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외부에서 특별한 이벤트가 발생해 나에게 흘러들어오는 것이 아닌, 내가 내 안에서 감정과 정서를 조절해 만들어가는 것’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프기 직전에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더 이상 지금처럼 살수 없는 막다른 지점에 도달했구나, 한 발 제껴 디딜 곳이 없구나………. 나름대로 잘 살아 왔다고 믿고 있었는데 문득 둘러보니 막다른 지점에 도달해 있었어요. 삶이 자연스럽게 흘러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 채 폐쇄적인 자기 복제를 반복하고 있다는 느낌이었죠. 그러니까 의식이 어딘가에 갇혀 있는 듯하다는 표현이 옳을거예요. 의식이 확장되려면 삶의 형태가 바뀌어야 할 것 같고, 삶의 형태가 바뀌려면 의식의 지평이 달라져야 할 것 같은데, 대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방법을 알 수 없었어요. 심지어는 왜 방법조차 모르게 되었는지도 알 수 없었고요.」 - P73

「등산할 때 해발 오백 미터짜리 산도 오르려면 숨이 가쁘고 힘들어요. 그렇지만 히말라야 산도 비행기 위에서 내려다보면 아무것도 아니죠. 한발 물러나서 보면 그래요. 여기서 하는 작업은 그때로 돌아가 그 시절의 감정을 고스란히 되살려 내는 겁니다.」그렇게 해서 그 시절에 외면한 고통과 슬픔을 다시 체험해야 한다고 했다. 어떤 사건을 기억해 내고, 그 기억에 얽혀 있는 슬픔이나 분노의 감정을 체험하고, 그것을 언어로 표현할 수 있으면 그것과 관련된 억압이나 신경증은 해소된다는 것이다. 모든 신경증은 정면으로 맞서지 못한 고통, 외면하고 회피한 예전의 고통이 뒤에서 다가와 뒤통수를 치는 현상이라고 책에서 읽은 적은 있었다. 그럼에도,
그토록 고스란히 감정이 살아나는 일은 놀라울 뿐이었다.  - P8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인혜는 크게 숨을 들이쉰 후 천천히 내뱉었다. 그러면서 눈앞에 보이는 신기루 같은 부락을 한 바퀴 둘러보았다. 야산을 배경으로빛나는 알록달록한 네온사인들, 부조화하고 불균형하고 요란하고 천박한 것, 그것이 모두 통속성일 것이다. 사랑의 본질이 권력욕이라면 사랑의 형식은 통속성임에 틀림없었다. 인혜는 바로 그 통속성의 위력으로 세상의 중심을 관통하고, 세상 사람들을 지나가고, 마지막으로 자신을 넘어서고 싶었다.
- P6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결혼이란 이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남성이라는 권력으로부터 승인받는다는 뜻이고, 남성 중심의 이데올로기에 승복한다는 뜻이고, 남성이 지배하는 사회에 편입된다는 뜻 아닌가요? 제도에 의해 보장된 남자를 통해 새로운 지위를 획득하고, 그의 권력을 나누어 갖고, 그가 성취한 것을 함께 누리며, 그의 울타리 안에서 보호받고자 하는 욕망의 다른 이름이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인혜는 권인경을 만나 광고와 권력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제 광고는 상품을 파는 게 아니라 권력을 팔았다. 소비자가 왕이고 소비 행위가 권력 행사라고 부추기는 것을 넘어 권력에 대한 환상까지 팔았다. 이 상품을 소비하기만 하면 당신은 매혹적으로, 부자로,
자유롭고, 힘 있게…… 뭐 그런 어떤 것도 가질 수 있을 것이라 속삭였다. 광고는 끊임없이 인간들의 결핍감을 자극하고, 욕망을 창출하고, 그 욕망으로 하여금 권력을 향해 달려가도록 부추겼다. 그리하여 광고는 그 자체가 또 하나의 권력으로 등극했다. 사람들은 이제 광고 속 음식을 먹고 광고 모델처럼 입고 카피처럼 말했다. 소비의 시대가 아니라 바야흐로 광고의 시대였다.
권인경은 광고뿐 아니라 인간의 삶 곳곳에 포진하고 있다가 인간을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은 권력이라는 사실을 피력했다. 인간들이 사랑에 씌워 놓은 환상을 걷어 내고, 인간의 삶에 씌워 놓은 휴머니즘과 삼강오륜을 걷어 내면, 모든 인간관계의 가장 기본이 되는 뼈대는 욕망이었다. 그리고 욕망은 정확하게 권력을 지향하고 있었다.
사랑도, 우정도, 의리도, 충성도 한 꺼풀만 벗기고 보면 결국은 자신의 필요에 의해 움직이는 허망한 권력 지향일 뿐이라고 했다.
권인경이 정의하는 권력은 아주 포괄적이었다. 무엇이든 그 당사자에게 매혹적인 것, 그 당사자의 생존에 필요 불가결한 것, 당사자의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것, 그것이 곧 권력이라고 했다. 정치 권력뿐 아니라 경제력, 지식, 재능, 미모, 재미, 노하우….… 그 모든 것이 다 권력이 될 수 있었다. 그날 인혜는 권인경의 열린 태도, 순발력있는 기획, 자유로운 상상력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결국, 권력이 성적 충동까지 유발한다는 데 동의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