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두막 편지 - 개정판
법정 지음 / 이레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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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입 안에 말이 적고, 마음에 일이 적고, 뱃속에 밥이 적어야 한다. 이 세 가지 적은 것이 있으면 신선도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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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것도 아닌 일에는 대단한 일인 양 호들갑을 떨고 정말 끔찍한 일에는 단순하게 다루는 거 말이야. 분노에 지쳤고, 야비함에 지쳤고, 이기주의에도 지쳤어. 그걸 막아 내려는 노력이 전혀 없는 데 지쳤고, 오히려 그걸 조장하는 데 지쳤어. 현재의 폭력에 지쳤고 아직 일어나지 않았지만 다가올 폭력에도 지쳤어. 거짓말쟁이들에 지쳤어. 아닌 척하는 거짓말쟁이들에, 그들이 이런 일을 유발하는 데 지쳤어. 그들이 멍청해서 그런 건지 고의로 그런 건지 궁금해하는 데도 지쳤어. 거짓말을 일삼는 정부들에 지쳤어. 거짓말을 듣거나 말거나 더 이상 신경도 쓰지 않는 사람들에 지쳤어. 이렇게 두려워해야 하는 데 지쳤어. 적대감에 지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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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어
김주영 지음 / 문이당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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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작가의 말

끊임없이 이동하는 유목민들은 모든 소유물을 몽땅 가지고 다닌다. 비단과 향수, 그리고 씨앗과 소금, 요강과 유골,
하물며 고통과 증오까지도 항상 몸에 지니고 다닌다. 격정적인 삶으로 그 모든 것이 탕진되는 날, 하나의 무덤이 거친바람이 흩날리는 초원에 마련될 것이다. 작가가 그렇다.

1998년 1월김 주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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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어
김주영 지음 / 문이당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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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서야 내 뒤통수를 치는 것이 있었다. 목젖이 뚝 떨어질 듯 놀란 나는 맨발인 채로 뒤뜰로 달려갔다. 그리고 나가 막고 있던 담구멍에 손을 디밀어넣었다. 그러나 구멍속을 휘저어보아도 손에 만져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읍내의 술집 여자가 눈썹 그리는 몽당연필로 끼적여주었던 삼례의 주소를 적은 쪽지가 거기엔 이미 없었다.
 어머니는 내 모든 것을 속속들이 알고 있었고, 심지어 읍내의 그 술집 여자를 만나고 왔다는 것조차 진작부터 눈치채고 있었던 게 분명했다. 그리고 끝내는 아버지를 떠나기 위해 내게서 삼례를 훔쳐간 것이었다. 우리집으로 들어오는 것 처럼 가장한 어머니의 신발자국은 두 번 다시는 집으로 돌아오지 않겠다는 어머니의 결연한 의지를 아버지가 아닌 내게 은밀하게 귀띔한 것이었다.
아버지가 집으로 돌아온 바로 이튿날, 어머니는 어째서 그런 결심을 하게 된 것일까. 어머니의 가슴속에 6년 동안이나 간직되었던 아버지에 대한 환상이, 아침에 문을 열고 내다보았던 폭설로 말미암아 모두가 허상으로 침몰되어 버린 것을깨달았기 때문일까. 아버지의 환상을 잡았다고 생각했을때, 놀랍게도 그것은 벽에 어른거리는 그림자에 불과했다는것을 깨닫게 된 것일까, 어머니의 지순했던 자존심은 오히려 굴욕으로 손상되고 말았고, 슬픔에 찌들어가면서도 담금질해 왔던 사랑의 열매도 한낱 허상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던 것일까. 그래서 어머니는 굴욕보다 더욱 격정적인 세상으로부터의 모험을 선택한 것일까.
그로써 어머니가 돌아오지 않을 것이란 확신은 명확해진 것이었지만, 나는 떠나간 어머니 때문에 절망적인 동요를 느끼지는 않았다. 아버지가 집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주선하기 위해 외삼촌을 찾아갔던 삼례는 눈에 보이지 않고 있었지만, 항상 어머니와 내 곁에 남아 있다는 것을 증명해 왔던 것처럼, 나 역시 그 종이쪽지에 적혀 있는 주소를 이미 암기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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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팝나무에 싹이 트는 계절은 언제이며, 가슴을 데워 몸을 비틀어 호들갑스런 소리를 내는 버들 호드기는 언제 꺾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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