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원에서 일어남 범죄 뒤에는 그 해결의 열쇠를 담고 있는 '요한묵시록'이 있었다. 신은 결국 죄로 가득한 세상을 파멸하고 , 신을 믿고 신심이 가득한 자들은 구원을 할 것이며 새롭게 열리는 세상을 서술한다. 수도원 입구의 둘레돌에는 종말의 날에 일어난다고 하는 사건들이 새겨져 있고 요한 묵시록의 예언구절들은 장서관의 각 방 입구마다 걸려 있었다.
아드소는 장서관 안에서 묵시록의 구절에 나오는 환상을 직접 체험하기도 하여 처음 수도원을 방문했을때 겪은 현상들이 모두 이와 연관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이쯤에서 알베르토 에코에게 한번 감탄하고 갈 일이다. 그는 시간.공간.인물 등을 묵시록적으로 설정하며 이 패턴에 따라 소설을 구성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요한 묵시록의 마지막은 인류의 종말을 의미하는데 수도원이 불에 타 없어짐으로써 묵시록의 마지막 마침과도 일치하게 만들어 두었다.
처음에는 윌리엄 수도사와 아드소를 마치 셜록홈즈와 왓슨에 비유하였으나 책을 읽을수록 윌리엄 수도사는 제임스 본드에 더 가까운 황당한 스타기질을 갖추고 있음이 보인다. 정적이고 기도하는 수도사의 이미지이기보다 사건을 능숙하게 해결하고 자연과학에 해박한 지식을 드러내며 유머와 위트를 골고루 갖추고 있어 영화에서 이 역할을 늘 007을 도맡아 했던 숀 코네리가 맡았나 보다라는 생각도 했다.
모든 열쇠는 호르헤 노인이 쥐고 있었다. 40년동안 시력대신 기억력에 의존해 책을 되새겨 왔고, 많은 수도사들의 죽음은 서책과도 연관이 있었다. 재치있게 호르세 노인이 건네는 책을 법의 속에서 장갑을 꺼내 끼고 넘기는 윌리엄은 이미 세베리노의 실험실에서 훔쳐낸 독을 호르헤 노인이 책장마다 발라놓았음을 인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호르헤 수도사. 당신은 보이지 않겠지만 나는 시방 장갑을 끼고 있소이다!" 물론 번역자가 쓴 사투리이겠지만 원서에도 약간은 우스운 말투가 적혀 있었기에 이런식으로 번역하지 않았겠나 하는 생각이다.
중세시대의 생활상과 종교관, 세계관을 엿볼수 있었고 인간에게 당연히 드러나져야 할 웃음을 감추고자 하는 종교적 방편이 아이러니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서책을 없앤다고 해서 웃음이 사라지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호르헤 수사는 웃음이 서책 속에 과대평가 되어 있다며 웃음이 인간 고유의 특성이라는 사실 자체가 인가의 한계임을 주장한다.
반면 윌리엄 수사는 웃음을 다르게 해석하고 있어 재미를 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