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근로자라는 단어에 담긴 의도다. 근로자勤勞者를 하나하나 뜯으면 ‘부지런할 근勤’, ‘일할 노勞’, ‘사람 자者’다. 직역하면 ‘부지런하게 일하는 사람’이다. 그냥 ‘worker’가 아니라, ‘a diligent worker’다.
이게 뭐가 문제냐고? 문제다. 아주 심각한 문제다. 5월 1일, 다들 아는 것처럼 근로자의 날이다. 이날이 원래는 노동절이었다. 1957년, 대한노동총연맹 창립일에 맞춰 3월 10일을 노동절로 정했었다. 날짜를 5월 1일로 바꾼 건 한참 뒤다.
노동절을 근로자의 날로 바꾼 건 박정희 군사정권 때다. 1963년 4월, ‘근로자의 날 제정에 관한 법률’을 만들었다. 군사정권은 관련 법률을 개정하면서 ‘노동’이라는 단어를 전부 ‘근로’로 바꿔버렸다.
노동을 근로로 바꾼 데엔 두 가지 의도가 있었다 한다. 먼저, 노동이라는 단어에 담긴 ‘사회주의적 냄새’가 맘에 안 들었다. 여기까진 그럴 수 있다 치자. 냉전 시대였으니까. 해서, 노동이라는 단어를 없애고 싶은데, 그러자니 대체할 단어가 필요했다. 그래서 다시 가져온 단어가 근로다.
다. 시. 가져온 거다. 어디서? 일제강점기에서! "1941년 일본은 ‘국민근로보국령’을 발효하고 조선인을 강제로 끌고 가 근로보국대를 조직했다"고 기록한다(두산백과). 짐작컨대, 여기엔 ‘일본대제국을 위해, 천황폐하 생각하며,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부지런히 일만 하라’는 아주 나쁜 의도가 담겼다. 그런 나쁜 단어를 그대로 가져온 게 군사정권이다. 아마도, 비슷한 의도였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