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주의적 고립은 십중팔구 핵전쟁보다 기후변화의 맥락에서 훨씬 더 위험하다. 전면적인 핵전쟁은 모든 국가를 무차별 파괴할 위험이 있기 때문에 그것을 막는 일에서는 모든 국가가 동등한 지분을 갖는다. 반면에 지구온난화가 초래할 충격은 국가마다 다를 가능성이 크다. 어떤 나라는, 특히 러시아는 실제로 혜택을 누릴 수도 있다. 러시아는 해안 지대가 상대적으로 적다. 따라서 해수면 상승에 대한 걱정도 중국이나 키리바시보다 덜하다. 기온 상승만 해도 아프리카 차드를 사막으로 바꿔놓을 수 있겠지만, 동시에 시베리아를 세계의 곡창지대로 바꿔놓을 수도 있다. 더욱이 북극 최북단에서 얼음이 녹으면 러시아가 지배하는 북극 항로는 세계 교역의 동맥이 될 수 있고, 캄차카 반도는 싱가포르를 대신해 세계의 교차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화석연료를 신재생 에너지원으로 전환하는 문제에서도 어떤 나라들은 다른 나라들보다 더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외국에서 석유와 가스를 대량으로 수입해야 하는 중국과 일본, 한국 같은 나라들은 그런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기뻐할 것이다. 반면 석유와 가스 수출에 의존하는 러시아와 이란, 사우디아라비아는 석유와 가스가 갑자기 태양력과 풍력으로 넘어가면 경제가 무너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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