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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 - 죽음을 질투한 사람들
제인 하퍼 지음, 남명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7월
평점 :
절판

사람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실패에 대한 두려움? 내 뜻대로 되지 않는 관계의 기술? 물론 이런 것들도 상황이나 때에 따라서 큰 절망과 좌절을 경험하게 합니다. 하지만 가장 큰 두려움은 바로 인간의 힘으로 극복하지 못하는 한계의 순간입니다. 대자연 앞에서 무기력한 인간, 물론 이 과정에서 인간만이 지니는 감정과 생각으로 대처하지만, 모든 것을 완벽하게 구현할 수 없습니다. 특히 자연재해나 천재지변은 하늘에 맡기며, 당한 후 대응하는 것이 최선책입니다. 책에서 시작되는 배경과 장소, 그 속에서 느끼는 인간들의 감정과 생각, 이는 우리에게 원초적인 것, 뒤짚을 수 없는 한계를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같은 상황, 경험을 하더라도, 사람마다 추구하는 가치나 생각의 차이로 다른 방향을 설정합니다. 또한 수습과정이나 대응과정에서 공익적인 측면을 중요시하지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닙니다. 누군가는 이를 이용한 개인사익 추구, 시기를 이용한 실속적, 이기적인 면을 보이기도 합니다. 모든 인간이 다르듯, 이는 어쩔 수 없습니다. 다만 인간이 지켜야 하는 가치나 목적, 인간이기에 최소한의 배려나 양심, 절망에 빠졌을 때, 어떤 방향으로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가야 하는지 등을 느끼게 합니다. 누구나 교육을 받고 자라며, 사람관계의 중요성을 가장 최우선에 둬야 한다고 배웁니다.
하지만 현실에서의 절망과 희망이 사라진 시대, 과연 이런 교육의 효과가 있을까요? 본능이나 보이는 것에 취우치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더 혼란스럽고, 서로간의 불신이 팽배해지며, 이기적인 인간, 더욱 진화한 괴물같은 존재를 만들기도 합니다. 물론 희생과 배려를 통해서 인간의 가치를 지키려는 사람들도 많지만, 세상은 동화 속 그림과는 다른 면이 많습니다. 이 책은 이런 면에 대한 부각과 작가만의 생각이 잘 나타나 있습니다. 인간의 기술로는 도저히 범접할 수 없는 상황, 국가적 재앙과 재난, 위기의 순간 인간의 본성은 수면 위로 드러납니다.
이를 무조건 옳고, 그름의 판단으로 보는 것은 무리가 있을 겁니다. 다만 인간이기에 해야 하는 일과 가치, 인간만이 할 수 있는 방법론 등을 생각해야 하며, 악에 가까웠던 사람도 주변의 도움이나 환경적인 영향으로 선에 가까운 인간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즉 사람사는 세상에서 공통적으로 지켜야 하는 가치와 대응하는 방법, 이를 통해서 더 큰 그림과 미래를 그릴 수 있는 힘, 이 책은 이런 점에 대한 생각을 하게 합니다. 또한 작가만의 문체와 설명이 섬세한 구절이 많았습니다. 우리의 소설과는 다른 기법과 표현, 예상치 못한 전개가 많지만, 궁극적으로 인간애와 인문학적 본질을 정확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내가 아니면 된다, 내로남불의 시대에 우리가 깊이있게 생각해야 하는 부분을 언급하고 있어서 좋았습니다. 접해 보시기 바랍니다.