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휩쓸고 있는 민족주의 물결은 시계를 1939년이나1914년으로 돌려놓을 수 없다. 기술은 일련의 전 지구 차원의 실존식 위협을 초래함으로써 모든 것을 바꿔놓았고, 어떤 나라도 혼자서는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게 만들었다. 공동의 적은 공동의 정체성을 형성하기 위한 최선의 촉매제다. 인류는 이제 최소한 그런 적수 셋— 핵전쟁, 기후변화, 기술적 파괴 - 을 앞에 두고 있다. 이런 공동의 위협에도 인류가 특정한 민족주의적 충성을 다른 모든 것 위에두기로 한다면, 결과는 1914년과 1939년보다 훨씬 나쁠 수 있다.
19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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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주의적 고립은 십중팔구 핵전쟁보다 기후변화의 맥락에서 훨씬 더 위험하다. 전면적인 핵전쟁은 모든 국가를 무차별 파괴할 위험이 있기 때문에 그것을 막는 일에서는 모든 국가가 동등한 지분을 갖는다. 반면에 지구온난화가 초래할 충격은 국가마다 다를 가능성이 크다. 어떤 나라는, 특히 러시아는 실제로 혜택을 누릴 수도 있다. 러시아는 해안 지대가 상대적으로 적다. 따라서 해수면 상승에 대한 걱정도 중국이나 키리바시보다 덜하다. 기온 상승만 해도 아프리카 차드를 사막으로 바꿔놓을 수 있겠지만, 동시에 시베리아를 세계의 곡창지대로 바꿔놓을 수도 있다. 더욱이 북극 최북단에서 얼음이 녹으면 러시아가 지배하는 북극 항로는 세계 교역의 동맥이 될 수 있고, 캄차카 반도는 싱가포르를 대신해 세계의 교차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화석연료를 신재생 에너지원으로 전환하는 문제에서도 어떤 나라들은 다른 나라들보다 더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외국에서 석유와 가스를 대량으로 수입해야 하는 중국과 일본, 한국 같은 나라들은 그런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기뻐할 것이다. 반면 석유와 가스 수출에 의존하는 러시아와 이란, 사우디아라비아는 석유와 가스가 갑자기 태양력과 풍력으로 넘어가면 경제가 무너질 것이다.
18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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획기적인 기술 혁신은 에너지 이외 다른 많은 영역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가령, ‘청정 육류‘ 개발의 잠재력을 보자. 현재 육류산업은 수십억의 지각 있는 존재에게 이루 말할 수 없는 비참함을 안기고 있을 뿐 아니라, 지구온난화의 주원인이자, 항생제와 독성 물질의 주 소비자이며, 땅과 물, 공기의 주 오염자다. 2013년 영국기계학회 MechE가 낸 보고서에 따르면, 소고기 1킬로그램을 생산하는 데는 신선한 물이 약 1만 5,000천 리터가 드는 반면, 감자 1킬로그램을 생산하는 데는 287리터 정도면 충분하다.
18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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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주의가 없으면 우리 모두가 자유주의 낙원에서 살 거라고 상상하는 것은 위험한 착각이다. 오히려 부족의 혼돈 속에서 살 가능성이 높다. 스웨덴과 독일, 스위스 같은 평화와 번영을 누리는 자유주의 국가들은 모두 민족주의 감정도 강하다. 민족적 유대감이 부족한 나라의 목록을 보면 아프가니스탄과 소말리아, 콩고, 그리고 다른 실패한 국가들 대부분이 들어가 있다.
문제는 선의의 애국심이 국수주의적 초민족주의로 변질될 때 일어난다. 내 민족은 독특하다 — 사실 모든 민족이 그렇다고 믿는 차원을 넘어, 내 민족은 다른 어떤 민족보다 우월하고, 내 모든 충성을 바쳐야 할 대상이며, 그 외에는 다른 누구에게도 내가 져야 할 중요한 의무는 없다고 느끼기 시작할 수 있다. 이것은 폭력적 갈등의 비옥한 토양이 된다. 세대를 거치면서 민족주의에 쏟아진 비판의 기본 요지는 그것이 전쟁으로 나아갔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민족주의와 폭력을 연결한 비판에도 민족주의의 과잉은 별로 수그러들지 않았다. 각 민족국가는 이웃 나라의 책동에 맞서 자국을 보호해야 한다는 이유로 군사적 팽창을 정당화했다. 국가가 국민 대부분에게 전례 없는 수준의 안전과 번영을 제공하는 한, 국민은 피로 그 대가를 지불할 용의가 있었다. 19세기와 20세기 초까지도 민족주의식 접근법은 대단히 매력적으로 보였다. 비록 민족주의가 전례 없는 규모의 참혹한 갈등으로 이어지기는 했지만, 동시에 근대 민족국가는 대규모 의료보장 및 교육, 복지 체계를 구축했다.
17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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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실패한 국가들은 유형이 다양할지 몰라도, 성공적인 국가의 패러다임은 하나다. 그러니 지구상의 정치도 안나 카레니나원칙을 따른다. 성공한 국가는 모두가 같지만, 실패한 국가는 각자 다른 방식으로 실패하는데(톨스토이의 장편소설 《안나 카레니나》는 "행복한 가정은 서로 닮았지만,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 옮긴이), 지배적인 정치 패키지 중에서 이런저런 구성 요소가 빠졌기 때문이다. IS는 최근에 이 패키지를 전면 배격하고 완전히 다른 종류의 정치체제를 수립하려는 독자 노선을 표방했다. 이른바 이슬람 신정일치제의 칼리프 국가다. 하지만 바로 그 점 때문에 IS는 실패했다. 지금까지 수많은 게릴라 세력과 테러 조직이 새로운 국가를 수립하거나 기존 국가를 정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늘 세계 정치 질서의 근본 원칙을 수용했다. 탈레반조차 아프가니스탄 주권 국가의 합법 정부로 국제적 승인을 받으려 했다. 어떤 집단도 세계 정치의 원칙을 배격하고서 어떤 중요 지역을 지속적으로 지배하지는 못했다.
15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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