깔때기 포트
김이수 지음 / 나무옆의자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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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도 자주 제작되는 소재, 바로 밤거리의 어두운 단면과 거친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바로 누아르 장르입니다. 사람들은 이런 장르에 열광하기도 하며, 새로운 범죄나 모방을 양산한다고 거부하기도 합니다. 개인적인 취향에 따라서 고평가 받거나 평가절하 당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누아르가 주는 의미, 과연 허구와 상상 속의 얘기인지, 현실을 반영한 혹은 비판한 장르가 아닌지, 제법 신선하고 진지하게 다가옵니다. 특히 공간적 배경이 된 인천, 역사적으로 다양한 사건이 있었고 지금도 물류와 항구의 이미지로 대표되는 지역입니다. 원래 바다에 인접한 항구도시는 험하다는 말이 있습니다.


인천, 부산, 목포가 대표적이며 다양한 주제나 소재의 배경으로 자주 등장합니다. 또한 우리가 아는 조폭들의 삶, 그들이 자라온 환경과 배우지 못한 설움, 여기에 더해지는 돈과 이익을 위한 모든 수단과 방법들, 일반 사람들에게 위해가 되기도 하며 잔혹한 범죄나 부정부패의 온상으로 지적받고 있습니다. 서로간의 절대적인 충성과 의리를 강조하지만, 검은 머리 짐승은 거두는 것이 아니라는 격언처럼, 사람의 욕망과 욕심, 그리고 이기려는 야망과 상대에 대한 보복 등 인간이라면 느끼는 보편적인 혹은 자연스러운 감정들을 잘 담아내고 있습니다. 과연 조폭들의 문제인가, 거친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 밤거리를 주름잡는 패기있는 사람들의 문제인지, 이를 바라보는 입장이 평가하기 난해하며, 다양한 결론과 판단으로 다가옵니다.


예전처럼 모든 것을 주먹으로 해결하는 시대를 벗어나, 철저하게 계산과 돈에 의해서 움직이는 집단과 세력들, 각종 이권과 사업, 개발 관련 특수와 관광 등 다양한 영역으로의 사업확장, 정재계 인사들과의 결탁, 그들의 비호 아래서 벌어지는 폭력성, 이에 고통받는 평범한 사람들까지, 한국사회의 민낯을 낮은 단계에서 잘 그려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도 보편적인 인간상을 갖고 있고, 오히려 더 강한 감성과 생각을 행동으로 표현한다는 점, 결국에는 사랑과 배신 등 서로가 서로에게 필요하지만, 이용하려고 하는 심리적인 묘사까지, 누아르라고 보기에는 제법 진지한 점이 많습니다. 그리고 현실은 이보다 더할 것 같다는 느낌마저 듭니다.


결정적인 순간, 가족 때문에 무너지는 강인함과 냉정함, 결국 사람을 변화시키는 힘, 그 누구도 아닌 가족의 힘이 가장 절대적이라는 것을 새삼 알게 됩니다. 그리고 범죄를 바라보는 잣대, 평가하는 사람들의 판단과 가해자와 피해자의 모습 등 한국사회의 현실이 녹아있고, 단순한 조폭들의 유착관계 그 이상을 표현하고자 했던 저자의 섬세함이 돋보입니다. 또한 사람에게 있어서 환경이 미치는 중요성, 불우한 환경이라고 무조건 실패한 인생은 아니지만, 어려운 길을 걸을 확률이 높고, 엇나갈 수 있는 부정적인 기회가 많다는 점을 알 수 있었습니다. 깔때기 포트, 소설이지만 현실로 다가오는 미묘한 감정, 사람 사는 세상에서 인간들이 보여주는 밑바닥의 모든 것, 한국식 누아르를 제법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현실의 문제를 우회적으로 비판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은 일시적인 감정 탓일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접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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