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인류가 무성한 생명의 나무에 속한 아주 작은 가지 하나에 지나지 않으며, 더욱이 그 가지가 돋아난 시기가 지질학적 연대에서 볼 때 바로 얼마 전이라면, 인류는 근본적으로 진보적 성질을 가진 생명 진화의 예정된 결과가 아닐 것이다.
인류가 이룬 영광과 성취가 아무리 눈부시다 하더라도, 인류의 탄생은 한순간 우연히 일어난 우주적 사건에 지나지 않으며, 생명의 씨앗이 다시 뿌려져 생명의 나무가 비슷한 조건에서 자라난다면 다시는 일어나지 않을 사건임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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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궐의 명장 톤유쿠크는 "성을 짓는 자는 망하고 길을 만드는 자는 흥할 것이다"라는 말을 했다. 소통하는 자가 발전하고 성장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인터넷 공간을 아는 사람은 인터넷 홈쇼핑 사이트에서 원하는 것을 주문해서 내가 있는 곳에서 받을 수 있다. 단순히 생활 방식만 바뀐 것이 아니다. 인터넷 사용자는 실제 공간에 있는 도시의 시설물과 장소만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그와 평행하게 존재하는 또 다른 평행우주 같은 사이버공간을 가지고 있고 그 속에서 살 수 있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사람은 한술 더 떠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아무 때나 두 세계를 왔다 갔다 할 수 있다.

미야자키 마사카쓰는 역사책 『공간의 세계사』에서 교통수단이 발달하면 역사에 큰 변화가 온다고 말한다. 그 대표적 사례가 ‘말’이다. 말을 타면서부터 인간은 시간 거리를 줄일 수 있게 되었고 이로 인해서 공간의 혁명이 일어났다. 이때부터 세계사에는 지겨울 정도로 정복 이야기가 나온다. 알렉산더 왕, 몽골족, 투르크족 등에 의한 정복들이다. 모두 말을 잘 타는 부족들이 주변을 정복한 사건들이다. 말이라는 교통수단의 발달로 인간의 속도가 빨라졌고 그로 인해 공간이 축소되었다. 과거에는 멀어서 만날 일이 없던 부족들이 말로 인해서 만나게 되고 충돌이 일어나게 되었다. 정복 전쟁이 급격히 늘어나고 제국이 만들어졌다. 역사상 그 많은 전쟁을 만든 주범이 ‘말’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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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보면 시기적으로 오래된 종교는 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의 종교지만 더 넓은 지역으로 전파된 종교는 유대인과 이슬람 같은 유목 민족의 종교다. 그 이유 중 하나가 유목 민족의 종교는 건축보다는 운반 가능한 경전이라는 소프트웨어에 집중했기 때문일 것이다. 건축은 종교를 강화하는 장치지만 텍스트인 경전은 종교의 전파에 효율적인 미디어다. 그래서 세계적 규모의 종교라고 할 수 있는 기독교, 이슬람교, 불교 모두 각각 성경, 코란, 불경 같은 소프트웨어인 책을 중요하게 여기는 종교들이다. 물론 종교가 전파된 후 그 지역에서 뿌리내리고 강화되는 데 결정적인 작용을 하는 것은 성당, 사원, 절 같은 건축물이다. 후발 주자인 유대교와 이슬람교가 건축에 기초한 선배 종교들을 앞설 수 있었던 것은 인류 문명에서 건축보다 뒤늦게 자리 잡은 문자 체계와 결합한 덕이다.

계단은 높은 곳을 가게 해 주는 장치인데, 건축에서 높은 곳은 권력을 더 가지는 공간이다. 높은 곳이 권력의 자리인 이유는 높은 곳에 있으면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다른 사람을 관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높은 곳은 권력을 창출한다. 높은 곳을 만든 다음에 그곳에 가게 해 주는 건축 장치는 계단이다. 그리고 그 계단을 장악하는 사람은 권력자다. 지구라트를 지은 사람들은 계단을 통해 권력을 창출하고 그 권력을 통해 나라를 통치하는 힘을 만들어 낸 것이다. 계단은 이처럼 권력과 밀접한 관련을 가진 장치다. 따라서 우리는 권력을 나타내는 다양한 건축물에서 계단을 볼 수 있다. 파르테논 신전의 하단부에도 계단이 있고, 자금성에도 황제가 있는 건물은 수십 개의 계단 위에 위치한다. 우리나라의 법원이나 검찰도 계단 위에 있는 건물을 선호한다.

