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또 부싯돌을 치는 것만으로 불꽃을 일으킬 수 있듯이, 시인들은 말의 기예를 겨루는 것만으로 완성에 이를 수 있다고도 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그는 세상이 창조된 이래 비축되어 온 모든 힘으로 태양이 빛나는 석양에서처럼, 사랑을 찾아냄으로써 그가 태어난 이래로 알지 못했던, 가슴속으로부터 우러난 그런 힘을 갖게 된 것이 기뻤다.
그 여자는 자기 자신의 인격과 자네 아내의 인격을 손상시키지 않고 떠난 걸세. 그리고 정말 배운 사람답게 작별 인사를 했어. 자네는 그 둘에게 자네를 재난으로부터 구해 주었다고 머리 숙여 감사해야 될 게야. 자넨 어디서도 우꾸발라 같은 아내를 또다시 찾을 순 없을 걸세. 다른 여자가 그런 입장에 있었더라면 자네가 이 세상 끝까지, 자네의 그 까라나르보다 더 멀리 도망칠 수밖에 없도록 한바탕 난리를 피웠을 테니까.」
〈세상에 신 같은 건 없어! 삶에 대해서 뭣 한 가지도 이해하려 들지 않는 신이 어디 있어? 또 다른 사람들에게선 도대체 뭘 기대할 수 있지? 신 같은 건 있지도 않아!〉
예지게이의 영혼이 일깨워져 위로 떠올라 신음했고, 한순간에 그의 기쁨과 슬픔, 이런저런 상념과 어렴풋한 욕망, 그 모든 세계의 문들이 활짝 열렸다….
누가 적대적인 기억을 갖고 있다 해서 그를 비난하는 일이 어떻게 가능할까? 기억이란 과거에 언젠가 일어났던 일이며 현재에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달리 말해서, 사람은 이미 일어났던 어떤 것만을 기억할 수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