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2030 축의 전환
마우로 F. 기옌 지음, 우진하 옮김, 이경준 낭독 / 리더스북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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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 화폐는 전자 화폐의 일종으로 암호를 사용해 보내주는 사람에 의해 거래가 인증되며, 지불과 잔액은 관련된 모든 사람이 접속할 수 있는 전자 기록 보관소에 기록된다. 이런 기록 보관 장치에는 블록체인blockchain이라는 재미있는 이름이 붙어 있지만 사실 블록체인의 개념은 무척 단순하다. 벽돌로 쌓아올린 벽이 길게 늘어서 있다고 상상해보자. 그리고 그 벽 옆을 지나가는 사람들이 자신만의 다양한 기록을 벽돌 하나하나에 새긴다. 자신의 이름이나 찾아온 날짜를 적을 수도 있고 혹은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이나 좋아하는 책의 제목을 적을 수도 있다. 규칙은 단 하나, 반드시 무엇인가 적혀 있는 벽돌 바로 옆에 빈 공간, 빈 벽돌이 남지 않도록 적어서 채워야 한다. 그러면 사람들이 뭔가를 적어나갈 때마다 제일 윗줄부터 차례로 아래까지 벽돌 하나하나가 채워진다. 벽돌 위에 새겨진 기록은 절대 지울 수 없으며, 모든 사람이 그 기록을 살펴볼 수 있다. 이렇게 상상 속 벽돌 벽이 다 채워지면 그 옆에 똑같은 두 번째 벽을 나란히 세우고 똑같은 과정을 반복한다. 이런 벽들은 어떤 목적으로든 이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호텔이 있다면 누가 호텔의 어떤 방에 묵었는지, 각각의 손님들은 매일 어떤 추가 비용을 물었는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호텔을 나설 때 모두 합해 숙박료는 얼마나 냈는지 등등을 추적할 수 있다. 또한 유통되고 있는 동전과 지폐를 누가 갖고 있으며 그 돈이 언제 지급 수단으로 사용되는지도 추적할 수 있다.

  이런 종류의 기록을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은 진짜 실체가 있는 벽 대신 서로 하나로 이어진, 그리고 결코 수정이나 변조가 불가능한 기록들을 보관할 수 있는 디지털 기록 보관소를 만들어 보관한다면 어떨까. 그것이 바로 블록체인이다. 블록체인에 접속한 컴퓨터는 각각의 거래를 확인하고 전체적인 체계에 투명성을 제공한다. 블록체인에 접속한 각각의 컴퓨터에는 전체 블록체인과 똑같은 복사본이 저장되어 있다. 우리는 서로 연결되어 있는 컴퓨터의 절반 이상이 거래 기록의 변경에 대한 승인을 제공해야 하는 식으로 또 다른 안전성 요건을 추가할 수 있다. 표면적으로 보면 블록체인 기술을 바탕으로 하는 암호 화폐 비트코인bitcoin은 대단히 안전하다. 미국 복권인 파워볼Powerball의 당첨 확률이 대략 2억 9200만 분의 1이라고 하는데, 256비트 암호 체계를 사용하는 비트코인 개인 암호가 뚫릴 수 있는 확률은 115콰트로비진틸리언quattuorvigintillion분의 1이다. 콰트로비진틸리언이란 0이 78개나 붙는 단위다. 다시 말하면 파워볼 복권에 연속으로 아홉 번 이상 당첨되는 것과 같은 확률이다.


  투명성에 관한 이런 분산된 체계야말로 나카모토 사토시中本哲史가 2008년 10월 31일 ‘크립토그래피 메일링 리스트cryptography mailing list’라는 곳에 올린 유명한 보고서 「비트코인: 개인끼리 거래하는 전자 화폐 제도Bitcoin: A peer-to-peer electronic cash system」에서 강조한 내용이다. 비트코인의 발명자로 알려진 나카모토 사토시는 가명이며, 그의 정체를 아는 사람은 없다. 2008년 10월 31일이라는 날짜 역시 중요한데, 투자은행 리먼 브라더스가 파산한 지 몇 주 후에 발표되었기 때문이다. 이 보고서는 "개인과 개인이 거래하는 개념의 전자 화폐를 통해 중간에 어떤 금융기관도 거치지 않고 한쪽에서 다른 한쪽으로 직접 온라인 결제를 하도록 해주는" 혁명적인 개념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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