수메르문명이나 이집트문명의 발상지는 건조하지만 물은 풍부한 지역이다. 두 문화권에는 티그리스강, 유프라테스강, 나일강 같은 큰 강이 있다. 이 강들은 공통적으로 남북으로 흐르는 강이다. 따라서 강의 상류와 하류의 기후대가 다른 특징이 있다. 덕분에 상류에서는 비가 많이 내리고 그 물이 흘러내려와 강의 하구는 건조기후대이지만 물이 풍부하다. 이러한 지리적 특징 때문에 두 문명권 모두 사람이 모여 살아도 전염병이 잘 돌지 않고, 필요한 물은 강이 공급해 주는 곳이라는 조건이 만들어졌다. 그래서 이들은 인류 역사 초기에 관개수로를 만들어 농사를 지으며 큰 도시를 형성할 수 있었고, 최초의 문명이라는 꽃을 피울 수 있었다.

도시와 건축의 진화는 주어진 기후 속에서 문제 해결을 하는 지능이 만들어 낸 결과물이다. 환경의 변화는 삶의 형식을 바꾼다. 바뀐 경제, 정치 구조는 새로운 건축과 도시를 만든다. 새롭게 만들어진 건축 환경과 도시환경은 다시 사람을 바꾼다. 바뀐 사람은 다시 정치 시스템을 바꾸고 사회조직을 바꾼다. 이는 다시 건축과 도시와 주변 자연환경을 바꾼다. 전체적으로 그 규모와 속도는 점차 빨라진다. 2만 년 전 동굴에서 수십 명만 모여 살던 인간이 지금은 수천만 명이 사는 도시를 만들고 지구의 반대편까지 하루도 안 되어 갈 수 있는 시간 거리의 공간으로 지구를 바꾸었다. 기후가 바뀌면 건축과 도시와 사회가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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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대부분의 국민이 사는 집은 천장이 낮고 여유 공간이 없다. 아파트 광고를 보면 구석구석 비는 공간이 없어 효율이 높다고 자랑하는데, 오히려 낭비되는 허술한 공간이 없는 집은 창의성을 질식시킨다. 앞으로 더 많은 사람이 1인 가구가 되어 초소형 원룸에 살게 된다면 대한민국의 창의성은 더 묻혀 버릴 것이다. 주택에서 아파트로, 아파트에서 원룸으로 향하는 반창의적 주거 환경의 흐름을 틀어서 새로운 주거 형식을 만들어 내야 한다. 그것이 창의성으로 먹고살아야 하는 대한민국에서 우리가 해야 할 건축 분야의 과제다.

우리나라의 청소년은 대부분 비슷한 아파트에 살고 비슷한 학교와 학원에서 공부하고, 뛰어놀 곳 없는 도시에서 비슷한 생김새의 아이들과 자란다. 이런 획일화된 보편적인 삶의 공간이 어떤 천재들에게는 창의성을 죽이는 공간일 것이다. 우리나라에 천재가 나오려면 다양한 교육과 더불어 다양한 종류의 주거 공간과 삶의 형태가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서 비용 대비 공간을 빌리는 순서는 가장 저렴한 편의점부터 PC방, 카페, 노래방, 모텔 순서다. 우리의 주거 공간에 사적 공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청소년은 편의점과 PC방으로 가고 대학생은 카페와 모텔로 가고, 직장인은 차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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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의 단절 현상을 치유하기 위해서는 도시 안에서 얼굴을 맞대고 우연히 다른 사람을 만날 수 있는 매력적인 공간이 더욱 많아져야 한다. 과거 그리스는 다양한 사람이 모여 의견을 나누던 아고라와 원형극장이라는 건축양식을 만들어서 창의적인 사회의 꽃을 피웠다. 시장 바닥 같던 아고라가 없었다면 고대 그리스는 없었다. 우리는 지금 다양한 생각이 만나고 서로의 다름을 인정할 수 있는 ‘21세기형 아고라와 원형극장’을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책임이다.

우리나라 아이들의 삶의 공간에는 자연이 없다. 하늘을 볼 시간이 거의 없는 것이다. "지식은 책에서 배우고, 지혜는 자연에서 배운다"라는 말이 있다. 그런데 우리 아이들은 자연을 만날 기회가 없다. 지혜를 배울 수 없는 것이다. 아이들의 삶에 필요한 것은 자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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