 보고 있다. 모든 것이 정상이지만 사람들은 실제 자기가 듣고 싶어하는 것만 듣고 보고 싶은 것만 보기도 한다. 이 단편은 특별한 결말없이 독자의 몫으로 남는다. 레이먼드 카버의 단편들 대부분이 그렇듯 이 작가는 장편소설을 쓰지 않았다고 한다.
또 하나 『깃털들』과 『별 것 아닌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 이라는 단편도 매력있었다. 깃털들에는 공작새가 뜬금없이 등장해 흥미를 돋운다. 별일없는 일상 속 직장과 집만 오가며 고립된 생활을 해 오던 부부가 직장 동료의 초대로 외곽에 떨어진 그 집을 방문하며 만나게 되는 '낙원의 새' 공작, 둘은 아이가 없이 잘 살아왔지만 동료의 집을 방문하고 그 집에서 아이를 안아보고 낙원의 새 공작을 만나면서 아이를 갖게 되고 자신들만의 자유롭던 낙원에서 추방된다. 고독하다. 소설 구석구석에 인간의 삶을 상징하는 존재들이 숨어있어 어렵기도 하다. 딱 이해하는 만큼만 이해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렵지 않은 일상이 보여지는 소설이다.
『별 것 아닌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 은 읽는 내내 마음이 아팠다. 왠지 기시감이 있는 주제인데 아주 개성있고 독특하게 등장인물들의 내면 심리변화를 잘 다룬 소설이라 좋았다. 삶이 그저 운에 의해 좌우될 뿐이라는 운명론적 전개는 자신들의 삶에 닥친 거대한 불행에 대해 온 몸으로 받아내는 불운한 부부의 이야기이다. 지치고 비통하고 괴로운 일이 내 온 정사신을 점령해도 괴로운 의지와는 다르게 몸은 먹을 것을 탐한다. 내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웃기는 예능프로그램과 뮤직뱅크는 하더라.는 한 연예인의 인터뷰가 순간 기억났다.
차기 대권주자라고 입에 오르내리는 장관님이 명백하고 팩트있는 말만 또박또박 인터뷰에서 하시는 걸 보고 어쩌면 말을 저렇게 군더더기 없이 조리있게 잘 할까? 라는 생각을 했었다. 비결은 독서라고 한다. 책을 읽으며 주요 핵심을 찾고 감동있는 대사는 기억해 둔다. 확실한 건 모르겠지만 이 분 추천도서가 레이먼드 카버의 대성당이었다. 도서관에 있길래 무심코 집어 빌려왔는데 아주 성공적이다. 읽은 후 생각하게 하는 소설 이런 느낌의 글이 아주 마음에 든다.
그의 다른 작품인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 하는 것 -다음에 도서관 가면 꼭 빌려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