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의 이름 - 하 열린책들 세계문학 81
움베르토 에코 지음, 이윤기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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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의 이름(하)

움베르토 에코/ 열린책들

윌리엄 수도사와 세베리노는 시신들을 검사하다가 보기 드물게 혀의 색깔이 변해 있는것을 확인한다. 둘은 독극물에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고 죽은 베난티오와 베렝가리오가 같은 물질을 만졌을 것이라는 가설에 죽은자들의 손가락 끝에 묻어 있던 특정물질을 상상하며 그들이 왜 이 물질에 손을 대었는지 도대체 이 물질과 죽음은 어떤 연관이 있는건지 궁금해진다. 그리고 성스러운 수도원에서 벌어지는 연쇄적인 죽음의 이유는 무엇인지 윌리엄사부와 아드소는 풀어내야 할 숙제가 많아졌다.

윌리엄 사부의 논리정연한 3단논법에 아드소가 어설픈 논리를 풀어내자 되려 사부로부터 타박을 받고 논리야 말로 만능의 무기라고 믿었는데 깨달음이 필요함을 깨우친다. 사부와 함께 하며 그 시간들이 더욱 확실하게 아드소를 지혜롭게 가르치고 만들고 있다.

우리가 찾던 서책이다. 네 꿈이 나의 상상력을 촉발했기 때문에 나는 이 목록을 생각해 낼 수 있었던게다.

page741

수도원에서 일어남 범죄 뒤에는 그 해결의 열쇠를 담고 있는 '요한묵시록'이 있었다. 신은 결국 죄로 가득한 세상을 파멸하고 , 신을 믿고 신심이 가득한 자들은 구원을 할 것이며 새롭게 열리는 세상을 서술한다. 수도원 입구의 둘레돌에는 종말의 날에 일어난다고 하는 사건들이 새겨져 있고 요한 묵시록의 예언구절들은 장서관의 각 방 입구마다 걸려 있었다.

아드소는 장서관 안에서 묵시록의 구절에 나오는 환상을 직접 체험하기도 하여 처음 수도원을 방문했을때 겪은 현상들이 모두 이와 연관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이쯤에서 알베르토 에코에게 한번 감탄하고 갈 일이다. 그는 시간.공간.인물 등을 묵시록적으로 설정하며 이 패턴에 따라 소설을 구성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요한 묵시록의 마지막은 인류의 종말을 의미하는데 수도원이 불에 타 없어짐으로써 묵시록의 마지막 마침과도 일치하게 만들어 두었다.

처음에는 윌리엄 수도사와 아드소를 마치 셜록홈즈와 왓슨에 비유하였으나 책을 읽을수록 윌리엄 수도사는 제임스 본드에 더 가까운 황당한 스타기질을 갖추고 있음이 보인다. 정적이고 기도하는 수도사의 이미지이기보다 사건을 능숙하게 해결하고 자연과학에 해박한 지식을 드러내며 유머와 위트를 골고루 갖추고 있어 영화에서 이 역할을 늘 007을 도맡아 했던 숀 코네리가 맡았나 보다라는 생각도 했다.

모든 열쇠는 호르헤 노인이 쥐고 있었다. 40년동안 시력대신 기억력에 의존해 책을 되새겨 왔고, 많은 수도사들의 죽음은 서책과도 연관이 있었다. 재치있게 호르세 노인이 건네는 책을 법의 속에서 장갑을 꺼내 끼고 넘기는 윌리엄은 이미 세베리노의 실험실에서 훔쳐낸 독을 호르헤 노인이 책장마다 발라놓았음을 인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호르헤 수도사. 당신은 보이지 않겠지만 나는 시방 장갑을 끼고 있소이다!" 물론 번역자가 쓴 사투리이겠지만 원서에도 약간은 우스운 말투가 적혀 있었기에 이런식으로 번역하지 않았겠나 하는 생각이다.

중세시대의 생활상과 종교관, 세계관을 엿볼수 있었고 인간에게 당연히 드러나져야 할 웃음을 감추고자 하는 종교적 방편이 아이러니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서책을 없앤다고 해서 웃음이 사라지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호르헤 수사는 웃음이 서책 속에 과대평가 되어 있다며 웃음이 인간 고유의 특성이라는 사실 자체가 인가의 한계임을 주장한다.

반면 윌리엄 수사는 웃음을 다르게 해석하고 있어 재미를 더한다.

웃음이라고 하는 것은 허약함, 부패, 우리 육신의 어리석음을 드러내는 것에 지나지 않아요. 웃음이란 농부의 여흥, 주정뱅이에게나 가당한 것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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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은 수도원의 화재로 드러나 진다. 이는 혼돈을 방불케 하였으나 비극의 서막에 지나지 않았고 아름다운 하느님의 처소는 화마에 약한 목재로 덮여 있어 잿더미로 변하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호르헤의 믿음이 진실된 믿음이라 말할 수 있을까? 과연 하느님이 원하는 믿음과 동일한 믿음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윌리엄 수사의 말처럼 우리가 상상하는 질서란 목적을 지닌 것이다. 그것을 이루기 위해 사용했던 도구들은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이지 의미가 없다. 이런 난장판에는 주님이 계시지 않는다는 마지막 그의 대사가 지극히 공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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