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평전 - 개발독재자
김삼웅 지음 / 앤길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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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히 조심스러운 인물입니다. 어린 시절, 책이나 교과서를 통해서 배웠던 박정희 전 대통령, 업적이 주를 이뤘고, 그의 과오나 실책에 대해서 비판하는 책은 적었습니다. 하지만 시대가 변했고 사람들의 수준도 높아지면서 갖은 평가와 기준, 잣대가 새로 생겼습니다. 물론 존중하며 인물에 대한 명과 암, 공과 과오는 마땅히 평가해야 합니다. 하지만 철저한 사실을 바탕으로 기록하고 후대에 남겨야 합니다. 박정희 대통령은 한국 현대사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인물입니다. 이승만 대통령과 더불어서 보수 쪽에서는 절대적으로 추앙받지만, 진보쪽에서는 독재와 부패, 친일, 민주화 저지 등으로 많은 비난을 받고 있습니다. 한 때는 보수의 입장에서 역사를 배웠지만, 차츰 세상에 대해 알게 되고 부정한 권력을 쫓는 사람들을 보면서 실망하며 촛불집회까지 갔다온 입장에서 참 미묘한 느낌이 드는 입장이 되었습니다.


믿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이 무너지는 것을 보면서 비정상의 정상화라는 입장에서 여전히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믿지만,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일어나는 정치보복과 인사말살, 전 정부에 대한 조사와 과거에 얽매이는 태도는 눈살을 찌푸리게 됩니다. 현재와 미래를 지향점으로 두고 나아가도 시간이 부족한데, 너무 보복적 성향이 짙게 깔리는 모습에서 국론통합은 정말 어렵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그렇다 치더라도, 그의 아버지인 박정희에 대해서는 균형있는 평가가 중요해 보입니다. 물론 일본 군관학교 출신이며 관동군으로 활약한 점, 동지를 팔아서 남로당의 실체를 알리고 목숨을 구한 점, 그래서 미국으로부터 스네이크 박으로 통했던 점, 굴욕적으로 받아들여지는 한일협정, 지금으로 따지면 푼 돈을 차관받고 역사 등 따져야 할 부분에 대해서 언급조차 못한 점, 북한 김일성과 짜고 서로를 자신들의 권력유지에 이용한 점, 명백한 실책은 많습니다.


지나치게 편향된 인사나 자신에게 반감을 보이거나 위협이 된다면 철저히 숙청한 점, 또한 진보 쪽에서 주장하는 경제개발과 성장 과정에서 이미 제 2공화국 시절 내각제를 기반으로 한 의원들이 먼저 주장했다는 것을 근거로 박정희 정권의 경제개발은 박정희가 없더라도 가능했다는 점, 하지만 모든 것을 그들의 입장에서 보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식민지배를 받던 지구상의 수많은 국가들이 독립했고 미국으로부터 원조를 받은 나라들이 무수히 많습니다. 하지만 이런 돈을 제대로 이용하여 성장한 나라는 우리나라가 독보적입니다. 가까운 필리핀의 사례만 봐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물론 독재와 군부통치가 잘못되었고, 현대사의 성장과정에서 국민들의 절대적인 희생이 있었다는 것도 사실이지만, 무조건 비난하고 폄하하기에는 업적 또한 무시할 수 없습니다.


또한 당시의 시대상도 고려해야 합니다. 지금이야 민주화, 근대화를 거치면서 우리나라가 준 선진국 반열에 올라서 모든 국민이 교육을 통해서 의식과 수준이 발전했지만, 박정희 대통령이 집권했던 60.70년대는 냉전체제의 공고함과 북한의 위협, 북한보다 낮은 경제력으로 풍전등화와 같던 시기였습니다. 어쩌면 보다 강력한 권력과 정부, 힘이 필요로 했고 일반적인 의원들의 혼란과 분열로 인해서 쿠데타의 빌미를 준 점도 인정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군사정변과 독재를 옹호할 생각은 추호도 없지만, 맹목적인 비난은 자제해야 합니다. 


모든 인물이 공과 과오가 있습니다. 보수 쪽에서 공격하는 김대중 대통령, 노무현 대통령, 진보 쪽에서 공격하는 이승만 대통령, 박정희 대통령, 그리고 지금도 모든 수사의 초점이 되는 이명박 대통령, 물의를 일으키는 전두환 대통령, 각 진영의 입장과 논리가 아닌, 대승적인 차원에서 접근이 더 중요해 보입니다. 사실 국민들은 극우나 극좌를 원하지 않습니다. 중도적인 포지션에서 선거 때마다 표심을 던집니다. 이를 그들도 알겠지만, 너무 자신들만의 주장으로 세상을 혼탁하게 하는 느낌도 지울 수 없습니다. 현재의 정세만 보더라도, 우리나라를 둘러싼 주변 4강이 민족주의 열풍이 불어 닥치고 있고, 또 다른 불안과 전운이 감돌고 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또 다시 박정희 대통령 같은 인물이 필요하다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인물에 대한 평가는 자세히 알고 판단해야 합니다. 


책에서 말하는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언급과 설명, 팩트를 기반으로 저술된 것이 맞습니다. 하지만 단점과 과실에 대한 지나친 부각은 반대 진영의 반발을 살 것이며, 이는 또 다른 분열로 이어질 것입니다. 인물을 판단할 때에는 당시의 시대적인 분위기와 배경, 국민들의 수준, 외교정세, 주변국의 동향 등을 면밀하게 파악하여 판단할 것을 권해 드립니다. 최근에도 문제가 되는 친일문제, 그리고 북풍사건, 종북문제, 친북문제는 우리 사회를 갈라놓는 공식밖에 되지 않습니다. 가장 문제가 친일문제, 접근이 중요합니다. 힘이 없어서 나라를 뺏겼고, 당시의 많은 사람들이 인식하지 못하고 부역한 경우도 허다합니다. 물론 인텔리로 불리는 지식인들의 변절이나 알고 행한 사람들은 잘못되었지만, 생계를 위해서 혹은 출세를 위해서 자신의 삶에 최선을 다한 점에 대해서까지, 비난을 한다면 답이 없고 소모적인 논쟁일 뿐입니다. 여전히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인물이 박정희 전 대통령이지만, 우리가 이런 부분에 대한 깊이있는 관심과 사실을 근거로 파악하려는 태도가 중요해 보입니다. 한 번 접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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