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식이 꿈, 언어, 신체적 증상 등 세 가지 형태로 나타난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러나 책을 읽을 때 ‘무의식의 언어화‘라는 것이 어떤 상태인지 짐작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말이 나오는 걸 들으면서, 그 말을 하는 걸 그토록 힘들어하는 자신을 보면서 바로 이것이구나 싶었다.
억압된 무의식이 신체적 증상으로 나타난다는 사실은 이해하기 쉬웠다. 화병이나 이명, 실명 같은 심인성 증상들이 그것이라 믿었다. 그렇지만 내가 일상적으로 느끼는 증상들, 이를테면 목에 돌멩이가 걸린 듯한 뻐근함, 가슴이 꽉 막히는 듯한 통증, 명치가 뒤틀리는아픔, 그것들이 모두 무의식이 표출되는 한 방법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무의식이라는 게 그토록 가까운 곳에서 그토록 지속적으로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니. 무의식이 표출되는 두 가지 방식을 한꺼번에 체험하면서, 반복되는 질문으로 그것을 이끌어 낸 면담자의 솜씨에 놀랐다.
내가 끝내 완성하지 못한 문장의 전문은 이것이었다. ‘내가 타인의 호의나 친절을 별 저항감 없이 받아들이게 된 것은, 이젠 무슨 일이 있어도 무너지지 않겠구나 하는 확신이 내 속에서 생긴 이후부터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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