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없다고 매일 슬프진 않아 - 한 부모 가정에서 자란 통역사의 성장 에세이
박정은 지음 / 서사원 / 2021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엄마가 없다고 매일 슬프진 않아

박정은 /서사원


부모의 이혼이 타인에게 말하면 안 되는 금기된 시기가 있었다. 일단 색안경을 끼고 보며 작은 일에도 이혼가정의 자녀임을 탓하고 편견을 쉽게 가져버리는 사회적 구조나 생각들이 문제였던 시간. 실상 지금은 조금 변화되긴 했으나 예외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직까지 한 부모 가정의 아이들은 작은 실수나 도덕적이지 못한 행동을 보일 때 엄마가 없어 그렇다 혹은 이혼가정이라 그렇다며 앞뒤 전후 사정을 생각하지 않고 사람들은 쉽게 결론 내버리는 것을 많이 봐왔기 때문이다.


작가의 부모는 일찍 이혼했고 두 딸은 아빠가 키우게 되었다. 30대의 남자가 어린 두딸을 키운다는 게 주변의 도움 없이 가당키나 한일인가. 한동안은 할머니가 정갈하고 반듯하게 키우며 아들의 아픔을 나눠지셨다. 할머니는 먹고 입히는 것은 누구 못지않게 잘 해주셨으나 엄마의 몫까지 도맡아 살갑고 다정하게 키우는 데는 부족함이 있으셨고 연로하셔서 건강이 따라주지 못했나 보다. 무엇보다 작가가 성장해서 잘 클 수 있는 데는 할머니나 고모의 역할도 무시 못 하지만 나 몰라라 내팽개치지 않고 딸들의 말에 귀 기울여 들을 줄 아는 아빠의 몫이 컸던 것 같다. 무슨 일이든 경험이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될 거라는 믿음과 격려가 자녀들이 스스로 무엇이든 도전하고 부딪히게 만들었고 깨닫게 해 주었다는 생각이다. 다양한 체험학습을 통해 아이들의 호기심을 충족 시켜주었고 예쁜 추억을 만들어 주어 아이들이 가족의 유대와 끈끈함을 알게 해주었고 한부모로써 자녀들을 책임있게 키워냈다는 것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거기다가 작가 역시 보통의 아이답지는 않았다. 공부를 해야 한다는 신념이 강했고 어릴 때부터 생각을 하고 행동하는 아이로 나에게는 읽혔다. 아빠도 아빠의 인생이 있듯이 새엄마가 들어오면서 진지한 궁서체의 아빠로 변했다는 표현이 재미있었고 그 안에서 비록 길게 유지되지는 못했지만 짧게나마 받아온 모정의 힘이 존재했고 또 다른 이별은 상처 하나를 더 안겨주었다는 것을 읽었다.


새엄마가 떠나고 어쩔수 없이 아빠를 따라 먼나라 카자흐스탄으로 떠났다. 낯선 곳에서의 어려움들도 스펀지처럼 흡수해 자신이 살아가야 할 삶의 밑바탕을 든든하게 다지는 계기가 되었고 다가올 어려움에 잡초처럼 살아내는 강인함을 가지게 되었다. 부잣집 딸처럼 곱상하고 예쁜 얼굴에 고생이라고는 전혀 해보지 않았을 모습인데 책을 읽는 동안 적지않게 놀랐다. 어린나이에 겪은 고초들이 안타깝기도 하고 비록 지금 훌륭하게 성장해 있지만 그 시간들이 작가에게 얼마나 고되고 힘든 길이었을지 상상조차도 어려웠다. 잡초같은 자신의 삶에도 살아내야 할 이유가 있었음을 제대로 보여준 것이다. 한국으로 돌아와 대기업에 공채로 합격해 고집스레 일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냈고 이제는 다정한 남편을 만나 자녀를 키우며 그동안 부족했던 사랑을 행복한 가정에서 조금씩 채워나가 완성된 삶을 살고자 한다.


이 책을 쓴 박정은 작가는 나의 글쓰기 선생님이다. 비록 한 달간의 짧은 만남이었지만 참으로 많은 것들을 아낌없이 알려주셨다. 지금까지는 잘 써지지도 않는 글을 잘 쓰려고만 노력해 왔는데 선생님의 끊임없는 격려와 글쓰기 팁으로 이제 유치원은 졸업한 느낌이 든다. 오늘 도서관에 들렀다 신착도서들 사이에서 이 책을 발견하고 반가워서 소리를 지를 뻔했다. 이렇게 자신의 속내를 홀딱 뒤집어 다 보여줄 용기에 먼저 박수를 보내고 자신처럼 비슷한 환경에서 방황하고 있을 독자들을 위해 깊고 진실한 위로와 응원을 보내고자 책을 썼다니 아마 읽은 독자들은 백번 위로받고 용기를 얻었을 느낌이다 .선생님께서 늘 글 쓸때 자신의 내면에 이야기들을 쏟아내라던 표현이 그대로 보여져 산 교육이라는 느낌이다.


매주 초등학교 학습코칭 수업을 나가고 있는데 아이들이 학습을 잘하기 위한 과정이기보다 한 부모 가정의 아이를 또 한 주 별일 없이 학교에 잘 나오게 하기 위한 설득의 만남처럼 이어나가고 있다. 올해 내가 맡은 초등 아이들은 둘 다 한 부모 가정의 아이들이다. 둘의 성향은 너무나도 다르다. 한 명은 화가 나면 밖으로 털어내서 스트레스가 크게 없으나 아무 때나 불같이 화를 내서 문제이고, 또 다른 한 명은 속으로 삼키고 삼켜서 이 아이가 언제 언제 어떻게 터질지 걱정이 되는 아이이다. 지금은 그나마 교육청에서 이런 아이들을 지원하고 코칭 전문가들을 학교에 파견해 아이의 마음도 달래고 나아가 학습에도 관심을 가지도록 지도해 주는 바우처 제도가 있으니 얼마나 축복받은 시기에 태어난 것인지도 생각해 본다.


태어나고보니 엄마,아빠가 정해져 있고 그 상황은 어떤 삶을 가져다 줄지 아무도 모른다. 너무 사랑해서 결혼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사랑의 소중함은 금새 휘발된다. 사랑의 결실은 증오와 미움앞에 걸림돌일 뿐이다. 한창 뛰어놀고 좋은 것만 생각하고 바라봐야 할 아이들이 왜 부모의 헤어짐에서 오는 쓰나미까지 감당해야 하는지 안타까운 마음이다. 그 가운데 작가처럼 어려움을 이기고 세상에 우뚝 서는 아이도 있고 또 다른 편에서 괴로움으로 힘들어 하는 아이들도 있다. 나의 잘못이 아님에도 한쪽 부모의 부재를 속상해 하는 독자들에게 이 책은 따뜻한 한잔의 차처럼 위로를 주리라 믿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