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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평균 수명이 60세를 넘기 힘들었던 시절, 사람들은 20세 전에 형성한 정체성을 바탕으로 이후 40여 년의 인생을 살았다.
평균 수명이 80세를 훌쩍 넘은 지금, 청년기 초반에 그린 자신의 모습으로 60년 이상의 인생을 지속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더구나 같은 시간 동안 사회 변화의 속도는 과거에 비할 바가 아니다.
따라서, 중년은 다시금 자신의 정체성을 고민해야 하는 시기이다.
청소년기의 정체성 확립이 성인기 초반의 삶의 방향을 결정짓듯이, 중년의 정체성 확립은 이후의 삶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를 결정한다.
그러나 중년의 정체성 찾기는 청소년과는 다르고, 또 달라야 한다. 인생이라는 여정을 시작하는 청소년기와는 달리 중년은 중간적 존재이기 때문이다. 아저씨가 존재하는 곳은 모든 세계의 중간,
그야말로 중간계 the middle-earth다. 아저씨들은 삶과 죽음, 노년과 정년, 과거와 미래, 직장과 가정, 성공과 실패, 개인과 집단, 선배와 후배, 남성과 여성 사이의 어디쯤에서 살아간다. 그 사이에서 양쪽의 최적의 균형을 맞추어 가는 것이 중년이 자신의 정체성을 갖는 길일 것이다. 아저씨들의 여정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